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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 - 흔적과 상상, 건축가 오기사의 서울 이야기
오영욱 글.그림.사진 / 페이퍼스토리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구불구불 엉켜있던 골목길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주민들이 자유롭게 오가던 길인데 건설사가 다른 관계로 울타리가 길게 쳐졌다. 남에서 북으로 지나갈 수 없고, 동에서 서로 움직일 수 없다. 우리는 아파트 주민이 아닌 관계로 단지를 빙돌아서 걸어간다. 내 고향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멋대가리 없고, 인정머리 없고 살맛도 안나는 퍽퍽한 도시라고 양껏 비난을 퍼부어도 시원치 않은데 '그래도' 서울이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다 읽은 이후에도 도대체 '왜?' 서울이 좋은지 알 수 없다. 복잡하고 거대하며 거친 욕망들이 운집한 서울땅이지만, 그것이 지금 우리의 모습과 맞닿아 있기에, 우리가 만들어놓은 서울의 모습이기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미운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의 시작이리라. 우리가 더 행복하고 사람답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순간, 서울의 모습도 점점 아름다워질 것이다. 아파트 담장이 허물어지고 너나없이 자유롭게 오가는 살맛나는 서울을 꿈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