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쌤앤파커스 / 2012년 1월
구판절판


부족한 ‘나’라고 해도, 내가 나를 사랑해주세요. 이 세상 살면서 이렇게 열심히 분투하는 내가 때때로 가엽지 않은가요? 친구는 위로해주면서 나 자신에게는 왜 그렇게 함부로 대하는지. 내 가슴을 쓰다듬으면서 사랑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세요.-19쪽

내가 저지른 실수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완벽하게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실수를 통해 삶이라는 학교가 우리에게 지금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감사하게 배우면 그만큼 더 성장합니다. 토닥토닥.-20쪽

즐거우면, 마음은 자연스럽게 열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경직된 분위기나 기분이 나쁠 때는 아무리 좋은 것을 가르쳐주어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마음의 잔잔한 즐거움이 없으면 일도 공부도 수행도 진보가 한참 늦습니다.-21쪽

마음이 바쁘면 그 바빠하는 마음을 알아차리십시오. 마음이 짜증을 내면 짜증내고 있음을 알아채고 화가 나면 화내는 내 마음을 알아차리십시오. 알아챔은 바쁨, 짜증, 화에 물들어 있지 않아 아는 순간 바로 그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는 작용 자체는 본래 청정하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그런지, 직접 해보세요.-42쪽

자기 스스로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또, 내 존재가 스스로에게 편안해졌을 때, 그때 비로소 타인도 즐겁고 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47쪽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그냥 내가 약간 손해 보면서 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사십시오. 우리는 자신이 한 것은 잘 기억하지만 남들이 나에게 해준 것은 쉽게 잊기 때문에, 내가 약간 손해 보며 산다고 느끼는 것이 알고 보면 얼추 비슷하게 사는 것입니다.-56쪽

상대가 나를 칠 때 지혜로운 이는 굽힐 줄 압니다. 받은 대로 똑같이 치면 옳을 수는 있으나, 똑같은 놈 취급당하며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해요. 억울해도 참는 모습에서 그 사람의 진가가 드러납니다.-57쪽

사실, 어떤 사람이 원래부터 나쁘거나 좋거나 하는 건 없습니다. 그 사람과 나와의 인연이 나쁘거나 좋거나 할 뿐입니다.-59쪽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차나 한 잔 하고 가라며 붙잡았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맹사성의 찻잔에 찻물이 넘치는데도 계속 차를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소리지르는 맹사성에게 스님은 말했습니다. //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 부끄러웠던 맹사성은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다 문지방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69쪽

눈에 보이는 외적 조건에 투자를 하고 가꾸어 가듯, 인간관계라는 행복의 필수 조건을 가꾸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보왕삼매경에도 ‘남이 내 뜻에 따라 순종해주길 기대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내 뜻대로 되면 스스로 교만해지기 쉬우니,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가르치는 스승들이라고 여기며 지혜롭게 살아야 합니다. 오늘 하루, 당신을 힘들 게 한 사람도 당신의 스승이고, 당신을 기쁘게 한 사람도 당신의 스승입니다.-72쪽

망가지는 것도 용기가 있어야 해요. 내 스스로가 남들에 비해 대단하다고 느끼면 절대로 망가지지 못해요.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소탈하게, 가끔은 망가질 수도 있어야 나와 사람들 사이의 벽이 와르르 무너지며 가까워집니다.-75쪽

사람을 잘 쓸 줄 아는 사람은 일단 자신의 것을 많이 베풀어요. 반대로 덕 없이 원칙만 따져가며 남을 부리려 하면 결국 다 도망가요. 사람들이 주위에 많이 머물러 있는 사람은 사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잊지 마세요. 원칙만 가지고는 절대로 안 됩니다.-84쪽

숨은 내 몸 안으로 들어와 내 몸의 일부가 됩니다. 내가 내쉰 숨은 다시 타인에게 들어가 그의 일부가 됩니다. 이처럼 숨 하나만 보더라도 우리는 서로서로 다 같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85쪽

