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의 역사 - 매일 5억 명의 직장인이 일하러 가면서 겪는 일들
이언 게이틀리 지음, 박중서 옮김 / 책세상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많은 사람들의 하루는 그날의 통근으로 시작한다. 직장인들에게는 회사로의 출퇴근, 학생들에게는 학교로의 등하교, 심지어 어린아이들에게도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으로 등하원이 존재한다. 그렇게 통근은 현대인에게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너무나 당연한 일상적인 일이라서 그럴까. 통근에 대해 특별히 별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저 하루의 일과에 불과한 사소한 일로 치부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우리가 매일같이 하는 통근의 역사를 유념 있게 되돌아보면 이는 현대문명의 발전과 긴밀하게 맛 물려 있다. 현대문명은 인간의 이동 수단의 발전에 따라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즉, 통근의 역사란 교통수단의 발전과 다름없다 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는 인류의 교통수단이 어떻게 발전해왔으며 그 변화에 따라 사람들의 출퇴근이 어떻게 달라져왔는지를 짚어본다.

​통근의 시작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그 시작은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비롯된 산업혁명에 의해서다. 영국발 산업혁명은 이어 유럽과 미국, 러시아로 확대되었으며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및 라틴아메리카로 확산되었다. 그와  동시에 통근하는 사람들도 광범위하게 늘어나게 되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철도가 발전하면서 통근이 생겨났다. 통근 현상이 몰고 온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바로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사고방식에서 가장 큰 변화가 찾아왔다. 철도가 발달되기 전까지 의식주를 위한 사람들의 보금자리인 집은 일터와 가능한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빠른 시간 안에 먼 곳까지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제는 굳이 복잡한 도심 한복판에 삶의 터전이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그럼으로써 사람들은 도시 주변의 쾌적한 교외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일터와 집의 완벽한 분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것은 다시 교통수단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즉, 교외에서 통근하기 위한 방법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자동차, 자전거, 지하철 등의 교통수단이 발전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지하철, 기차, 자동차, 버스, 자전거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을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통근이 생겨나던 18세기 중엽의 영국에서는 흔한 광경이었다. 열차 이용권의 가격이 지금과 달리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그들이 받는 월급과 크게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고 하니 얼마나 비쌌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사실 통근은 소위 부르주아 계급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조금은 황당하고 재미있기까지 하다.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이 통근(그 자체보다는 통근으로 인한 교외에 자리한 삶의 터전)을 부러워했지만 현재의 우리의 출퇴근 모습을 떠올리면 도저히 불가능할 듯싶다. 다른 어느 곳보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출퇴근을 강행하는 이들에겐 더더욱. 지난 4월 '2016 OECD 성별 데이터 포털' 자료를 바탕으로 한 뉴스 기사에 따르면 OECD 국가 26곳 중에서 우리나라의 출퇴근 시간이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 통근시간은 평균 58분이며 이 수치는 OECD 국가의 평균 통근시간의 2배에 가깝고 가장 짧은 노르웨이와 스웨덴보다는 무려 3~4배 가까운 수치라고 한다. 그 원인은 서울 특정 지역으로 통근하는 사람들이 많은 출퇴근 시간에 병목 현상이 발생함과 더불어 수도권 외곽으로 통근 수요가 늘어난데 비해 교통수단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흔히 출퇴근 지하철을 '지옥철'이라 표현하는데 이는 괜한 나온 말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닌 듯하다. 통근의 역사가 흘러오는 동안 자연스럽게 발생한 현상인 듯하다. '지옥철에서 냉정을 유지하는 방법'이 과연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까.

통근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흐름을 같이 해왔다. 그렇기에 통근이 사라지는 것을 과연 상상할 수 있을까. 지금 현재로선 전혀 불가능할 듯하다. 그런데 날로 발전해가는 IT 기술을 비롯한 신기술이 이 세상에서 통근을 과거의 유물로 만들어 버릴지도 모르겠다.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면 간혹 등장하는 자동화과 고속화 그리고 가상 현실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출퇴근이 필요 없는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지금으로선 가히 상상이 안되지만 장단이 있을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틀림없는 사실은 그로 인해 인류의 생화 방식과 사고방식에 큰 변화가 따를 것이라는 점이다. 앞서 산업혁명과 철도에 의해 사람들의 의식주 문화가 변했듯이 말이다. 책의 끝에서 저자가 예견한 통근의 종말이 과연 도래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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