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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복서 이권숙
추종남 지음 / 마카롱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복싱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1974년 흑백 TV 브라운관에서 복싱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홍수환 선수가 어머니와의 전화 통화에서
외쳤던 말이다. 아마도 이때부터가 우리나라 복싱의 전성기가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우리나라에서 복싱은 이제는
한물간 과거의 유물 같은 운동경기가 되어버렸다. 물론 여전히 복싱에 전심전력을 다하는 훌륭한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예전 7-80년대 전성기에
비하면 사람들의 관심 밖의 일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그 자리를 이제는 K1, UFC 같은 이종격투기가 자리하고 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복싱에서 이종격투기로
인기와 사람들의 관심이 옮겨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복싱을 떠올리면 어떤 묘한 매력이 느껴지곤 한다. 복싱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매력을
느끼고 있는 팬의 한 사람이어서 일까. 복싱을 소재로 한 이 발칙하고 신선하고 달달한 로맨스 소설이 내겐 너무나도 재미있게 느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다.
지금은 비인기 종목이
되어버린 복싱계에 천재 복서가 나타났다. 그것도 여성 복서다. 대부분 남자들이 서로 주먹을 맞 부딪히며 서로의 강함을 겨루는 경기로 여기는
복싱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천재 여성 복서 이권숙이 바로 그녀다. 세계 챔피언 에스토마타의 방한. 챔피언의 인기와 열띤 취재 속에 마련된 복싱
꿈나무들을 위한 친선 스파링. 그날 그녀는 세계 챔피언을 강렬한 어퍼컷으로 다운을 시키며 전 세계 복싱계에 강한 인상을 남긴다. 천재임을
증명하듯 아시안게임, 올림픽, 세계 선수권대회를 승리로 휩쓸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는 돌연 은퇴 선언과 함께 홀연히
자취를 감춰버린다. 그저 남들처럼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 사랑도 하며 평범하게 살고 싶은 권숙. 하지만 그녀는 모두가 원하는 천재 복서다. 천재의
숙명이랄까. 세상은 천재를 조용히 살게 내버려 두지 않는 법. 과연 사랑하고 싶은 스무 살 꽃처녀 권숙은 그녀의 바람을 이룰 수
있을까.
책 제목과 표지를 처음
봤을 때 사실 약간 촌스러운 느낌이랄까. 별 기대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복싱에 대한 묘한 매력을 느끼는 나로선 그저
이 소설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고 할까. 아니면, 제2회 교보문고 로맨스 공모전에서 당당히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의 매력이 있었던 걸까.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된 것 같다. 처음 제목에서 느꼈던 촌스러움은 이내
신선함으로 변해버렸고 내 머릿속은 소설 속 장면 하나하나를 그려나가고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다 읽을
때까지 한편의 영화를 본 듯한 착각에 빠졌었다. 영화화가 된다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모르게 여주인공 천재 복서 이권숙
역에 배우 하지원을 캐스팅하기에 이르렀다. 그만큼 오랜만에 재미있고 가슴 쫄깃한 로맨스 소설을 본 듯하다.
지금은 흥행 보증수표
배우가 되어버린 영화배우 송강호가 처음 주연을 맡아 열연한 영화가 바로 프로레슬링을 소재로 한 <반칙왕>이라는 영화다. 크게
흥행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너무 좋아하는데 이 영화를 통해 그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묻혀있던 프로레슬링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었다. 사심 섞인 바램이 있다면 이 소설책이 그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로 인해 조금은 많은 분들이 복싱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복싱의 매력에 달달하고 상큼한 로맨스가 더해진 <순정복서 이권숙>의 영화화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