세상에 완벽한 준비란 없습니다. 삶은 어차피 모험이고 그 모험을 통해 내 영혼이 성숙해지는 학교입니다. 물론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하겠지만 백 퍼센트 확신이 설 때까지 기다렸다 길을 나서겠다고 하면 너무 늦어요. 설사 실패를 한다 해도 실패만큼 좋은 삶의 선생님은 없습니다.-100쪽

이번 주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를 하나 세우세요. 지금 바로 세우세요. 목표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납니다. 왜냐하면 우주가 곧 우리 마음이기 때문에 내가 품은 마음속 ‘한 생각’에서 모든 일이 시작됩니다.-102쪽

마치 내 꿈이 벌써 이루어진 것처럼 자신감을 가지고 행동하세요. 그러면서 열심히 준비하세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그 꿈은 이루어집니다.-103쪽

일을 처음 시작하려 할 때, 남들보다 더 잘하려고만 하니 겁이 나는 것입니다. 남들보다 더 잘하려 하지 말고 그냥 열심히 하려고 하십시오. 아주 잘하지는 못해도 열심히만 한다면 당신의 진정성에 감동해서 당신을 이해하고, 또 사람들이 곁에서 당신을 도와줍니다.-114쪽

지혜가 없는 지도자일수록 모든 일을 자신이 다 나서서 간섭하고 조정하려 합니다. 결국 아랫사람들은 시키는 일만 하게 됩니다. 일을 시켰으면, 일을 맡은 사람이 책임지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주는 것도 지도자의 중요한 능력입니다.-116쪽

무조건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모든 일이 자기 원하는 대로 쉽게 되면 게을러지고 교만해지며, 노력하지 않게 되고 다른 사람 어려움도 모르게 됩니다. 어쩌면 지금 내가 겪는 어려움은 내 사람의 큰 가르침일지 모릅니다.-118쪽

내가 이 세상 모든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데, 어떻게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줄 수 있을까요? 그런데 우리는 누군가가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에 얼마나 가슴 아파하며 살고 있나요? 내가 모두를 좋아하지 않듯, 모두가 나를 좋아해줄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지나친 욕심입니다.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면 자연의 이치가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넘어가면 됩니다.-128쪽

생각은 크게 하고 실천은 작은 것부터 하십시오. 왜냐하면, 작은 생활의 변화에서 큰일을 해낼 수 있는 인연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134쪽

어떤 생각을 하는가가 말을 만들고, 어떤 말을 하는가가 행동이 되며, 반복된 행동이 습관으로 굳어지면 그게 바로 인생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처음에 어떤 생각을 일으키고 어떤 행동을 하는가가 아주 중요합니다. -135쪽

지식은 말하려 하지만, 지혜는 들으려 합니다. 지혜롭지 못한 사람은 ‘나는 그 정도는 다 안다.’에서 시작하므로 새로운 것이 들어갈 틈이 없는 반면, 지혜로운 사람은 ‘나는 아직 모른다.’라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 이야기에 귀 기울이니 더 큰 지혜가 쌓입니다.-136쪽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옳은 말보다는 그 사람을 향한 사랑과 관심입니다.-157쪽

올라온 감정은 놓아버리고 싶다고 해서 놓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내 마음 안에 올라오는 느낌과 생각들은 사실 내 것이 아닙니다. 여러 가지 조건과 원인에 의해 잠시 일어난 주인 없는 구름과 같습니다. 생각이나 느낌을 ‘잠시 들른 손님이다.’하고 떨어져 조용히 관찰해보십시오.-209쪽

비방만 받는 사람이나 칭찬만 받는 사람은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칭찬도 비난도 모두 속절없나니 모두가 제 이름과 제 이익의 관점에서 하는 말일 뿐. (법구경 품노품에서 재인용)-211쪽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만난다 하더라도 내가 상대의 입장에 충분히 공감한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면 상대는 설득당하지 않습니다. 내 말만 하지 말고 충분히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고 들어야 합니다.-228쪽

