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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하지 않습니다 - 완벽하게 쉬고 집중적으로 일하는 법
알렉스 수정 김 방 지음, 박여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같이 회사 같은 부서에 일하는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매일 같이 야근에 주말 출근도 불사르며 열심히 일을 한다. 다른 한 명은 정해진 업무시간에만 집중적으로 일을 한다. 과연 이 두 사람 중에 누가 일을 잘한다고 생각할까. 많은 관리자들은 여전히 전자를 택할지도 모르겠다. 표면적으로 본다면 당연히 전자가 애사심을 갖고 일을 더 열심히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꼭 그럴까. 만약 동일한 일이 두 사람에게 주어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일을 성과만 놓고 판단한다면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 왜 그럴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일과 휴식은 반대의 개념이다. 휴식을 가능한 적게 할수록 그만큼 일을 많이 할 수 있고 일의 능률과 성과도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멀지 않은 과거까지는 그것이 회사생활을 진리요 법칙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결코 일을 많이 한다고 해서 성과가 반드시 좋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규칙적인 휴식이 오히려 일의 성과를 향상시키는 반대의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남들 잘 때 자고 쉴 때 쉬면서 어떻게 남들보다 앞서길 바라냐는 말이 있다. 특히 고3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쉬지 말고 공부해야 하라는 말이다. 그런데 정작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은 오히려 그렇게 공부 안 한다. 놀 땐 확실하게 놀고 공부할 땐 집중해서 공부한다. 노는 시간과 공부하는 시간의 비중이 중요치 않다. 그네들의 말에 따르면 놀고 싶은 만큼 실컷 놀았으니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일이라고 다를까. 우리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었던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 고착된 사회 시스템에 물들어 잊어버린 거다.
완벽하게 쉬고 집중적으로 일하는 법.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을 이 책을 통해 우리의 기억 저편에서 다시 끄집어 낼 수 있게 해준다고 해야 될까. 어쩌면 기억하기 힘든 우리를 위해 의도적인 휴식을 연습하고, 에너지를 유지하며 창의력을 폭발시키고, 더 오래 일하기 위한 10가지 전략을 제시해주기까지 한다. 그 전략이란 다음과 같다.
1. 진지하게 휴식을 취하라.
2. 하루 중 집중하는 시간을 확보하라.
3. 일과 휴식 시간을 켜켜이 쌓도록 하라.
4. 하루를 일찍 시작하라.
5. 일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시간을 갖자.
6. 스마트폰은 잠시 치워두라.
7. 매 분기별로 일주일씩 휴식을 취하라.
8. 심층 놀이를 즐겨라.
9. 운동을 하라.
10. 충분한 수면을 취하라.
이 제안이 왠지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나뿐만 일까. 휴식을 취하고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일찍 일어나고 꾸준한 운동을 하고 잠을 푹 자는 것.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다. 단지 지키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 작심삼일처럼 하루 이틀 해보고 포기하는 것이 아닌 일상의 습관처럼 해야 된다.
이 책에는 휴식이 일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를 문화, 사회, 과학, 의학, 수학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 그런 훌륭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은 하루 일과 중에 연구하는 시간보다 산책하는 시간이 많았으며 산책하는 중에 연구에서 중요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세계 2차대전의 영웅으로 손꼽히는 아이젠 하워는 전쟁 중에 한적한 시골에 전쟁과 동떨어져 쉴 수 있는 은신처를 마련하여 휴식을 취했다. 그 시간은 아이젠 하워에게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에너지와 열정을 회복시켜줬다. 마리 퀴리, 존 바딘, 프레더릭 생어 등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은 하나같이 꾸준히 운동을 즐기며 연구로 인한 심신을 회복하고자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하나의 소설을 끝내면 마라톤을 뛰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일과 휴식은 동등해야 한다. 휴식은 하나의 기술이다. 휴식은 기운을 회복시켜주는 최고의 기술로 인정받아야 한다. 제대로 잘 쉬어야만 끝도 없는 일과 한도 없이 높은 기대치의 일그러진 굴레에서 벗어나 창의적으로 생산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의도적인 휴식은 우리의 삶에 창의성만 더해주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휴식을 할 때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롭고 충만해진다. 휴식은 필요할 때 마법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나 요즘처럼 바쁜 세상에서는 휴식 시간을 따로 확보하기가 더욱 힘들다. 휴식이 일과 잠 사이의 어느 시간에 자리 잡을 때, 집 청소와 아이 돌보기, 자원봉사, 동호회 활동 등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일상의 틈에 자리 잡을 때, 자기 자신을 위한 권리로 요구할 때 좀 더 실체가 있는 귀중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 명료하다. 일의 성과를 높이면서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휴식을 취해야 한다. 하루 이틀 휴가를 내고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면서 쉬는 그런 형식적인 휴식이 아니다. 일하는 과정 속에서 규칙적으로 취하는 휴식을 말한다. 그것은 산책이 될 수도 있고 짧은 운동이 될 수도 있다. 나에게 맞는 휴식 방법이 뭘까 이제는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