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뛰어오르다 - 동아시아 2500년 옛사람들이 사랑한 우리 물고기
기태완 지음 / 푸른지식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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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는 섬마을 소년이었다. 왜 내가 외딴섬에 와서 살아야 되는지 그 이유도 모른 채 부모님 손을 잡고 오게 되었다. 내가 태어난 곳은 도시였으므로 그 작은 섬마을이 고향일 리는 없다. 하지만, 내 마음속의 고향은 늘 그 섬마을이었다. 그곳에서의 짧은 섬 생활은 그저 어린아이의 눈에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 뿐이었다. 장난감이라고는 드넓은 바다와 자갈밭이 전부였지만 싫지 않았다. 매일 물놀이할 수 있는 게 좋았고 자갈밭은 그날 갖고 놀 장난감을 찾는 보물 밭이었다. 그렇게 바다와 함께했던 내 어린 시절 추억은 기억 한편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

옛날 옛적 섬마을 소년 얘기를 꺼낸 이유는 따로 있다. 그 속에 고기잡이에 대한 추억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바다를 끼고 사는 사람에게는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고기잡이는 일상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이들과 남다른 애정이 있다고 해야 될까. 지금에서야 그것들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더라도 그때 느꼈던 기분은 잊히지 않는 법이다. 더구나 고기잡이를 업으로 하는 부모를 둔 아이라야 더 말해 무엇할까. 가끔은 아버지를 따라 고기잡이배에 올라타고 먼 바다를 나갈 때면 정말 멋졌다. 넓은 바다 한가운데서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물고기들. 어린 나에게 있어 그 광경은 정말 신기했다. 또래 아이들과 함께 즐겨 하던 낚시 또한 잊지 못할 추억거리 중 하나다. 우리가 주로 잡았던 물고기는 우럭과 노래 미였는데 간혹 운이 좋아 뱀장어를 낚기도 했다. 비록 놀이에 불과했을지라도 물고기에 대한  관심을 갖기에는 충분했다.

물고기와 남다른 인연이 있는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건 우연이 아닌 듯하다. 이 책의 저자 또한 부모를 따라 낚시를 다니며 물고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이 책은 30년간 낚시를 해온 저자의 남다른 애정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2500년간 동아시아 바다를 누볐던 물고기들의 유래와 역사를 밝히는 과정이 그리 녹록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특별한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작업이다.

이 책에 실린 물고기의 종류는 총 22종이다. 2500년이라는 긴 역사를 되돌아볼 때 다루고 있는 물고기의 종류가 적지 않나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책은 세간의 어류도감과 다르다. 물고기의 유래와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단순히 특종 어패류의 유래와 역사를 나열한 것이 아닌 그것에 얽힌 동아시아의 문화를 읽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옛 조선을 비롯하여 그 주변국인 고대 중국과 일본의 물고기에 얽힌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더불어 저자가 직접 번역한 물고기와 자연을 노래한 한시까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 실린 한시를 비롯 모든 고전과 문헌들은 저자가 직접 번역하고 해석했다고 한다. 이 한 권의 책이 완성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했을까. 저자의 끊기와 노력이 실로 대단하다.

'민중의 생선 조기', '죽음의 진미 하돈(복어)', '민물고기의 제와 쏘가리', '가난한 선비와 백성의 물고기 청어', '시인의 시가 된 명태', '용으로 승천하는 잉어', '썩어도 준치', '전라도의 물고기 홍어', '바다의 보배 전복', '월척의 물고기 붕어' 등 이름만 들어도 친숙한 물고기들이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물고기들이다. 지금껏 우리가 즐겨 먹던 이 물고기들이 어떻게 유래되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라는 말도 있지 않나. 내가 좋아하는 물고기에 대해 얽힌 재미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오랜만에 섬 소년이었던 어린 시절의 옛 추억을 떠올리며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물고기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은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는 책이 될 듯하다. 물론, 저자와 같이 낚시를 즐겨 하는 이들이라면 더 이상 말이 필요치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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