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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고 스트레스클리닉 ㅣ 소설Blue 4
김근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4월
평점 :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이것이 문제다. 만병의 근원. 바로 스트레스다. 스트레스가 우리에게 주는 해악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한창 놀 나이로만 보이는 초등학생에게조차 스트레스가 문제가 된다고 하니 더 말해 무엇하랴. 스트레스는 현대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필요악이다. 아마도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절대 사라지질 않을 보이지 않는 공포 그 자체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삶의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 만약 삶에 긴장감이 없다면 얼마나 무력할 것인가. 삶에 의욕이 없는 무기력한 사람을 과연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문제는 스트레스가 삶의 활력소가 되어주기보단 고통이 되기에 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듯하다. 앞서 말했든지 이 스트레스는 어른 아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장차 이 사회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에게도 그들만의 스트레스가 있으며 그 고충은 말로 표현할 수도 어루만져 줄 수도 없다. 그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건 바로 그들 자신이다. 어쩌면 이 소설은 그런 고민을 갖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바치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어제까지는 명문 외고에 다니던 엄친아 오자서. 하지만 그는 오늘부터 소위 똥통 학교라 불리는 우수고로 전학 온 문제아에 불과하다. 학창시절 한 가닥 사연 없는 이가 없을 리 만무하지만 그를 아는 이들에겐 그저 황당할 수밖에 없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그가 어떻게 해서 하루아침에 문제아가 되어 똥통 학교로 강제전학 당한 것일까. 남들의 시선엔 아랑곳하지 않는 오자서는 새로 전학 온 학교에서의 첫날을 맞이한다. 첫날이니 만큼 무사히 하루를 보내기를 간절하게 빌어보지만 소용없다. 전학생을 타깃으로 삼는 교내 양아치 무리들에게 둘러싸여 빵 셔틀 노릇을 해야 될 것만 같다. 그때 불현듯 들려오는 여학생의 목소리. 목소리의 주인공은 오자서와 같은 반인 소피아다. 괜한 참견이다 싶었는데 그녀는 양아치들을 무서워하기는커녕 오히려 훈계를 둔다. 그런 그녀를 양아치들이 그냥 놔둘 리 만무하다. 하지만, 자서의 주먹과 발이 빨랐다. 그리고 그는 할아버지에게 어릴 적부터 훈련으로 단련된 몸이다. 그런 오자서에게 소피아는 돌연 자신이 속한 OHSC 클럽의 새 멤버가 되어 함께 하자고 한다. OHSC 즉, '우수고 스트레스 클리닉'은 학교 폭력과 왕따 등으로 교내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 제거를 목적으로 한 비밀 학생 단체다. 하지만, 오자서는 자신의 스트레스는 알아서 해결하겠다는 말과 함께 거절한다. 하지만, 소피아를 비롯한 SC 클럽 멤버들은 오자서를 영입하기 위해 끊임없이 그에게 접근한다. 그러던 중 전학 첫날 자신에게 당했던 양아치 일당에게 소피아와 함께 납치되고 마는데...
청소년 소설이라고 해서 그저 그런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재미는 물론 교훈까지 곁들여져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청소년 드라마 '학교'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 것은 그만큼 요즘의 학교생활의 모습을 잘 반영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지만, 어디까지나 소설 속 이야기라는 점이 못내 아쉽기는 하다.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일들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해결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위 '똥통'이라 불리는 문제아 학교에서 그들 나름의 신념을 갖고서 행동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것도 이유다. 날이 갈수록 교내 폭력이 심각해지고 있는 요즘의 태세에 하나의 방편은 될지언정 해결책은 되지 않을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쾌함과 짜릿함은 감출 수 없다. 우수고 스트레스 클리닉 멤버들은 '정의'를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만 내 관점에서 아니,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는 다른 학생들에게 그것은 '정의'가 틀림없다. 그래서 비록 문제아들의 집합소일지언정 그들의 모임을 열렬히 환영한다.
학창시절의 스트레스는 결국 성인이 되어 사회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폭발한다. 스트레스의 무서움은 순간의 크기보다 오랜 기간 누적된 무게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정작 현실 속에서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쉽게 대답하지 못하겠다. 그래서 어쩌면 조금은 황당하고 현실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우수고 스트레스 클리닉' 활동에 공감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이 많은 청소년들을 포함해 많은 이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