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자 1
장용 지음, 양성희 옮김 / 조율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현재 중국과 우리나라 양국 사이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미 알고 있듯이 미국의 THAAD 배치 문제로 외교 관계마저 위태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형제의 나라라고 불렸다. 두 나라의 오랜 역사가 그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양국의 문화는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으며 이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두 나라 모두 결코 잊지 못할 뼈아픈 슬픈 역사를 갖고 있는데 바로 일제 침략으로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 독립하기 위해 항일 투쟁을 벌였던 기억이다. 그래서일까. 1930년대 일제 강점기 시대에 항일 투쟁을 벌이던 중국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이 결코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일제의 중국 대륙 침탈이 거세된 1930년대 상해. 이곳은 일본과 중국 첩보원들의 보이지 않는 첩보 전쟁터다. 일본은 중국의 식민지화를 위해 신정부를 세워 중국의 사회 경제를 쥐락펴락한다. 또한, 76호 기관은 조국을 배신한 친일파들을 앞세워 항일 분자를 잡아들이는데 앞장선다. 이런 혼란 속에 상해의 부호 명 씨 집안의 큰 아들인 명루는 파리 유학을 마치고 왕위가 이끄는 신정부의 재무부 장관에 취임한다. 일본을 위해 일하는 신정부의 하수인을 자처했지만 사실 그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공산당과 국민당에 속한 이중첩자다. 그 사실을 모른 채 맏딸 명경은 자신의 동생을 매국노라 오해하지만 동생의 숨은 뜻을 알아차린다. 그녀 또한 아무도 몰래 공산당의 자금 담당 역할을 해오는 붉은 혁명가였던 것이다. 한편, 명 씨 집안의 철업는 막냇동생 명대는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국민당 첩보원 왕천풍을 만나게 된다. 그 우연의 만남은 곧 그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그 또한 항일 투쟁을 위한 비밀 첩보원으로 다시 태어난다. 나라를 빼앗긴 어지러운 전쟁 속에서 서로의 신분을 감춘 채 나라의 독립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명 씨 집안 남매. 과연 그들은 서로 속고 속이는 첩보 전쟁 속에서 서로의 안전을 지키며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울 수 있을까.

중국 TV를 시청한 적이 없던 터라 이 소설을 만나기 전까진 드라마 <위장자: 감춰진 신분>가 어느 정도로 인기가 높은지 알지 못 했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은 놀라웠다. 총 48부작으로 제작된 드라마가 중국 50여 개 도시에서 전 회차 동시간대 시청률 1위라는 기염을 토했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 중국에서 그와 같은 기록을 세웠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소설은 드라마의 인기를 바탕으로 새롭게 원작을 각색하고 살을 붙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드라마를 보진 못했지만 소설을 읽는 동안 느꼈던 긴장감과 스케일을 생각하면 어떠했을지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앞서 얘기했듯이 이 소설은 1930년대 일제 치하의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당시 우리나라도 일제 강점기에 놓여있었으니 남일 같지 않다고 해야 될까. 소설을 읽는 동안 감정이입이 잘 되었던 것 같다. 항일 투쟁을 위해 목숨 바치는 첩보원들의 모습에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쓰며 돌아가신 우리의 독립투사들이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한편으론 이 소설은 비운의 소설이 아닐 수 없다. 한 가족의 남매 모두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려버렸기 때문이다. 그들은 뼛속까지 애국자이지만 결코 자신의 진짜 신분을 드러낼 수 없다. 하지만, 서로의 신념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것도 잠시 이별의 순간이 찾아온다. 전쟁이 낳은 슬픈 현실이다. 허구의 소설이지만 그 시대적 배경에서 오는 냉혹한 사실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역사가 말해주듯이 전쟁은 결코 행복한 결말을 가져오지 않는다. 또한, 정당한 전쟁이란 결코 있을 수 없다.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바로잡을 수는 있다. 어쩌면 그것이 전쟁의 역사를 거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해야 될 몫이 아닐까 생각된다. 잘못된 역사관을 바로잡고 용서와 화해를 도모하는 것만이 전쟁의 과오를 씻을 수 있는 길이다.

바로 이런 점이 소설 <위장자>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 탄탄한 스토리와 스피디한 전개로 첩보 소설로서의 재미를 주는 동시에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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