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H. 로렌스의 미국 고전문학 강의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임병권 옮김 / 자음과모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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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너대니얼 호손, 허먼 멜빌, 월트 휘트먼 등 익히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이름들이다. 그렇다. 19세기를 대표하는 미국 작가들의 이름이다. 널리 알려진 그들의 작품을 얘기하자면 이렇다. <어셔가의 몰락>, <주홍글씨>, <모비딕> , <풀잎>. 딱히 문학 작품을 좋아하지 않은 이들이라 할지라도 읽어본 적이 있는 작품들일 것이다. 그만큼 그들의 작품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며 여전히 새롭게 번역 출판되어 나오고 있으며 때로는 영화나 다른 예술 작품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 고전문학 작품을 말하자면 끝이 없다. 하지만 그중에서 정작 우리가 알고 있는 작품은 얼마나 될까. 그리 많지는 않을 듯하다. 그 분야가 워낙 방대한 이유도 하나의 이유겠지만 고전이라는 이름하에 어렵게 느껴지는 것 또한 그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 책은 어쩌면 우리가 그동안 미국 고전문학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점을 다소 해결해주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은 흔히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잘못 알려진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쓴 영국 작가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가 앞서  얘기한 작가들의 작품을 읽고 논평한 내용을 담고 있다. 20세기 초 영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로렌스의 시선으로 바라본 미국 고전문학의 허와 실이라고 해야 될까. 해당 작품들 속에 녹아있는 미국인의 영혼과 삶 그리고 역사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로렌스는 이 책을 통해서 작가다운 면모를 그지없이 보여준다. 난해할 정도의 비유와 은유가 함축되어 있으며 때론 민망할 정도의 거칠고 날카로운 표현으로 작품을 비평한다. 과연 진정 이것이 문학 작품을 대하는 태도로써 적합할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 동안 그의 말에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만큼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비평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역시 미국을 대표하는 대작가의 면모는 누구나 알아보는 법이다. 특히, 허먼 멜빌의 <모비딕>에 대한 논평을 읽다 보면 그가 얼마나 멜빌의 작품에 빠져있는지 알 수 있다. 최고의 해양문학이라고 일컬어지는 그 작품에서  로렌스는 고래와 포경선 선원들 간의 싸움, 보리새우가 고래에게 먹히는 장면 등을 묘사하는 멜빌의 섬세한 표현력을 아낌없이 칭찬하고 있다. 그 대목에서도 역시 고개를 저절로 끄덕일 수밖에 없다. 멜빌만큼 마치 나 자신이 바다에 있는 것처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쉽고 재미있다고 말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로렌스의 거칠 것 없는 비평이 낯설어 이해가 쉽지 않기도 하거니와 주의 깊게 읽지 않는다면 앞서 얘기한 내용들을 금세 잊어버려 도통 문맥의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집중해서 읽는다면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읽으면서 느꼈던 로렌스 특유의 문체가 오히려 글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 것이다. 그로 인해 미국 고전문학을 이해하고 그간 몰랐던 새로운 즐거움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다시 한번 처음 언급했던 작품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작품들에 대한 이해와 즐거움은 이 책을 읽기 전과 후로 나누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 차이가 못 견디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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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쉽고 바르게 읽는 고전
장자 지음, 박삼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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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몇몇 인물이 있다. 그중에서 나에게 조금 특별한 사람이 있는데 그가 바로 중국을 대표하는 사상가 중 한 명인 장자다. 장자는 송나라 사람으로서 전쟁으로 혼란했던 춘추전국시대에 활동했던 인물로써 도가를 대표하는 사상가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장자란 인물은 잘 알지 못한다. 공자, 맹자, 노자의 이름은 익숙하리만치 들어 알고 있지만 말이다. 이렇게 말을 하는 나도 사실은 잘 알지 못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장자를 한 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장자의 매력에 빠지고 만다. 나 또한 그렇게 장자의 사상에 심취하게 된 1인이다.


현재 전해지는 장자는 내편 7편, 외편 15편, 잡편 11편으로 총 3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장자 한 사람의 저작이 아니다. 내편 7편은 장자 본인의 저작이고 외편과 잡편은 장자를 따르는 제자와 후학들이 저술하여 덧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외편과 잡편은 주로 내편에 담긴 사상 관점을 부연 설명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장자에 심취하게 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인생철학에 있다. 


