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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기는 글렀어
사라 앤더슨 지음, 심연희 옮김 / 그래픽노블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어른이 된다는 건 그저 나이를 먹고 성인이 되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렇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다. 많은 이들에게 '당신은 어른이라고 생각합니까?'하고 물어본다면 0.1초 내에 '그렇다'라고 말하는 이는 드물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조차 그렇다. 그럼 난 어른이 아닌가. 그게 또 그렇진 않다. 표면적으로, 신체적으로, 사회적으로 등등 어느 모로 보나 난 어른이다. 나이도 30대 중반을 넘어 불혹의 관문이 내다보인다. 그리고 결혼도 했으며 아이도 키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진짜 어른인가?'하고 반문해보면 잘 모르겠다. 정말 잘 모르겠다. 도대체 어른이란 멀까?
우리가 얘기하는 '어른이다'와 '어른이 아니다'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어디에 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극히 주관적인 자기 생각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의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을 보면 정말 어른처럼 보인다. 어떤 아무런 이유도 필요치 않다. 그냥 그렇게 생각된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것은 나도 그렇게 보여 진다는 것이다. 다만, 나 자신만 모를 뿐이다. 왜냐하면 나는 언제나 그냥 나였으니까. 어릴 적 꼬마 아이였을 때부터 해왔던 버릇, 습관들을 여전히 하고 있는 나만 그것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이상하리만치 신기하다. 아이였을 때 어른들을 보면 느꼈던 그런 감정들이 지금은 느껴지지 않는다. 나이를 먹는 것 같지 않고 세월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거울을 통해 늘어는 눈가의 주름을 확인할 때 빼고는.
이 만화책의 저자인 사라 앤더슨은 현재를 살고 있는 어른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허물(?)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성별에 상관없이 어른이라 부르고, 불리는 이들이라면 모두 고개를 끄덕일만한 것들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나이만 어른'인 사람들의 모습이다. 사는 곳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이 안에서는 상관없다. 도플갱어. 넓은 뉴욕 스트리트의 어른이든 작은 도시 서울 광장의 어른이든 모두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책을 처음 읽는데도 왠지 모르게 낯설지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진짜'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같은 어른. 어쩌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또 다른 만화책이 생각난다. 윤태호 작가의 만화 <미생>이다. 미생이 많은 사람들과 부딪치는 사회생활의 고충을 그리고 있다면 <어른이 되기는 글렀어>는 사회라는 커다란 울타리 안의 내 모습을 그리고 있다. '진짜 어른'을 완생이라고 본다면 '나이만 어른'을 미생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이만 어른'인 내 모습이 때론 의기소침해지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한 과정일 것이다. 짧게는 한두 컷이 고작인 만화 한편이었지만 의외로 깊은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