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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네 이영석의 장사 수업
이영석 지음 / 다산라이프 / 2016년 10월
평점 :
'총각네 야채가게'를 처음 본 게 벌써 10년 전이다. 가게 위치는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는다. 다만 분당 정자동 새로 이직한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았던 것은 확실하다. 매일 같이 출퇴근 시간에 젊은 남자들이 과일이나 각종 야채와 채소를 팔기 위해 외치는 소리를 들었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 그 가게가 시끄럽다는 생각은 안 들었던 것 같다. 오히려 반대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가게 앞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기 때문이다. 10평 남짓이나 될까 말까 한 평범한 작은 야채가게에 무슨 특별한 거라도 있나 싶을 정도로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궁금하던 찰나 하루는 가게 앞을 일부러 지나갔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과일을 사버리고 말았다. 어처구니없었고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도 '방금 머였지?'하는 기분이 들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야채가게엔 물건을 사게 만드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다.
10년이란 시간이 흘러 '총각네 야채가게'를 다시 만났다. 이번엔 그 야채가게의 창업자가 펴낸 책을 통해서다. 그의 이름은 이영석 대표다. 주먹을 불끈 쥐며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는 성공한 장사꾼이다. 이제는 엄연히 전국 50여 개 점포를 거느린 프랜차이즈 CEO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자신을 '야채장수'라 말하길 꺼리질 않는다. 진정한 프로 장사꾼이라는 생각이 든다. 프랜차이즈 사업하면 의뢰 외식업을 많이 생각하고 창업을 준비한다. 그런데 이영석 대표는 그 누구도 생각한 적 없는 아이템으로 승부를 해왔다. 바로 농수산물이다. 지금이야 사업에 성공했으니 불가능하진 않구나 생각하겠지만 1998년 IMF 시기에 과연 시도할 수 있었을까.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쉽게 결정 내리진 못 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를 가리켜 '살아있는 맨주먹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총각네 야채가게' 이영석 대표의 장사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실전 장사 노트다. 동네에서 치킨 장사를 하시는 아버지의 가계를 도와드리기 위해 나섰다가 장사에 뜻을 품고 창업을 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에 그의 코칭이 속속 숨겨져 있다. 열혈 청년들의 장사 이야기 속에 멘토로 등장하여 장사에 대한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르쳐준다. 또한, 이영석의 장사 필살기 코너를 통해 '창업하기 전에 반드시 명심해야 할 3가지', '자본금을 전부 투자하지 마라', '잘 아는 장소에서 시작하라', '장사일지 와 회계장부는 무조건 꼼꼼히 써라', '2대 2대 2 법칙을 반드시 기억하라', '우리 가게만의 독창적인 문화를 만들어라, 그리고 전파하라' 등과 같은 25년 장사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있다.
30대 젊은 청년 홍대리의 고군분투 창업 스토리를 읽고 있으면 어느새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회사 관두고 장사나 한번 해볼까?' 섣부른 생각임에 틀림없다. 창업에 대한 아무런 준비 없이 시작하는 건 불구덩이 속에 기름통 들고 뛰어든 격이다. 아니나 다를까. 장사 멘토는 나와 같은 이들에게 따끔한 충고와 조언을 해준다. 첫째, 창업 전 최소 1년은 그 분야에 뛰어들어 실전 노하우를 체득하라. 둘째, 허드렛일부터 뛰어들어 배워라. 셋째, 물어보는 걸 부담스러워하지 마라. 이것이 바로 '창업하기 전에 반드시 명심해야 할 3가지'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점은 1년간 해당 분양에서 실전 노하우를 체득하라는 조언이 아닐까 싶다. 먹는 장사든, 입는 장사든 어느 장사든지 간에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은 바뀐다. 각 계절에 따라 고객의 취향과 변화에 대한 관찰함으로써 사업에 대한 타당성과 대비 전략을 세울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창업을 하고 장사가 자리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이영석 대표는 다음 두 가지 법칙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하나는 '2 대 2 대 2 법칙'이고 다른 하나는 '3의 법칙'이 그것이다. '2 대 2 대 2 법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다른 사람보다 2시간 일찍 가게 문을 연다. 둘째, 다른 사람보다 2시간 늦게 퇴근한다. 셋째, 다른 사람보다 2배 더 열심히 노력한다. 이 법칙은 말하자면 장사에 대한 습관 만들기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창업을 하고 장사를 시작하게 되면 흔히 이런 착각에 빠지곤 한다. "내 장사는 특별해. 무조건 성공할 거야!" 그런데 장사하는 사람치고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 없다. 자신은 특별하다는 생각은 접어두고 '2 대 2 대 2 법칙'을 연습하며 장사 습관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3의 법칙'이란 장사를 하고 싶은 분야의 고수 3명을 스승으로 만드는 것이다. 어느 분야든 그 분야의 전문가 3명을 알고 있다면 어떤 장사를 하더라도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모르는 것이 있을 땐 언제든 3명의 스승에게 물어보고 2명이라도 비슷한 답을 해준다면 그 점의 유념해야 한다.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에 해답이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장사가 잘 되는 원리를 찾아 자신만의 무기로 만들 수 있다. 이영석 대표는 장사는 '혼자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라고 충고한다.
모름지기 일이란 즐겁게 해야 한다. 장사는 더더욱 그러하다. 스스로 행복하지 않은 장사를 하면서 어느 누가 고객을 만족시키는 서비스를 할 수 있을까. 내가 즐겁게 장사를 하면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즐겁게 일하게 된다. 즐거움의 시너지 효과는 2배, 3배가 되어 효과로 나타난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장사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장사를 하려고 하는 이유는 바로 틀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게 사고하고 행동하기 위함이 아닌가. 바로 내 개성을 살리는 일 즉, 독창적인 내 가게만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의 장사 마인드와 스타일 그리고 문화는 바로 '총각네 야채가게'만의 독특한 문화다. '총각네 야채가게'에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면 재치 있는 문구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총각사장 맞선 기념 바나나 세일', '풋고추 부인 몸 꼬았네(꽈리고추)', '절대 바람난 무 아닙니다', '어머, 쪽팔려!!(쪽파)' 등등. 아마 이런 재미있는 문구 덕에 자신도 모르게 물건을 산적이 있지 않나 싶다. 바로 10년 전의 나처럼. 그와 더불어 야채가게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하나같이 즐거운 표정을 하고 있다. 그 덕에 덩달아 내 기분도 좋아졌달까. 이렇게 즐겁고 에너지 넘치는 가게라니.
마치 내가 회사를 때려치우고 장사를 시작하는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글쎄. 다른 어떤 창업 고칭 교본보다 나은 듯하다. 가상 스토리지만 리얼 스토리 같다고 해야 될까. 그만큼 재미있다. 읽는 내내 흥분되어 있었던 것 같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한번 총각네 야채가게에서 장사를 배워볼까?'하는 엉뚱한 생각. 글쎄. 썩 나쁜 생각만은 아닌 듯하다. 젊을 때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할 수 있는 기회와 내 손으로 일구는 내 장사 이야기, 멋지지 않은가. 만약 정말 기회가 된다면 '일개 장사꾼', '장사 멘토'에게 제대로 한번 배워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