안철수, 경영의 원칙 서울대학교 관악초청강연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안철수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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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학생 때 고민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저도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인데 계속 이렇게 신세만 지고 받기만 하고 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굉장히 안타깝더라구요. 그러니까 이런 문명의 이기를 갖는다는 건 저 혼자 살면 받을 수 없는 혜택인데, 저는 학생으로 공부만 해도 사회에서 저를 다 보살펴주잖아요. 저도 뭔가 역할을 해서 사회에서 받은 일부라도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16쪽

요약하자면, 중요한 결정을 할 때면 과거는 잊어버리고 주위 사람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앞으로 다가올 결과에 대해서도 욕심 내지 말아야 한다는 거예요. 지금 현재 주어진 것만 보고 어떤 선택을 하면 내가 정말 의미를 느낄 수 있고 재미있게 임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는지 그것만 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20쪽

경영자가 전문가와 다른 점은, 자기만 알면 안 된다는 거예요. 나름대로의 전략을 세웠다면, 그것을 직원의 눈높이에 맞추어 의사소통하고, 이해시키고, 동기부여해주고, 일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주고, 실행한 것을 인사 평가 시스템에 반영하는 보상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이런 일을 통해서 자기의 머릿속에 있는 일을 다른 사람이 하게 만드는 것이 경영이지요.-33쪽

항상 좋은 시기가 있으면 나쁜 시기가 오고, 다시 또 좋은 시기가 오는 반복인데, 어쩌면 ‘인생의 본질은 좋은 시기가 아니라 어려운 시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보통 사람은 좋은 시기에 조금이라도 더 잘되기 위해서 정말 노력을 많이 해요. 그런데, 정작 나쁜 시기를 잘못 보내면 다시는 회복을 못하고 추락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니까 결국 아주 길게 인생을 놓고 보면 정말로 인생의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있는 것이지, 잘되는 시기에 조금 더 잘되고 못되고는 전체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못 미치더라고요.-46쪽

어려울 때일수록 유혹에 빠지지 말고 문제를 고치라-48쪽

뜨거운 머리는 순간적으로는 힘을 주긴 하지만 기나긴 어려운 시기를 버텨나가게 하지는 못해요. 포로수용소의 낙관주의자들처럼 결국은 냉정한 현실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되면 오히려 힘이 다 빠져서 버티지를 못해요. 차라리 차가운 머리로 객관적으로 보면 아무리 길어도 실망할 일은 없거든요. 그래서 정말로 차가운 머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차가운 머리에 가슴까지 차가우면 비관론자가 되는데, 그것도 역시 버텨나가기 힘들지요. 그래서 뜨거운 가슴이 필요한 건데, 이게 막연한 낙관론하고 다른 것은 모든 사람에게는 기회가 온다는 데 있어요. 항상 보면 좋은 시기가 있으면 어려운 시기가 오고 어려운 시기가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시기가 또 와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다가올 당연한 미래, 거의 백 퍼센트 확률로 오는 기회에 대한 믿음이지요.-52쪽

창조력은 남이 정해놓은 과정을 거쳐서 답을 구하는 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하는 데서 나오는 거거든요. 또는 엉뚱한 질문을 통해 또는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데에서 창조라는 것이 나오는데, 거기서 한국 학생들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한마디로 ‘현대의 인재는 좋은 답을 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합니다. -83쪽

정치와 전쟁의 차이점에 대한 책을 본 적이 있어요. 둘 다 적과 싸우는 것은 똑같은데, 전쟁은 적을 믿으면 안 되는 반면, 정치는 적을 믿어야 정치가 된다는 거예요. 그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나라에는 정치가 없는 것이지요.-95쪽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거든요. 이 두 개가 합쳐져야 해요. 그러려면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아야 해요. 잘하면 외부에서도 인정을 받고 성취감도 높아지면서 좋아하게 돼요. -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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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림이다 - 동서양 미술의 완전한 만남
손철주.이주은 지음 / 이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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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도 글도 언제나 새로 읽혀야 한다. 10가지 주제로 동서양의 그림들을 새롭게 읽어나가는 두 지은이의 대화가 흥미롭다. 듣다보면, 나도 방석을 들고 몰래 사이에 앉아서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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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림이다 - 동서양 미술의 완전한 만남
손철주.이주은 지음 / 이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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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만은 고요하게,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습관처럼 나는 쪽 번호를 찾고 있었다. 오늘은 얼마나 읽었나, 이제 몇 쪽이 남았나 진도를 체크하고 있었던 것이다. 회사를 오가며 책 읽을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간혹 시간이 생겨도 더 자극적이고, 더 재미있는 오락거리에 마음을 뺏기는 지금, 책 한 권을 읽어내는 일은 또 그렇게 형식적인 행사가 되고 말았다. 왜일까?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며칠 전에 TV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한 남성을 떠올리다니. 

