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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곽재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평점 :
글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최근은 아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블로그에 책에 대한 짤막한 리뷰를 남기면서부터다. 보통 1주일 정도 걸려 한 권의 책을 읽는다. 그리고 나서 감상문을 쓰는데 보통 내가 작성하는 감상문을 그리 긴 편은 아니다. 가끔 하고 싶은 말이 많거나 유달리 잘 써지는 날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분량을 쓰기도 한다. 그렇다고 글을 길게 썼다고 해서 반드시 맘에 드는 것은 아니다. 글을 마무리하고도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반대로 짧은 글이지만 내가 원하는 느낌이 잘 살아난 경우도 있다. 그럴 땐 이상하게 짜릿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못내 아쉬운 글쓰기로 그치고 만다. 아마 그때로부터였던 것 같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그리고 많이 하게 된 것은.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더욱 직업에 귀천이 없는듯하다. 특히, 글을 쓰는 작가라는 직업은 더 그러하다. 작가라는 말 자체가 글을 쓰는 사람인데 이제는 우리가 옛날에 알던 정말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만 붙여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으며 그 채널도 다양하다. 하루에도 수십만 개의 글을 올라오는 SNS 채널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모두가 작가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 모두를 작가라고 부르진 않는다. 그 이유는 작가다운 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다운 글이란 게 있을 리 만무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작가다운이란 뜻은 이렇다. 누구에게나 읽혔을 때 인정할만한 글 즉, 잘 쓰인 글이다. 작가가 아닌 이상 일반인인 우리가 그렇게 쓸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을까. 없다. 그러나 적어도 가까워질 수는 있다.
글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말에 100,000,000%쯤 공감한다. 비록 내가 글을 쓰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작가도 아니고 작가 지망생도 아니지만 그쯤은 안다. 왜냐. 글을 쓰지 않으면서 도대체 어떻게 좋은 글을 쓸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지 않나. 그래서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글쓰기란 되도록 많은 글을 쓰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자 했던 이유이고 나처럼 글을 좀 더 잘 써보고자 하는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딱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라고 말하고 있는데.
거창하게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쓰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 얘기를 끄적이고 싶은데 그게 생각만큼 잘 안 써진다. 책 제목처럼 매번 '그날은 유독 비가 많이 내렸다.'처럼 누구나 쓸 수 있는 첫 문장만 써놓은 채 모니터 앞에 팔짱 끼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이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되지도 않는 말로 치장하지 않고 담백하고 솔직하게 작가 본인이 하고 있는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면서 조건을 단다. 이 방법도 최선은 아니라고 말이다. 자신도 이렇게 노력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을 뿐이라고 말이다. 참고하여 자신만의 방법을 찾으라고 말이다. 이런 식의 조언이 더 피부에 와닿는다. '이럴 땐 이렇게 해라', '저럴 땐 저렇게 해라'와 같은 조언은 솔직히 쓸모가 없다.
책을 읽으면 특히 공감했던 부분이다.
1. 망한 영화를 보면서 그 안에서 소재를 찾아보기
2.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나 영화를 내 손으로 각색하여 다시 써보기
3. 특정 주제로 글을 쓸 때 가장 재미있는 부분부터 먼저 쓰기
3. 등장인물이나 이야기 속에 비밀 부여하기
4. 싫어하는 말이나 표현 피하기
5. 말도 안 되는 얘기라도 일단 쓰고 보기
6. 이야기를 처음부터 이어나가려 하지 말고 짧게 쓴 이야기 바꾸고, 덧붙이고, 고쳐쓰기
7. 이야기가 막힐 땐 그냥 아무거나 쓰고 꿈이라고 하기
8. 장편을 쓰려고 하기보다 짧은 글이라도 마무리하기
9. 스스로 마감을 정해 지켜가며 글 써보기
10. 글쓰기만을 위해 잘 다니던 직장 때려치우지 않기
이 책을 읽고 무조건 따라 하면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겠다고 생각하지 말자. 어디까지 글을 쓰며 글 쓰는 직업을 겸하고 있는 작가의 조언일 뿐이다. 냉철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고 난 후 가뿐한 숨이 내뱉어지니 글쓰기에 대한 막막함은 조금 덜은 듯하다. 글을 쓴다는 거 다시 한번 생각해봐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우리가 글을 쓰려고 하는 이유는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자기 얘기를 글로 대신할 때의 그 느낌 바로 글을 쓰면서 얻는 힐링이 아닐까 싶다. 힐링이 헬링이 되지 않도록만 주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