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니다, 우주일지
신동욱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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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신동욱을 브라운관에서 처음 만난 건 드라마 <쩐의 전쟁>을 통해서였다. 내가 아는 그는 박신양이라는 대스타와 함께 출연한 신인 연기자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드라마에서 그의 역할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단순히 큰 키에 잘생긴 외모가 다가 아니었다. 박신양이라는 배우 못지않게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드라마를 보면서 '아, 신동욱 뜨겠구나'하는 생각을 한건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그런 큰 기대감을 주는 배우였다. 그런 그가 돌연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배우로써 촉망받던 그에게 큰 아픔이 찾아온 것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희귀병에 걸려 투병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배우 신동욱은 팬들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런데 그가 5년간의 투병 생활 끝에 배우가 아닌 작가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왔다. 장르는 SF 우주 소설이다.

이 세상은 그를 이렇게 부른다. T 그룹의 CEO. 천재 사업가. 전기 자동차의 아버지. 우주인. 화성이주를 꿈꾸는 개척자.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 바람둥이. 그의 이름은 맥 매커천이다. 우주를 좋아해서 화성 이주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그것은 그의 어릴 적부터 꿈이었다. 하지만, 화성 이주 사업은 그의 생각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골머리를 앓고 있는 그에게 어느 날 구세주가 나타난다. 그녀의 이름은 한국인 김안나. 이론물리학자로 그녀 또한 우주를 사랑해서 우주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그녀는 맥에게 불가능한 화성 이주 사업 대신 우주 엘리베이터 프로젝트를 제안(?) 하게 된다. 그녀의 섹시한 지적 미모에 첫눈에 반한 맥은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곧이어 그녀의 우주 엘리베이터 프로젝트를 실행해 옮기게 된다. 문제는 우주 엘리베이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서는 약 2억 3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우주로 날아가 소행성 AC5680을 포획해와야 한다. 과연 맥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오랜 꿈을 위해 소행성 포획 작전을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을까?

영화 <마션>으로 우주를 다룬 소설이나 영화가 한층 더 인기가 많아진 것 같다. 물론,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덕후들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기엔 그렇다. 그만큼 영화 <마션>은 앤디 위어의 소설을 리얼하게 재현했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가 실화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영화와 소설 모두 화성과 우주에 대한 묘사가 디테일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와 같은 작품이 또 나왔다. 아니 그보다 더 재미있는 우주 소설이다. 우주 어드벤처는 물론 유머와 로맨스까지 곁들어져 있다. 읽는 내내 유쾌하고 재미있다. 어려운 우주 용어들이 그렇게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 또한 소설의 재미를 위해 필요한 양념에 불과해 보인다.

작가 신동욱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수백 권의 우주, 물리학 책을 독파함은 물론 엄청난 자료조사까지 했다고 한다. 소설을 읽어보면 그가 이 한 권의 책에 쏟아부은 열정과 정성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다. 우주 탐사와 관련된 각종 이론과 용어들을 자연스럽게 소설에 녹여낼 수 있으려면 단순한 상상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더구나 투병 생활을 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소설 속 주인공 맥 매커천이 품고 있는 우주를 향한 꿈은 배우이자 작가인 그의 꿈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그의 꿈 이야기다.


우리는 현재의 인류와 더 나은 세상을 사고 있을 미래의 인류를 잇는 거대한  대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인류의 미래를 표상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선택한 현재의 결과에 따라서 미래에 대한 결과도 많이 달라질 테니. (중략) 미래는 절대로 정해져 있지 않다. 현재의 선택에 의해서 진화의 나무처럼 분화되고 갈라질 뿐이다. 그래야 공정하다. 미래가 단 하나의 세상으로 결정돼 있다면, 우주의 존재는 엄청난 시공간의 낭비일 뿐이니까. (중략) 나는 노력의 질량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미래의 결과조차도 휘게 만들 수 있는 무거운 중력이 만들어지지라 믿는다. 미래는 그 누구도 정말 모를 일이다. 그러니 우리는 지금의 시간을 충실하게 달려서 미래를 바꿔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최선이다.

'나는 어두운 우주 속에 처박혀 일지를 쓰고 있는 우주 글쟁이다.'라고 맥을 목소리를 빌려 말하지만 결코 그는 현재 자신의 모습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후회는 어리석은 미래를 맞이하는 지름길이며 비겁한 변명'일 뿐이기 때문이다.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들 말한다. 현재의 내 노력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고 말이다. 힘겨운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배우이자 작가인 신동욱의 미래도 결코 알 수 없다. 그는 이 소설을 통해 지금의 우리가 지금의 위치에서 무엇에 최선을 다해야 할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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