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런 가족 -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코미디 막장 드라마 한편

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요즈음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사회적 현상이 있다.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는 일이라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그 현상이란 다름 아닌 '패륜범죄'다. 패륜이라 함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하여야 할 도리에 어그러짐 또는 그 현상을 말한다. 현 사회에서 가장 쉽게 그리고 많이 접하는 뉴스가 패륜이라니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을 따름이다.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친인척 간의 살인도 서슴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런 일련의 범죄의 심각성은 다른데 있다. 바로 범죄의 동기가 터무니없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한 번쯤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겪어봤음직한 사소한 다툼 때문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반찬 투정하는 아들을 나무라는 부모의 쓴소리가 과연 내 자식에게 죽어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워낙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나다 보니 이제는 도리어 이런 패륜 현상이 나도 모르게 무뎌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가족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은 가볍게 읽고 웃으면서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음에도 혼자 힘으로 자수성가하여 아버지와 명문가의 딸로 태어나 항상 머리부터 발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는 어머니. 그리고 완벽한 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남부럽지 않은 금수저 두 딸들. 주위에서 보면 모두가 부러워할 가족이다. 그런데 막상 이 완벽한 가족에겐 무언가 중요한 것이 하나 빠져있다. 일반 가정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가족 간의 대화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현대 사회는 개인주의가 중시되는 핵가족 사회라고는 하지만 이 가족에겐 도가 지나쳐 보인다. 어쨌든 모두가 가족 이름에 먹칠할 망나니짓만 아니라면 개인의 사생활을 극도로 존중해주는 이 가족에게 드디어 사건이 일어난다. 완벽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어려서부터 부모와 가족 그리고 주위로부터 끊임없이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던 큰딸.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아침식사 자리에서 충격적인 발언을 한다. 자신의 섹스 동영상이 유출되어 협박을 받고 있다나 머라나. 아닌 밤중에 홍두깨요.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 믿었던 큰딸의 입에서 나온 그 이야기는 그동안 조용했던 집안을 슬금슬금 뒤흔들기 시작한다. 아무리 무관심한 가족이라 할지라도 이런 사건에는 모두가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다.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사건에 매달리기 시작하며 그동안 잊고 지내다시피했던 대화가 시작되는데.. 과연 큰딸의 섹스 동영상 유출 사건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막장'이다. 그런데 지금껏 봤던 막장 드라마도 이런 막장은 없지 않을까 싶다. 큰딸의 인생을 위해 한평생을 살아온 아버지의 뒤통수를 쳐버리는 자식이라니. 그것도 섹스 동영상이라는 무시무시한 폭탄으로 말이다. 초반부터 이 소설의 전개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큰딸의 섹스 동영상은 존재하는 것인가. 그녀는 그 사실을 왜 가족에게 털어놓으며 조용했던 가정에 태풍을 불러온 것일까. 사실 그녀의 폭탄선언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바로 가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가족 싸움을 위해서였다. 기껏 가족 싸움 때문에 그런 엄청난 일을 벌였다고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가족 간에 다투고 싸운다는 것은 그만큼 관심이 있고 애정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가족에겐 그것이 없다. 큰딸은 자신의 폭탄선언을 통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가족 간의 무관심을 깨트려보고자 했던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 가족은 오늘, 처음으로 싸웠다'라고 말하는 독백은 그만큼 처절하게 그리고 간절하게 다가온다.

앞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패륜'을 언급했던 이유가 여기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조금은 무감각해졌던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로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 속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사회에 속한 구성원이기 전에 우리는 가족이라는 더 작은 사회에 속해 있는 구성원이다. 그 작은 사회가 모이고 모여 우리의 사회가 된다. '묻지 마 살인', '패륜' 같은 정말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상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각박한 사회 속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가족애가 아닐까 생각된다.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 소설을 통해 모두가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