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인간학 - 시대를 초월한 까칠한 두 철학자의 삶의 조언 래시피

니체의 인간학 - 약함, 비열함, 선량함과 싸우는 까칠한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 지음, 이지수 옮김, 이진우 감수 / 다산북스 / 2016년 9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진짜 자신의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나 자신부터가 그렇다. 왜 그럴까 생각해봐도 딱히 이유가 떠오르진 않는다. 그렇다고 무언가 크게 잘못을 한 것도 없다. 혹시 모르겠다. 나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을지도 아니면 잘못을 저질러 놓고 애써 그 사실을 모른 척 외면하고 있는 건지도. 마치 얼굴에 가면을 쓴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 가면이 비단 나에게만 보이는 것이 아닌 듯하다. 생김새도 다르고 살아온 배경도 전혀 다른 완전한 타인에게서도 비슷한 가면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엔 똑같은 얼굴을 하고 똑같은 생각을 하는 두 사람은 절대 존재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서 비슷한 가면을 볼 수 있다니 신기하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의 한 까칠한 철학자가 그 이유를 그야말로 대놓고 까발려준다. 그 이유인즉슨 모두 '착한 가면'을 쓰고 있기 때문이란다. 너도 나도 착한 사람이 되려고 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이 세상의 모든 착한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그렇게 살지 말라고. 그건 인간다운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도대체 이 까칠한 철학자는 착한 사람들에게 무슨 해코지를 당했길래 이토록 그들을 싫어하는 것일까. 혹시 이 철학자는 사회의 악과 같은 존재인 것일까. 왜 간혹 있지 않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지식인 무리들이. 사실 이 책을 다 읽기 전에 소위 그의 '착한 사람 씹기'가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 아니, 내심 나에게 숨겨진 착한 사람 기질이 그를 싫어했는지도. 책장을 넘기는 내내 뜨끔했으니까.

그런데 왜 하필 이 까칠한 철학자는 니체의 철학을 들고 나온 것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니체의 명언들은 우리 삶에 행복과 사랑과 용기를 주지 않았던가. 독일을 대표하는 철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의 이름은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우리가 알던 니체는 진짜 니체가 아니었던 거다. 그의 주옥같은 명언들만 기억하는 우리들은 니체를 제대로 알지 못 했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 말하는 니체의 모습을 곧이곧대로 믿을 필요는 없다. 니체라는 인간의 또 다른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다.

저자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원래 니체 전문가가 아니다. 그는 독일을 대표하는 또 다른 철학자 칸트 전문가다. 아이러니한 것은 니체에 관한 이야기로 온통 책을 도배한 이가 사실은 니체를 철학이라는 학문을 시작할 때부터 혐오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니체를 들고 나왔을까. 니체의 철학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었던 것일까. 그렇다. 착한 사람이라는 가면을 뒤집어쓴 채 이 세상을 지배하려는 인간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엔 니체만 한 이가 없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의외로 단순한다. 바로 니체가 그런 비열하고 악랄한 착한 사람들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니체 본인이 그런 착한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젊은 시절 니체의 착한 사람 기질을 간파했기에 그를 혐오했던 것이다.

니체 철학의 역설이라고 해야 될까. 우리가 이 책을 통해 깨달아야 하는 점은 바로 이점이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삶을 이뤄나가기 위해서는 착한 사람이라는 가면을 벗어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약해빠진 나 자신을 가려주었던 가면을 벗은 대신 2배로 강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통과를 해야 될 이가 바로 니체가 아닐까. 독일의 대 철학자 니체의 '착한 사람' 삶을 까발리어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떤지 되돌아보기를 바랐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제는 까칠하지만 다정한 시대를 초월한 두 철학자의 삶의 조언을 고루 새겨야 할 때는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