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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3 - 7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7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8년 8월
평점 :
대단한 시리즈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결말이다. 로마의 특징과 강점을 분석하는 책은 많았지만, 로마인들 속으로 들어가 로마에 대해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 책은 거의 없었다. 특히,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사실인 듯 허구인 듯 그 시대 로마인들의 삶을 거의 근접하게 되살린 책은 정말이지 유일하다. 콜린 매컬로는 실감 나는 재현을 통해 그 시대 로마인들의 삶이 우리네 지금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천년의 시차가 있지만, 지금 시대의 이야기처럼 읽을 수 있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이 책의 크나큰 장점이다.
가이우스 마리우스로부터 시작한 대단원의 결말은 사실 시시하다고 할 수 있다.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의 싸움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 돼버려서 아무런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전투다운 전투 한번 없이 안토니우스는 파국을 맞는다. 그 과정에서 옥타비아누스는 야속하리만큼 집요하고 철저하다. 무자비한 권력의 속성일까. 아니면 로마의 혼란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결단의 표현일까. 아마 그 두 가지가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현실적이고 씁쓸하다. 옥타비아누스의 승리가 감동적으로만 읽히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운명적인 사랑때문일 것이다. 둘 다 죽음에 가까워지자 인간의 품격과 깊이를 보여준다. 조금만 더 어렸다면 승리자의 쾌감에 공감하면서 뿌듯하게 책을 덮었을 텐데, 나이가 들었기 때문일까, 작가가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냈기 때문일까? 이제 그런 뿌듯함은 느낄 수가 없다. 오히려 안토니우스의 패배감에 공감이 가는 건 나뿐만일까?
시리즈의 마지막 권은 씁쓸하고 한편으로는 속도감 있게 읽힌다. 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각도에서 읽힐 것 같다. 로마사를 공부하는 사람은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는 시기 그 과정에 대해서 살펴볼 테고, 현실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은 약자로 보였던 옥타비아누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안토니우스를 꺾는 과정을 유심히 볼 것이다. 그리고 오직 이야기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겉으로는 세 보이지만 마음은 한없이 약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고, 여자는 그것이 사랑인 줄 모르다가 뒤늦게 깨닫는 애틋한 러브스토리로 읽을 것이다. 누구나 원하는 대로 읽으면 된다. 아! 또 하나, 나이 지긋한 어머님들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맞다, 자식에 올인할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에 공감하며 볼 수도 있다. 클레오파트라가 그랬기 때문이다.
아들의 태도는 많은 것을 시사했고, 클레오파트라가 에페소스로 떠나기 전 이미 알았어야 할 사실에 모든 감각과 이성의 눈을 뜨게 해주었다. 그녀가 가진 정력과 지략은 아들의 장래를 위한 계획에, 왕 중의 왕이자 세상의 지배자로서의 눈부시고 장려하며 영광스러운 미래를 위한 계획에 한 방울도 남김없이 모조리 들어갔다. 그런데 지금 비로소 그녀는 아들이 그 어느 것도 원치 않으며 몇 차례 엄마를 찾아와 그렇게 얘기했을 때 진심이었음을 깨달았다. 저 빛나는 미래를 향한 갈망은 아무도 그런 미래의 유혹을 이길 수 없다는, 신성한 혈통과 왕실이라는 배경과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청년이라면 더더욱 그럴 수 없다는 잘못된 믿음하에 그녀 자신이 아들의 입장에서 생각한 그녀의 갈망이었다.
_ 136쪽
어찌 되었든 아쉽지만 이제 끝이다. 너무 늦지 않게 이 시리즈를 알게 되어 다행이다. 그간 <마스터스 오브 로마>를 읽으며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마지막 권을 덮게 되었지만, 심심할 때 삼국지나 초한지처럼 다시 찾아보게 될 것 같다. 이 책은 정말 소장각이다. 후회 없을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