    집단 미팅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이는 명문대를 졸업한 꽤 잘나가는 학원 강사인 모양이었다. 그는 여성들과의 만남이 호의적이지 않은 분위기로 흘러가자 카메라를 향해 울분을 토했다. 자기는 “고등학교 때도 무한경쟁 사회 속에서 살았” 으며 시간이 가장 아깝다고 했다. 그리고 연애 따위에 시간을 허비한다면 무한경쟁의 학원계에서 “퇴물이 되고 말” 것이라며 단호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불안한 모습을 내비쳤다. 책을 속도전 식으로 읽어내는 내 모습에서 연애에 공들이는 시간마저도 아까워하는 이 남성의 모습을 보았던 걸까? ‘무한경쟁 사회’에서는 책 읽는 것도 얼마나 더 빨리, 더 많이 읽느냐가 문제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죽는다는 평범한 진리 앞에서도 사람들은 각자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듯하다. 누군가는 계속 그 사실을 되뇌며 초조해하고, 누군가는 ‘해가 동쪽에서 뜬다’라는 진리처럼 그저 당연한 듯 잊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각자 자기 앞에 던져진 시간을 더 아름답게, 의미 있게 채워가는 자세가 더 현명한 것 아닐까. 시간의 흐름에 초조해져서 삶의 참맛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마치 뷔페에 와서 본전이 아까워 배가 불러서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없을 지경인데도 꾸역꾸역 음식을 밀어 넣는 사람같이, 그렇게 인생을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괜히 서설이 길어졌지만, 이 책을 소개하려는 본래의 의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이 책은 1년에 책 100권 읽기와 같은 속도 경쟁은 잠시 내려놓고 천천히 산책하듯 읽어야 하는 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필력도 필력이지만 각각 동양화와 서양화에 조예가 깊은 손철주와 이주은이 열 개의 주제에 대해 주고받은 편지 묶음이다. 편지글이라 논리가 정연하지도 않고 꼭 정답만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다양한 동, 서양의 그림들을 볼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 지은이들은 이 그림들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곁들였지만, 이 또한 정답이 없는 것이라 내가 달리 해석하지 말란 법도 없다. 고전은 늘 시대마다 새롭게 읽혀야 하고 새롭게 쓰여야 하는 법. 여기 나온 그림들을 새롭게 해석하고 나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면 그것 또한 ‘다, 그림’인 것이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특별한 지식을 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통찰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저 교양 있는 분들의 한담을 읽는데 시간을 허비했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이 ‘무한경쟁 사회’에서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 의미 없는 일들이란 없다. 작은 씨앗이 친환경 유기질 비료와 따스한 햇볕만 먹고 아름드리나무가 된 것은 아니다. 지금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나중에 뒤돌아보면 모두 내 인생의 얼개를 짜는데 중요한 재료였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책의 마지막 그림,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오르막길」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이 책을 벗하여 천천히 거닐 듯 읽어볼 일이다. 행복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안에서 오는 것이듯, 어떤 책이 한 사람에게 의미 있게 되는 것도 결국 그 사람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상상만으로 행복해지는 경우가 있지요. 행복은 마음에 있는 게 맞나 봅니다. ‘Happiness'란 영어가 ’Happen'에서 비롯됐다면서요. 자신에게서 일어난 일이란 거죠, 행복은. 밖에서 온 것은 행복이 아니라 행운입니다. 굴러온 호박이 행운이고, 가지 나무에 열린 수박이 행운이죠. 행복은 바랄 바를 바라는 겁니다. 바라되 분수껏 바라면 행복은 자기 마음의 작용이라 언제는 얻을 수 있지요. - 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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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림이다 - 동서양 미술의 완전한 만남
손철주.이주은 지음 / 이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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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장 같은 울분을 품고 살아도 그 울분이 비가 되어 적시는 광경은 인생에서 파란과 해원의 드라마를 연출합니다. 그렇군요. 햇살을 보려면 먹구름을 참고 견뎌야 하나 봅니다. 그렇군요. 햇살을 보려면 먹구름을 참고 견뎌야 하나 봅니다. 마침 ‘비장悲壯’의 사전적 뜻풀이를 찾아보니 이렇게 적혀있군요. ‘슬프면서도 그 감정을 억눌러 씩씩하고 장하다.’ 그래서 제가 좋아합니다, 비장한 미학을 말입니다. 억눌러서 장한 아름다움. 제가 혹애하는 그림이 어떤 것인지 이 선생은 이제 아시겠지요.-25쪽

