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의 소녀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살면서 무수히 많은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어쩌면 죽을 때까지 말하지 못하는 비밀을 한 가지씩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선의든 악의든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연인 또는 가족에서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더러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아마도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삶의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상대방이 갖고 있는 비밀스러운 과거를 알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현재의 모습이 한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주진 못한다. 과거란 그 사람이 지금껏 살면서 걸어온 발자취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는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어떤 사람일지 알 수 있게 삶의 기록이다.

전 세계에 팬을 거르리고 있는 베스트 소설 작가인 라파엘은 3주 후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는 전에 만난 사람과 충동적인 결정으로 인해 결혼에 한번 실패한 적이 있다. 물론, 그 사람과의 만남으로 사랑하는 아들 테오를 갖게 된 것은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두 번의 실패는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결혼을 앞두고 사랑하는 연인 안나와 함께 떠난 여행에서 실수를 하고 만다. 그는 안나에게 서로에게 숨기고 있는 과거의 비밀을 털어놓을 것을 강요한다. 안나는 드디어 자신의 과거를 얘기할 때가 왔음을 짐작하고 그에게 불에 탄 세 구의 시체를 찍은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내가 저지른 짓'이라고 말한다. 그 사진을 본 라파엘은 충격에 휩싸이고 곧바로 그녀를 떠나버린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다시 그녀에게 돌아가지만 그녀는 이미 그 자리를 떠나고 만다. 연인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 자신의 오만은 커다란 두 사람 사이의 오해를 낳고 그 오해는 걷잡을 수 없는 커다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안나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라파엘. 하지만, 조사를 거듭할수록 안나는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안나가 더 이상 아니다. 과연 라파엘은 사랑하는 연인의 숨겨진 과거의 진실을 마주하면서 그녀를 되찾을 수 있을까.

'사랑과 감동의 마에스트로'. 이제는 더 이상 기욤 뮈소에 대한 이 수식어가 낯설지가 않다. 이번 작품은 그가 한국에서 펴낸 13번째 소설이 되었다. 아마 외국 작가로서 국내에 이렇게 꾸준히 자신의 작품을 출간하는 이도 드물 것이다. 그만큼 그는 한국 내에서 인기 많은 작가임에 틀림없다. 그 사실을 반증하듯 이번 그의 소설에는 한국인이 사건을 담당했던 전직 형사로 등장하여 눈길을 끈다. 작가가 한국 팬들에게 선사하는 작은 선물이라고 해야 될까. 이로써 전 세계에 그의 소설을 읽는 독자들이 한국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동안 기욤 뮈소가 추구해온 판타지적 소설 패턴을 버렸다. 그전까지는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펼쳤다면 이번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접근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과연 이 소설이 그의 소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변한 모습이다. 그렇지만 소설을 읽는 동안 '역시 기욤 뮈소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가 추구하는 '사랑과 감동'이라는 메인 스토리라인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전 작품부터 스릴러 장르에 도전장을 던지며 작품 세계를 넓혀가고 있는 그가 이번에도 매혹적인 스릴러 작품을 펴냈다. 사랑하는 연인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갑작스럽게 사라진 연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거대한 진실이 잘 짜인 각본처럼 술술 풀려나간다. 희대의 연쇄 납치 살인사건과 미국 대통령 선거라는 전혀 상관없을 듯한 사건들이 서로 맞물려 가는 과정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기욤 뮈소만이 할 수 있는 기교다.

<구해줘>라는 작품을 처음 접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다. 지금껏 그의 소설을 읽는 동안 한 번도 지루함을 느끼지 못한 것은 단순히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기욤 뮈소는 독자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 아는 작가가 아닐까 생각된다. 매번 그의 소설을 읽고 난 후 하루빨리 그의 다음 작품을 읽을 날을 눈꼽아 기다리게 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멋진 소설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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