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1 - 7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7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8년 8월
평점 :
이번 권은 필리피 전투 이후,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의 행보를 보여준다. 자신만만한 채로 허송세월하는 안토니우스 – 그의 심리를 세밀하게 살펴본다면, 자신만만해서 허송세월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함과 낮은 자존감에 현실을 방치하고 스스로 파멸로 이끌어가는 것 같다고 결론을 내릴 수도 있겠다 - 와 허약하고 위기에 봉착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착실하게 한 단계 한 단계 정리해나가는 옥타비아누스가 대조적이다. 마치 로마판 ‘항우와 유방’을 보는 듯하다.
역시나 그들의 인성, 품성에서 역사가 갈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크게 보면 세상의 변화에 대한 인식과 대응에서 승패가 갈렸다고 봐야 한다. 바로 이번 권 86쪽에 나오는 클레오파트라의 상상이야말로 작가가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를 빌려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안토니우스와 그의 일행 중 대다수는 시대의 요구와 그에 따라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그저 자신의 기득권을 방어하기 위해 나선 참이었다. 하지만 카이사르는 이미 완벽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옥타비아누스도 자기 양아버지의 생각의 한 부분을 읽고 현실로 옮기고 있었다. 이미 게임은 시작과 동시에 끝나있었다. 그 과정은 험난할지라도 말이다.
이 남자들은 밑도 끝도 없는 잔혹함을 지닌 듯했다. 카이사르가 그들 손에 죽은 것이 놀랍지도 않았다. 그들에게는 조국보다 개인과 자기 가문의 특권이 더 중요했고, 그런 점에 있어서 그들은 스스로 인정하기 싫을 만큼 미트리다테스 대왕을 닮아 있었다. 가문의 원수를 망하게 할 수 있다면 그들은 죽은 자들의 시체가 바닥을 덮게 만들 수도 있을 터였다. 클레오파트라가 보기에 그들은 아직도 작은 도시국가의 정치를 하고 있었다. 그 작은 도시국가가 이제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사제국이자 상업제국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더 넓은 땅을 점령했지만, 그가 죽자 그의 제국은 하늘의 연기처럼 사라졌다. 로마는 여기저기의 땅을 조금씩 점령했지만, 그 점령지들은 로마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묶였다. 그 개념에 내포된 더 큰 영광을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개인 차원의 갈등보다 이탈리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카이사르는 그녀에게 늘 말하곤 했다. 이탈리아와 로마는 동일한 존재라고. 하지만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는 동의하지 않을 터였다.
_ 86쪽 (클레오파트라의 생각 중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도 그러할까? 이미 게임의 결말은 나와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우리는 항상 번민하고 불안해하는 걸까. 그저 가치를 지키다 보면 필연적으로 승리해있는 걸까? 걱정할 필요도 없고, 그저 담대한 희망만 있으면 되는 걸까. 어렵다.
어쨌든, 로마판 초한지든, 중국판 초한지든 나는 언제나 이 세계에 끌리곤 한다. 그 다양한 영웅들의 현장 그 속에, 나는 어디에 있을까 불안 혹은 황홀해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