인정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늪에 빠지기 쉽습니다. 손 선생님은 무슨 늪을 겪어보셨나요? 제가 만나본 것은 성실성의 늪이예요. 성실함만으로는 답이 찾아지지 않는데도 계속해서 성실함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상황이지요. 슬럼프인데도 쉬지 않고 오히려 더욱더 자신을 채찍질해가며 끝없이 노력해요. 성실 외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예전엔 즐거워서 하던 일이었는데, 점점 스스로를 잠식하는 고통이 되고 맙니다.-80쪽

단원이 글씨 오른쪽에 호리병 모양의 도장을 찍었는데, ‘빙심氷心’이라 새겨져있습니다. ‘한 조각 얼음 같은 마음 옥병에 들어있다네一片心在玉壺’라는 시구에서 따온 말인 즉, 세상이 어떻든 누가 뭐라 하든 단단하고 맑은 심지는 변치 않는다는 뜻이랍니다. 이 선생은 어떠신가요. 저는 저러고 싶습니다. 단원 그림이 제 마음의 자화상이랍니다. 저의 꿈이 야무진 건가요.-108쪽

늙음은 낡음이 아니지만 낡으면 늙습니다. 닳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고집이 세고 견문이 좁으면 낡습니다. 늙음은 나쁘지 않지요. 한낮의 해가 저물면 오히려 노을이 아름답잖아요. 노을은 뒤를 보여주는 반사경입니다. 대낮의 들뜸을 가라앉히지요.-123쪽

재미난 얘기가 있습니다. 선조 대에 예조판서를 지낸 이호민은 흰머리가 나는 족족 뽑았다고 해요. 이를 본 한음 이덕형이 혀를 끌끌차며 퉁을 줍니다. "벼슬이 그만큼 높으면 됐지 뭘 더 바라겠다고 센머리를 뽑습니까." 이호민이 정색하며 대답합니다. "사람을 죽인 놈은 반드시 죽이는 것이 국법입니다. 백발은 그동안 너무나 많은 사람을 죽여 온 놈입니다. 저는 법에 따라 처단하는 것입니다."-129쪽

상상만으로 행복해지는 경우가 있지요. 행복은 마음에 있는 게 맞나 봅니다. ‘Happiness'란 영어가 ’Happen'에서 비롯됐다면서요. 자신에게서 일어난 일이란 거죠, 행복은. 밖에서 온 것은 행복이 아니라 행운입니다. 굴러온 호박이 행운이고, 가지 나무에 열린 수박이 행운이죠. 행복은 바랄 바를 바라는 겁니다. 바라되 분수껏 바라면 행복은 자기 마음의 작용이라 언제는 얻을 수 있지요.-153쪽

자족해서 행복합니다. 족足하다는 게 무엇입니까. 한비자가 말했지요. 족함을 아는 것이 족이라고. 『도덕경』에도 나옵니다.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오래도록 누릴 것이니라.’ 이런 말은 석가도, 묵자도 다 한 얘기입니다. 다함없는 행복은 없습니다. 모자라는 데서 족해야 행복해집니다.-159쪽

‘아름다운 옥일수록 흠집이 많고, 뛰어난 사람일수록 벽이 많다’고 해요. 중국의 문인 장대張岱는 이런 글도 남겼더군요. // ‘사람이 벽이 없으면 사귈 수 없다. 깊은 정이 없기에 그렇다. 사람이 흠이 없으면 사귈 수 없다. 참된 정이 없기에 그렇다.’ -207쪽