장자 일서는 "사람이 자신의 한 몸을 온전히 지키며 마음 편히 살기 위해서 진정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관한 철학적 고뇌와 사고의 결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이 바로 장자 철학 사상의 출발점이요, 또한 귀착점이다. 장자의 철학은 가위 인생철학이다. 사람은 누구나 현세의 삶 속에서 주객관적 속박과 한계에 부딪히며 고통과 번뇌에 빠지게 된다. 바로 그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한 장자의 인생철학은 한마디로 세속적 속박과 얽매임에서의 초탈과 벗어남이다.


처음 장자를 접했을 때 가슴속에 얽매였던 무언가를 뻥 터트려주는 느낌을 받았다. 어디에도 그리고 누구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자적한 삶의 모습에 대리만족을 느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고대 중국 역사상 혼란이 극에 달했던 춘추전국시대 한 번은 초나라 위왕이 장자의 지혜에 감탄하여 그에게 재상에 오르기를 청한 적이 있었다. 누구라도 흔쾌히 승낙했을 법한데도 불구하고 장자는 왕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다. 오랫동안 호의호식하다가 결국은 제물로 바쳐지는 희생양이 돼버린 소를 빗대어, 군주의 속박 아래서 벼슬 하기보다 차라리 누추한 곳에서 자유롭게 사는 삶을 택한 것이다. 과연 내가 장자였다면 그럴 수 있을까.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 요즘 사회적 지위는 물론이고 경제적인 이로움까지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이는 없다. 장자의 시대를 초월한 소유자적 사상이 여전히 높이 평가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간 장자 번역서를 쭉 읽어왔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완역서를 읽어보진 못했었다. 이번에 '쉽고 바르게 읽는 고전'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발간된 시리즈의 첫 번째로 완역된 장자를 읽게 되었는데 그간 채워지지 않았던 구멍이 매워진 듯하다. 이 책은 완역과 해설 뿐만아니라 장자 원문도 함께 실려 있는데 원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자의 뜻을 풀어 놓았다. 장자에 쓰인 한자의 올바른 해석과 이해를 위함이다. 


저자는 장자 총 33편의 완역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일환으로 내편 7편을 이 책 한 권에 담았다. 추후 외편과 잡편도 출간될 예정이다. 앞서 내편은 장자 본인이 외편과 내편은 제자와 후학들의 저술이라고 얘기했는데 이후 출간될 장자 외편과 내편의 완역은 어떠할지 궁금하다. 장자와 같은 고전은 한번 읽고 끝낼 책이 절대 아니다. 늘 곁에 가까이 두고 읽어야 할 필수 고전 중 하나다. 너나 할 것 없이 삶의 힐링을 찾고자 노력하는 요즘 같은 이때 장자 특유의 초탈과 힐링의 지혜는 우리에게 내적인 안정과 외적인 풍요로움을 동시에 만족시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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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포스는 왜 버려진 도시로 갔는가 -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도시 재생 프로젝트에 대한 냉정한 보고서
에이미 그로스 지음, 이정란 옮김 / 한빛비즈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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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창의적인(Creative)'일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최첨단 산업단지가 주는 이미지가 그렇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또한 그러하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여전히 실리콘밸리와 그곳의 사람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하며 미래를 선도하고 있다. 의심할 여지없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들에게 환상이 실존한다. 그 환상이란 실리콘밸리와 실리콘밸리 사람들에게는 불가능은 없어 보이며 무엇이든 성공해낼 것처럼 여겨진다는 점이다. 사실은 실리콘밸리에서도 성공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은 깨닫지 못한다. 실리콘밸리와 사람들에 대한 또 다른 면모다.


'행복을 배달해드립니다(Delivering Happiness)'. 자포스라는 미국의 온라인 신발 회사의 모토다. 지금은 아마존에서 인수하여 전 세계적으로 큰 회사 중 하나가 되었다. 몇 해 전 이 회사의 모토와 동일한 제목의 책이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 하버드를 졸업하고 창업하여 성공한 실리콘밸리의 떠오르는 CEO 중 하나인 토니 셰이의 자서전 격인 책이다.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자포스를 전 세계에서 유명한 온라인 신발회사로 만들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기업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자유분방하고 직원들이 모두 끈끈한 유대감으로 똘똘 뭉친 생에 한 번쯤 꼭 일하고 싶은 그런 회사의 모습. 한국의 청년들에게 자포스는 구글과 비슷한 꿈의 회사 그 못지않게 보였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그만큼 자포스를 이끄는 CEO의 젊은 패기와 열정 그리고 무엇보다 고정관념의 틀을 깨는 창의적인 혁신은 모두를 열광하게 만들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는 그것을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듯 당당히 자포스를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키워냈다.


