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신저 23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염정용 옮김 / 단숨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크루즈 여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바로 타이타닉. 비록 역사에 관심이 많지 않더라도 이제는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 이름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게 된 계기는 아마도 1997년에 개봉한 영화 <타이타닉>이 아닐까 싶다. 50년 넘게 북대서양에 침몰해 있던 대형 크루즈 선박을 가장 실감 나게 되살려냈기 때문이다. 타이타닉이라는 역사와 더불어 그 속에 숨겨진 아름다운 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영화는 그 해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OST는 빌보드 차트 1위를 석권했다. 벌써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도 영화와 영화 음악이 주었던 감동은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다.

그런데 사랑과 감동을 주었던 영화와 달리 현실의 크루즈 여행에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한다. 물론, 어느 여행이나 위험이 따르지 않는 것은 없다. 그렇지만 그 많은 위험에는 원인과 결과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크루즈 여행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정체불명 미스터리 사건이다. 해마다 평균 23명의 여행객이 크루즈 여행 도중 사라진다고 한다.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 위 크루즈에서 일어난 실종 사건. 이 소설은 이와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잠입수사관으로서 뛰어날 실력을 갖고 있는 형사 마르틴. 그는 5년 전 망망대해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잃어버린 아픔을 갖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는 수사에서 하나뿐인 목숨을 내놓고 일하는 듯 물불 가리지 않기로 유명하다. 성도착증 사이코를 잡기 위한 잠입수사에서도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사건이 종결되고 며칠이 흐른 어느 날 그의 비밀번호로 의문의 전화가 한통 걸려온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전화 목소리는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장 크루즈 술탄호를 타시오. 5년 전 당신의 아내가 아들을 죽이고 뛰어내린 그 배 말이오!" 최근에서야 겨우 그 사건에서 벗어나는가 싶던 그에게 그 전화통화는 그를 5년 전 그 사건 현장으로 되돌려 놓는다. 운명처럼 이끌려 승선하게 된 크루즈 술탄호. 그 배에서 자신의 가족처럼 자살로 마무리되었던 실종 사건의 피해자가 별안간 발견되면서 과거 그의 가족에게 일어났던 사건의 원인 규명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형사 신분으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으로서 그는 그 사건의 내막을 파헤쳐 간다. 하지만,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 속에서 그는 숨겨진 비밀을 하나씩 알게 되며 충격에 휩싸이는데... 마르틴을 기다리고 있는 미스터리 한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영혼 파괴자>, <몽유병 환자> 등으로 사이코 스릴러의 제왕으로 불리는 제바스티안 피체크를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났다. 첫인상은 '역시 제왕답다'라고 해야 될까. 무시무시한 이야기 소재를 갖고 한편의 장편소설로 만들어 낸 그의 필력이 정말 놀라울 지경이다. 더구나 이 소설의 이야기는 허구가 아닌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심지어 소설 속에서 언급된 일부 내용은 세간에 알려진 사실 그대로라고 한다. 그렇기에 소설을 읽는 내내 그 끔찍함의 상상이 더했다. 그렇지만  싫어할 수 없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뒷이야기가 궁금해 멈출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 한편으로는 이 작가가 미워진다. 살면서 꼭 한 번은 해보고 싶던 크루즈 여행을 무섭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아이러니 한 점은 이렇게 무서운 이야기를 한 작가 본인은 가족과 함께 크루즈 여행을 많이 다닌다고 한다. 심지어 매우 좋아한다고 하니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여진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릴러 작가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넬레 노이하우스가 극찬한 젊은 작가가 바로 제바스티안 피체크다. 요즘은 정말 독일을 비롯한 유럽 스릴러가 강세인 듯하다. 우리나라보다 다소 추운 날씨 탓일까. 유독 살벌하고 재미있는 스릴러 소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그 역할에 피체크가 앞장서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에겐 즐거운 비명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쓴 차기작은 어떨지, 지금보다 더 살벌한 사이코 스릴러물이 나올까. 사뭇 긴장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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