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2 - 7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7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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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권에서 안토니우스는 본인의 오판으로 동방에서 실패를 맛보고, 옥타비아누스는 섹스투스 폼페이우스를 격파하면서 권력을 안정화시키기 시작한다. 아직 전세는 완전히 역전되지 않았지만, 안토니우스 본인이 느끼듯 행운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느끼게 되었다. 모든 실패의 원인을 행운의 상실에 두는 안토니우스의 태도는 정말이지 아쉽다. 운명에 대한 무기력함. 누가 주었는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행운에 내 운명이 걸려있다고 생각한다면, 인생은 수동적이고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행운! 카이사르의 행운은 아주 유명했고 그 자체로 전설의 일부였지. 하지만 그는 내 이름을 유언장에서 제외시키고 옥타비아누스에게 자신의 행운을 물려주었어. 그렇지 않고서야 그 조그만 버러지새끼가 어찌 여태 살아남았겠나? 놈은 카이사르의 행운을 가졌어. 그래서야! 내 행운은 사라졌는데! 사라졌다고! 그게 핵심이야, 폰테이우스. 내가 뭘 하든 불운이 나를 따라다닌다네. 그러니 내가 어찌 이 상황을 극복하겠나? 난 알아. 난 못해.”

_ 297~298(마르쿠스 안토니우스가 가이우스 폰테이우스 카피토에게 한 말 중에서)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몰락은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역시 무기력함과 나태함을 빼놓을 수 없다. 원로원에는 아직 그의 지지자가 700명이 넘게 남아있지만,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되었을 무기력함과 나태함은 계속 그의 발목을 붙잡는다. 클레오파트라는 아들 카이사리온에 의한 이집트 대제국을 꿈꾸며, 안토니우스를 이용해 먹을 뿐인데도 안토니우스는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포도주를 끊고, 정신을 차리기도 하지만 안토니우스는 그가 무의식적으로 두려워했던 운명의 덫에 이미 빠지고 말았다. 안토니우스와 비슷한 변변치 않은 인간인 우리는 그의 몰락을 경계하면서도 안타까운 눈으로 그저 지켜볼 뿐이다.

 

  하지만 아티쿠스는 알았다. 안토니우스가 전쟁터로 못 가게 막은 것은 아무도 없었음을. 안토니우스를 가로막은 것은 그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 바로 나태함이었다. 나태함이 언제까지고 일을 미루게 만든 것이다. 안토니우스는 세상일이 벌어지는 속도에 눈감은 사람처럼 굴었다. 마치 세상만사가 자기 기분이 내킬 때 벌어지게 되어 있다는 듯.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살아 있을 때는 그가 안토니우스의 등을 떠밀어주었기 때문에 이러한 단점이 그다지 치명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카이사르가 살해된 뒤에는 옥타비아누스가 안토니우스의 등을 떠밀었다. 하지만 안토니우스가 필리피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고 그 업적이 너무도 대단했던 나머지 그때부터 이 치명적인 단점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안토니우스에게 이탈리아 전역을 맡기고 마지막으로 남은 적들을 물리치느라 세상을 누비던 때처럼. 그때 안토니우스는 자기에게 주어진 그 엄청난 권한으로 무엇을 했던가? 사자 네 마리를 전차에 매달고 마법사와 무희와 광대로 행진을 벌이고 무분별한 술판을 즐겼다. ? 무슨 일이 필요해? 로마는 저절로 굴러가는데. 그는 책임이 막중한 자리에 앉아서도 그저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했다. 그가 하고 싶은 일이란 술판을 벌이는 것이었다. 그는 아무 근거도 없이 내가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이니 세상만사는 내 뜻대로 되리라, 하고 믿는 듯했다. 그러고서 일이 막상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오로지 남 탓을 했다.

_ 46(티투스 폼포니우스 아티쿠스의 생각 중에서)

 

   이제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는 막바지를 향해 달려간다. 이 소설은 내가 이제껏 읽은 로마 관련 서적 중에서 가장 생생하면서도, 가장 친절한 길잡이였다. 대단원의 막을 내릴 마지막 권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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