이 책은 그런 토니 셰이와 자포스의 새로운 도전 과정을 담고 있다. 미국 전역에 불어온 새로운 바람인 도시재생 프로젝트다. 아마존과 트위터는 자사를 낙후된 도심으로 이전하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도시를 재생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토니 셰이 또한 그의 히피적 성향과 열정이 더해져 앞선 기업들의 행보에 동참한다.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가 바로 다운타운 프로젝트다. 그는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을 5년 안에 재생시키겠다고 선언한다. 그럼으로써 그와 자포스는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에 새로운 둥지를 트게 되고 미 전역을 돌며 그의 다운타운 프로젝트를 홍보하기에 이른다. 또한, 3억 5천만 달러를 자신과 함께할 스타트업 회사들에 투자지원을 하며 다운타운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다운타운 프로젝트는 무난한 성공의 궤도를 달라가는 듯했다. 


하지만 역시 죽어가는 도시를 재생시킨다는 게 말처럼 쉽지 많은 안아 보인다. 1년이 채 못되어 프로젝트가 삐거덕 거리기 시작한다. 토니 셰이의 투자와 열정에 이끌리듯 다운타운으로 몰려든 사람들은 점차 수익 공유에 대한 압박을 받게 되고 점차 하나둘 떠나게 된다. 초기 100개 기업이 몰려들었던 반면 1년 새 남아 있는 기업은 30-40개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구나 자살하는 사람들까지 발생한다. 토니 셰이가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간과했던 점은 무엇이었을까. 그와 자포스를 포함 다운타운에 이주한 기업들은 지역사회에 녹아들지 못했다는 평가다. 어쩌면 이 점이 가장 크지 않을까.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가장 큰 목적이 바로 지역사회의 문화 경제 활성화가 아닐는지. 외부에서 열정 있는 사람들을 초대하기에 앞서 지역사회에서 인재 양성에 힘썼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의 저자가 심층 있게 토니 셰이와 자포스의 다운타운 프로젝트를 취재하고 기록할 수 있었던 점은 그녀 역시 그 프로젝트의 일환이었기 때문이다. 그간 일하던 언론사에서 나와 독립 언론사를 꿈꾸며 다운타운으로 이주했다. 그와 함께 시작한 첫 작품이 바로 이 르포다. 한때 토니 셰이에 열광하여 그와 함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왔지만 정작 그녀가 겪은 프로젝트의 실상은 사뭇 다르다. 하지만 그녀는 냉철한 시각으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이 글을 끝까지 마무리하고 있다. 쉽지 않은 선택이고 결정이었을 것 같다.


토니 셰이와 자포스의 다운타운 프로젝트는 현재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한다. 처음 목표했던 5년에서 15년으로 연장되었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토니 셰이의 열정과 꿈에 심취했었던 한 사람으로서 그의 다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그가 등한시했던 점들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이 책에서 읽은 내용이 다운타운 프로젝트의 전부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없는 사실도 아니다. 분명한 현실이고 객관적인 사실이며 문제점과 해결점을 심도 있게 점검해볼 시간이다. 그럼 점으로 비춰볼 때 이 책은 토니 셰이에게 프로젝트를 돌아볼 여유와 새로운 동기를 부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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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곽재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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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최근은 아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블로그에 책에 대한 짤막한 리뷰를 남기면서부터다. 보통 1주일 정도 걸려 한 권의 책을 읽는다. 그리고 나서 감상문을 쓰는데 보통 내가 작성하는 감상문을 그리 긴 편은 아니다. 가끔 하고 싶은 말이 많거나 유달리 잘 써지는 날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분량을 쓰기도 한다. 그렇다고 글을 길게 썼다고 해서 반드시 맘에 드는 것은 아니다. 글을 마무리하고도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반대로 짧은 글이지만 내가 원하는 느낌이 잘 살아난 경우도 있다. 그럴 땐 이상하게 짜릿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못내 아쉬운 글쓰기로 그치고 만다. 아마 그때로부터였던 것 같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그리고 많이 하게 된 것은.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더욱 직업에 귀천이 없는듯하다. 특히, 글을 쓰는 작가라는 직업은 더 그러하다. 작가라는 말 자체가 글을 쓰는 사람인데 이제는 우리가 옛날에 알던 정말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만 붙여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으며 그 채널도 다양하다. 하루에도 수십만 개의 글을 올라오는 SNS 채널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모두가 작가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 모두를 작가라고 부르진 않는다. 그 이유는 작가다운 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다운 글이란 게 있을 리 만무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작가다운이란 뜻은 이렇다. 누구에게나 읽혔을 때 인정할만한 글 즉, 잘 쓰인 글이다. 작가가 아닌 이상 일반인인 우리가 그렇게 쓸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을까. 없다. 그러나 적어도 가까워질 수는 있다.