사람들은 대개 말을 듣는 것보다 자신이 말하는 것을 더 좋아해요. 상대가 나와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느끼게 하는 방법은 좋은 질문을 많이 해서 상대가 말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유도한 후, 그 사람 말에 즐겁게 맞장구를 쳐주면 됩니다. 사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230쪽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오직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아는 사람과 잘 모르는 사람만이 있을 뿐입니다.-231쪽

지금 잘나가고 있습니까? 지금 하시는 일이 잘되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지금 남을 제치고 잘나가고 있는지, 아니면, 남과 함께 잘나가고 있는지를 살피십시오. 남을 제치고 나만 잘나가면, 상황이 변했을 때 평소에 당신을 시기하던 사람들에 의해 다칠 수 있습니다.-235쪽

인연이 없으면 간절히 기도하십시오. 인연이 만들어집니다. 우주는 엄청난 중매쟁이입니다! -2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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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 - 흔적과 상상, 건축가 오기사의 서울 이야기
오영욱 글.그림.사진 / 페이퍼스토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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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구불구불 엉켜있던 골목길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주민들이 자유롭게 오가던 길인데 건설사가 다른 관계로 울타리가 길게 쳐졌다. 남에서 북으로 지나갈 수 없고, 동에서 서로 움직일 수 없다. 우리는 아파트 주민이 아닌 관계로 단지를 빙돌아서 걸어간다. 내 고향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멋대가리 없고, 인정머리 없고 살맛도 안나는 퍽퍽한 도시라고 양껏 비난을 퍼부어도 시원치 않은데 '그래도' 서울이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다 읽은 이후에도 도대체 '왜?' 서울이 좋은지 알 수 없다. 복잡하고 거대하며 거친 욕망들이 운집한 서울땅이지만, 그것이 지금 우리의 모습과 맞닿아 있기에, 우리가 만들어놓은 서울의 모습이기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미운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의 시작이리라. 우리가 더 행복하고 사람답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순간, 서울의 모습도 점점 아름다워질 것이다. 아파트 담장이 허물어지고 너나없이 자유롭게 오가는 살맛나는 서울을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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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 - 흔적과 상상, 건축가 오기사의 서울 이야기
오영욱 글.그림.사진 / 페이퍼스토리 / 2012년 5월
품절


과거의 흔적을 간직하는 동시에 그 자체로도 멋진 형상을 띤다는 사실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33쪽

한 시간 전에 번뜩였던 생각이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세상의 모든 잘난 사람들에게 지금을 맡겨두고 한숨을 쉬러 여행을 가지요.-82쪽

사실 건축에서의 여백은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처럼 인구 밀도가 높은 곳에서 값비싼 땅에 무엇인가를 포기해가면서 비움을 실천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테다. 어쩌면 비움은 작을수록 더 좋을지도 모른다. 다만 아무리 작은 대지에 여러 식구가 살기에 비좁은 집을 짓더라도 꼭 마당을 만들어야 했던 우리 도심형 한옥의 교훈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건축에서의 여백이라는 것이 우리 민족의 전유물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그런 여백들이 모여 우리의 삶의 공간이 보다 여유로워질 수 있으면 우리의 일상도 보다 덜 빡빡해질 수 있을 것이다.-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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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용법 - 한 편집자의 독서 분투기
정은숙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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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 대한 저자의 지극한 사랑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과 태블릿PC가 점점 책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믿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책은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만으로 머물지 않는다. 치유의 책 읽기,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독서, 감성과 이성을 더 풍요롭게 가꾸는 역할은 오직 책만이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전 시대에 책이 수행해왔던 역할의 일부를 이제는 다른 매체가 더 잘 수행할 수도 있지만, 우리 시대에 여전히 책의 역할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느리게 읽기, 어려운 책을 읽다가 관두고 즐거운 책으로 갈아타기, 만화책 읽기와 같은 우리가 흔히 옳지 못한 행동으로 간주하는 행위들을 적극 옹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대의 난잡한 책 읽기에서 고전 읽기로, 만만한 책에서 어려운 책 읽기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뜻 보면 모순적인 주장으로 들리지만 '즐거운' 독서나 '깊이를 추구하는' 독서나 모두 책 읽기의 한 측면이며, 한 측면에 맛들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측면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지은이의 오랜 독서편력에서 묻어난 긍정적인 확신이기도 하다.