조선 한량에게는 마마 호환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있지요. 바로 정실입니다. 귀가한 남편의 행색을 두 눈 부릅뜨고 살피지요. 정조 연간의 시인 이옥李鈺은 정실의 눈썰미를 기막히게 표현했습니다. // 술만 마시고 왔다지만 歡言自酒家 // 기생과 논 줄 나는 알아요 儂言自倡家 // 어찌하여 두루마기 소맷자락에 如何汗衫上 // 꽃처럼 연지가 물들었나요 儂脂染作花 // 이 선생에게도 진작 밝혔듯이 저는 일생일업一生一業이 음풍농월吟風弄月입니다. 누가 묻더군요. 어찌하면 오래토록 풍월을 즐길 수 있느냐고 말입니다. 제가 답했지요. 정실을 두지 않는 게 아니라 연지에 물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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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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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과 노회찬의 탈당. 홍준표의 당대표 당선. <나는 꼼수다>의 히트. 이 모든 것들을 김어준은 이 책을 통해 이미 예언하고 있다. 그의 범상치 않은 풍모에서 이미 도인의 풍모가 느껴지는데 거기에다 예지력(?)까지 더해지니 정말 야사에나 나올 법한 ‘거사(居士)’가 따로 없다. 보통 사람의 시선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외모와 좌중을 뒤흔드는 입담, 호쾌한 웃음에서 엿보이는 자신감, 스스로 ‘무학의 통찰’이라고 표현하는 명석함까지 김어준은 분명 보통이 아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그런 모습들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앉은 자리에서 한숨에 읽어버릴 만큼 재미있고 통쾌하다. 한편으로 생각할 거리도 던져주기도 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의의는 단지 현 집권세력에 대한 조롱과 비난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읽는 사람들을 통쾌하게 하고,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시켜줄 뿐, 그것으로 끝이다. 우리에게 새로운 시사점을 던져주지 않는다. 이 책의 진정한 의의는 진보세력에 대한 통찰과 고언이다. 진보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의 엄격성, 교조성에서 조선 후기 성리학자들의 모습이 보인다고 생각했던 것이 나 뿐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김어준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타협하고 설득해야 하는 정치의 세계에서 위정척사의 의병장처럼 자신의 선명성과 투쟁성만을 내보이는 것만이 과연 최선의 길인가. 현재의 고통을 치유할 생각보다 오직 역사와 말하겠다, 미래에는 우리의 희생을 알아줄 것이라고 말하는 자세는 독재자의 그것과 무엇이 다른지. 혹은 미움과 불신 때문에 서로 경원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작은 차이 때문에 우리 정치의 큰 틀을 바꿀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초조하고 두려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한마디로 총괄해서 정리하자면, 이념은 서구의 것이되, 그걸 수행하고 주장하는 방식은 여전히 성리학자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거지. - 193쪽
 
   

  물론 현실은 더 복잡한 것일 수 있다. 그리고 현재에는 실망스러운 결과들이 나중에 되돌아보면 의미 있는 것으로 재평가되기도 한다. 서로 몰아세우지 말고 서두르지도 말고 각자의 자리에서 차분히 이야기를 나눠보자. 충분히 듣고 충분히 생각해보자. 아무리 좋은 기회가 와도 나의 역량이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행운이 아니라 불행의 씨앗이다. 진보세력 전체의 화해와 통합이, 집권할 수 있는 역량이 준비되어있지 않다면 아무리 좋은 정치적 기회가 와도 그것은 악몽일 뿐이다. 천천히 하지만 진실하게, 해보자. 쫄지 말자. 정말, 가능, 하다.

   
  카테고리를 어떻게 하면 잘 나눠서 입지와 스탠스를 유지할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카테고리 자체를 확 갈아엎고 구조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짜는, 그런 근본적인 고민을 해줬으면 좋겠어. 지금 시대는 바로 그걸 요구하고 있어. 이명박 때문에, 그리고 덕분에, 그런 시대가 도래했다고. 이 찬스를 놓치면 안 돼. 이거 역사적 찬스야. 결핍이 거대한 만큼, 그 크기만큼 거대한 찬스야. 그런데 이런 역사적 찬스에 자기 손으로 그걸 못하잖아, 그럼 시대가 그걸 강제한다. 시대에 떠내려간다. 그럼 죽는 거야. 잉여 되는 거야. 아, 그게 막 보여. (웃음) 이 거대한 흐름이 왜 안 보일까. 안타깝다. (웃음) 자신의 입장이나 처지나 이념이나 이런 거 그만 떠들고, 자기 존재 다 걸고, 맞부딪쳐서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야 해. 그게 진짜 혁명의 자세야. - 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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