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건축에서의 여백은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처럼 인구 밀도가 높은 곳에서 값비싼 땅에 무엇인가를 포기해가면서 비움을 실천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테다. 어쩌면 비움은 작을수록 더 좋을지도 모른다. 다만 아무리 작은 대지에 여러 식구가 살기에 비좁은 집을 짓더라도 꼭 마당을 만들어야 했던 우리 도심형 한옥의 교훈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건축에서의 여백이라는 것이 우리 민족의 전유물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그런 여백들이 모여 우리의 삶의 공간이 보다 여유로워질 수 있으면 우리의 일상도 보다 덜 빡빡해질 수 있을 것이다.-1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