 

  책 읽기가 무겁고 버거워졌다면 한 번 읽어봄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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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여호 2012-09-16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 사용법이라...
정말 책읽기가 망설여지는 분들께 읽어봄직한 책이 맞는 것 같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한 일요일 보내십시오.

송도둘리 2012-09-17 12:20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늘 어려운 책을 읽다가 쉬운 책 읽고 이 책 저 책 왔다갔다하면서 보고 그랬는데...제 습관에 대한 옹호자가 생겨서 좋았습니다.^^;
비가 많이 오네요. 태풍이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책 사용법 - 한 편집자의 독서 분투기
정은숙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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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상적인 말일 수 있지만 사실 휴식도 일의 연장이요, 일도 휴식이라고 생각하며 즐길 때 우리가 느끼는 스트레스는 완화된다. 이때 ‘이상적인 휴식’을 위해서는 평소 일을 할 때 사용하는 신체기관과는 다른 기관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소에 잘 쓰지 않는 근육뿐만 아니라 두뇌까지 사용해서 다른 ‘무엇’이 되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무엇’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것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책을 다시 발견할 필요가 있다. -20쪽

일단 책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책과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 손 닿는 곳에 두고, 혹은 이동할 때는 들고 다니다가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곧바로 책장을 열면 된다. 무엇보다도 책을 가까이 두고, 읽다 보면 잘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신념을 갖자. 그것이 첫걸음이다. -27쪽

책을 둘러싼 세계의 모험을 완성하는 것은 책을 산 사람이 아니라 책을 읽는 독자다. 독자를 통해 책의 세계는 풍요로워지고, 책의 세계는 마침내 완성된다. ‘산 책’도 ‘파는 책’도 중요하지만 결국 책을 ‘읽어야 내 것’이 된다. 내 것이 되는 책은 내가 최소한 일별한 책이고, 또 언제가 숙독할 책이다.-56쪽

느림의 책읽기는 그러나 뒤진 보행이 아니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사람을 읽어낼 수 있는데, 이것은 느린 속도의 책읽기 속에서만 가능하다.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99쪽

나는 누구나 그 사람의 내면에는 한 권 이상의 책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반드시, 아니 의무적으로 누구나 한 권씩의 책은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고까지 생각한다. -155쪽

재주는 부지런함만 못하고, 부지런함은 깨달음만 못하다. 깨닫는다는 한 글자는 도덕의 으뜸가는 부적이다. 옛 사람의 책 가운데 경전과 역사책 종류 같은 것은 한 글자도 허투루 지나쳐서는 안 된다. 그 나머지 책 중에 자질구레한 것이라도 하나하나 정밀하게 궁구하여 심력을 나눌 필요가 없다. 가령 한 권의 책이 대략 60, 70장쯤 된다고 치자. 그 정화로운 것을 추려낸다면 십수 장에 불과할 것이다. 속된 선비는 처음부터 다 읽지만, 정작 그 핵심이 있는 곳을 알지 못한다. 오직 깨달음이 있는 사람은 손 가는 대로 펼쳐 봐도 핵심이 되는 것에 저절로 눈에 가서 멎는다. 한 권의 책 속에서 단지 십수 장만 따져보고 그만둘 뿐인데도 그 효과를 보는 것은 전부 읽은 사람의 배나 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두세권의 책을 읽고 있을 때 나는 이미 백 권을 읽고, 효과를 보는 것 또한 남보다 배가 되는 것이다. (홍길주, 『수여방필』, 정민, 『책 읽는 소리』에서 재인용)-179쪽

지루해지거나 어려워지면 문제의 그 책을 덮어라, 하는 것이 이 장의 끝에서 내가 하고 싶은 충고다. 어려운 책을 덮어놓고 쉬운 책,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책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한꺼번에 책의 내용을 정복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읽으면 책의 내용이 새롭게 다가온다는 의미다.-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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