글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말에 100,000,000%쯤 공감한다. 비록 내가 글을 쓰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작가도 아니고 작가 지망생도 아니지만 그쯤은 안다. 왜냐. 글을 쓰지 않으면서 도대체 어떻게 좋은 글을 쓸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지 않나. 그래서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글쓰기란 되도록 많은 글을 쓰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자 했던 이유이고 나처럼 글을 좀 더 잘 써보고자 하는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딱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라고 말하고 있는데.


거창하게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쓰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 얘기를 끄적이고 싶은데 그게 생각만큼 잘 안 써진다. 책 제목처럼 매번 '그날은 유독 비가 많이 내렸다.'처럼 누구나 쓸 수 있는 첫 문장만 써놓은 채 모니터 앞에 팔짱 끼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이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되지도 않는 말로 치장하지 않고 담백하고 솔직하게 작가 본인이 하고 있는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면서 조건을 단다. 이 방법도 최선은 아니라고 말이다. 자신도 이렇게 노력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을 뿐이라고 말이다. 참고하여 자신만의 방법을 찾으라고 말이다. 이런 식의 조언이 더 피부에 와닿는다. '이럴 땐 이렇게 해라', '저럴 땐 저렇게 해라'와 같은 조언은 솔직히 쓸모가 없다.


책을 읽으면 특히 공감했던 부분이다. 

1. 망한 영화를 보면서 그 안에서 소재를 찾아보기

2.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나 영화를 내 손으로 각색하여 다시 써보기

3. 특정 주제로 글을 쓸 때 가장 재미있는 부분부터 먼저 쓰기

3. 등장인물이나 이야기 속에 비밀 부여하기

4. 싫어하는 말이나 표현 피하기

5. 말도 안 되는 얘기라도 일단 쓰고 보기

6. 이야기를 처음부터 이어나가려 하지 말고 짧게 쓴 이야기 바꾸고, 덧붙이고, 고쳐쓰기

7. 이야기가 막힐 땐 그냥 아무거나 쓰고 꿈이라고 하기

8. 장편을 쓰려고 하기보다 짧은 글이라도 마무리하기

9. 스스로 마감을 정해 지켜가며 글 써보기

10. 글쓰기만을 위해 잘 다니던 직장 때려치우지 않기 


이 책을 읽고 무조건 따라 하면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겠다고 생각하지 말자. 어디까지 글을 쓰며 글 쓰는 직업을 겸하고 있는 작가의 조언일 뿐이다. 냉철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고 난 후 가뿐한 숨이 내뱉어지니 글쓰기에 대한 막막함은 조금 덜은 듯하다. 글을 쓴다는 거 다시 한번 생각해봐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우리가 글을 쓰려고 하는 이유는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자기 얘기를 글로 대신할 때의 그 느낌 바로 글을 쓰면서 얻는 힐링이 아닐까 싶다. 힐링이 헬링이 되지 않도록만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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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하지 않습니다 - 완벽하게 쉬고 집중적으로 일하는 법
알렉스 수정 김 방 지음, 박여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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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회사 같은 부서에 일하는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매일 같이 야근에 주말 출근도 불사르며 열심히 일을 한다. 다른 한 명은 정해진 업무시간에만 집중적으로 일을 한다. 과연 이 두 사람 중에 누가 일을 잘한다고 생각할까. 많은 관리자들은 여전히 전자를 택할지도 모르겠다. 표면적으로 본다면 당연히 전자가 애사심을 갖고 일을 더 열심히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꼭 그럴까. 만약 동일한 일이 두 사람에게 주어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일을 성과만 놓고 판단한다면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 왜 그럴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일과 휴식은 반대의 개념이다. 휴식을 가능한 적게 할수록 그만큼 일을 많이 할 수 있고 일의 능률과 성과도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멀지 않은 과거까지는 그것이 회사생활을 진리요 법칙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결코 일을 많이 한다고 해서 성과가 반드시 좋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규칙적인 휴식이 오히려 일의 성과를 향상시키는 반대의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남들 잘 때 자고 쉴 때 쉬면서 어떻게 남들보다 앞서길 바라냐는 말이 있다. 특히 고3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쉬지 말고 공부해야 하라는 말이다. 그런데 정작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은 오히려 그렇게 공부 안 한다. 놀 땐 확실하게 놀고 공부할 땐 집중해서 공부한다. 노는 시간과 공부하는 시간의 비중이 중요치 않다. 그네들의 말에 따르면 놀고 싶은 만큼 실컷 놀았으니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일이라고 다를까. 우리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었던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 고착된 사회 시스템에 물들어 잊어버린 거다.


