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용법 - 한 편집자의 독서 분투기
정은숙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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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상적인 말일 수 있지만 사실 휴식도 일의 연장이요, 일도 휴식이라고 생각하며 즐길 때 우리가 느끼는 스트레스는 완화된다. 이때 ‘이상적인 휴식’을 위해서는 평소 일을 할 때 사용하는 신체기관과는 다른 기관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소에 잘 쓰지 않는 근육뿐만 아니라 두뇌까지 사용해서 다른 ‘무엇’이 되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무엇’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것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책을 다시 발견할 필요가 있다. -20쪽

일단 책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책과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 손 닿는 곳에 두고, 혹은 이동할 때는 들고 다니다가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곧바로 책장을 열면 된다. 무엇보다도 책을 가까이 두고, 읽다 보면 잘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신념을 갖자. 그것이 첫걸음이다. -27쪽

책을 둘러싼 세계의 모험을 완성하는 것은 책을 산 사람이 아니라 책을 읽는 독자다. 독자를 통해 책의 세계는 풍요로워지고, 책의 세계는 마침내 완성된다. ‘산 책’도 ‘파는 책’도 중요하지만 결국 책을 ‘읽어야 내 것’이 된다. 내 것이 되는 책은 내가 최소한 일별한 책이고, 또 언제가 숙독할 책이다.-56쪽

느림의 책읽기는 그러나 뒤진 보행이 아니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사람을 읽어낼 수 있는데, 이것은 느린 속도의 책읽기 속에서만 가능하다.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99쪽

나는 누구나 그 사람의 내면에는 한 권 이상의 책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반드시, 아니 의무적으로 누구나 한 권씩의 책은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고까지 생각한다. -155쪽

재주는 부지런함만 못하고, 부지런함은 깨달음만 못하다. 깨닫는다는 한 글자는 도덕의 으뜸가는 부적이다. 옛 사람의 책 가운데 경전과 역사책 종류 같은 것은 한 글자도 허투루 지나쳐서는 안 된다. 그 나머지 책 중에 자질구레한 것이라도 하나하나 정밀하게 궁구하여 심력을 나눌 필요가 없다. 가령 한 권의 책이 대략 60, 70장쯤 된다고 치자. 그 정화로운 것을 추려낸다면 십수 장에 불과할 것이다. 속된 선비는 처음부터 다 읽지만, 정작 그 핵심이 있는 곳을 알지 못한다. 오직 깨달음이 있는 사람은 손 가는 대로 펼쳐 봐도 핵심이 되는 것에 저절로 눈에 가서 멎는다. 한 권의 책 속에서 단지 십수 장만 따져보고 그만둘 뿐인데도 그 효과를 보는 것은 전부 읽은 사람의 배나 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두세권의 책을 읽고 있을 때 나는 이미 백 권을 읽고, 효과를 보는 것 또한 남보다 배가 되는 것이다. (홍길주, 『수여방필』, 정민, 『책 읽는 소리』에서 재인용)-179쪽

지루해지거나 어려워지면 문제의 그 책을 덮어라, 하는 것이 이 장의 끝에서 내가 하고 싶은 충고다. 어려운 책을 덮어놓고 쉬운 책,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책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한꺼번에 책의 내용을 정복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읽으면 책의 내용이 새롭게 다가온다는 의미다.-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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