완벽하게 쉬고 집중적으로 일하는 법.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을 이 책을 통해 우리의 기억 저편에서 다시 끄집어 낼 수 있게 해준다고 해야 될까. 어쩌면 기억하기 힘든 우리를 위해 의도적인 휴식을 연습하고, 에너지를 유지하며 창의력을 폭발시키고, 더 오래 일하기 위한 10가지 전략을 제시해주기까지 한다. 그 전략이란 다음과 같다.


1. 진지하게 휴식을 취하라.

2. 하루 중 집중하는 시간을 확보하라.

3. 일과 휴식 시간을 켜켜이 쌓도록 하라.

4. 하루를 일찍 시작하라.

5. 일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시간을 갖자.

6. 스마트폰은 잠시 치워두라.

7. 매 분기별로 일주일씩 휴식을 취하라.

8. 심층 놀이를 즐겨라.

9. 운동을 하라.

10. 충분한 수면을 취하라.


이 제안이 왠지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나뿐만 일까. 휴식을 취하고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일찍 일어나고 꾸준한 운동을 하고 잠을 푹 자는 것.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다. 단지 지키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 작심삼일처럼 하루 이틀 해보고 포기하는 것이 아닌 일상의 습관처럼 해야 된다. 


이 책에는 휴식이 일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를 문화, 사회, 과학, 의학, 수학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 그런 훌륭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은 하루 일과 중에 연구하는 시간보다 산책하는 시간이 많았으며 산책하는 중에 연구에서 중요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세계 2차대전의 영웅으로 손꼽히는 아이젠 하워는 전쟁 중에 한적한 시골에 전쟁과 동떨어져 쉴 수 있는 은신처를 마련하여 휴식을 취했다. 그 시간은 아이젠 하워에게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에너지와 열정을 회복시켜줬다. 마리 퀴리, 존 바딘, 프레더릭 생어 등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은 하나같이 꾸준히 운동을 즐기며 연구로 인한 심신을 회복하고자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하나의 소설을 끝내면 마라톤을 뛰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일과 휴식은 동등해야 한다. 휴식은 하나의 기술이다. 휴식은 기운을 회복시켜주는 최고의 기술로 인정받아야 한다. 제대로 잘 쉬어야만 끝도 없는 일과 한도 없이 높은 기대치의 일그러진 굴레에서 벗어나 창의적으로 생산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의도적인 휴식은 우리의 삶에 창의성만 더해주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휴식을 할 때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롭고 충만해진다. 휴식은 필요할 때 마법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나 요즘처럼 바쁜 세상에서는 휴식 시간을 따로 확보하기가 더욱 힘들다. 휴식이 일과 잠 사이의 어느 시간에 자리 잡을 때, 집 청소와 아이 돌보기, 자원봉사, 동호회 활동 등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일상의 틈에 자리 잡을 때, 자기 자신을 위한 권리로 요구할 때 좀 더 실체가 있는 귀중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 명료하다. 일의 성과를 높이면서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휴식을 취해야 한다. 하루 이틀 휴가를 내고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면서 쉬는 그런 형식적인 휴식이 아니다. 일하는 과정 속에서 규칙적으로 취하는 휴식을 말한다. 그것은 산책이 될 수도 있고 짧은 운동이 될 수도 있다. 나에게 맞는 휴식 방법이 뭘까 이제는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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