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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덴탈 유니버스 - 우리가 몰랐던, 삶을 움직이는 모든 순간의 우주
앨런 라이트먼 지음, 김성훈 옮김 / 다산초당 / 201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왜 이토록 먼 우주에 매혹되는가?"
그렇다. 인류는 우주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 우주는 여전히 인류에게 신비한 존재이자 미지의 세계이며 개척함과 동시에 탐험해야 할 공간이다. 하지만 정작 인류가 우주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극히 제한적이다. 우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천문학자 및 과학자들에게도 우주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주라는 신비한 공간에 매료되는지도 모르겠다. 우주를 알고자 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을 알고자 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 이유는 우주의 기원은 곧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인 지구의 기원이며 그 속에서 유한한 생명체인 인류의 기원이기 때문이다. 나의 존재를 알아가는 과정으로서 우주를 바라보는 시각. 그것이 과학자이자 인문학자인 이 책의 저자가 우주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우주라 하면 천문학적인 과학 지식이 뒤따라야만 알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처럼 우주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기 전부터 사람들은 지구 밖을 공간을 상상해왔다. 그 상상이 멈추지 않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기에 오늘날 우리가 기억하는 우주의 모습이 된 것이다. 비록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우주 공간의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더라도 말이다. 미지의 세계만큼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있을까. 하다못해 하늘을 보면 쉽게 볼 수 있는 달과 별을 통해서 문학적인 감수성을 한껏 드러낼 수 있는데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우주를 범접할 수 없는 과학 이론으로 둘러싸인 공간으로 여길 필요는 없을 듯하다. 저자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그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다. 우주에 관한 과학 이론이 어느새 문학이라는 옷을 입고 서정적으로 변해가기 때문이다. 결국 우주에 대한 탐구는 과학적인 측면과 인문학적인 측면이 동시에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우주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 나누어져 있다. 우연의 우주, 대칭적 우주, 영적 우주, 거대한 우주, 덧없는 우주, 법칙의 우주, 분리된 우주가 그것이다. 과학을 신봉하는 이들은 종교적인 면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종교인들은 과학을 그렇게 생각하기도 한다. 이것은 무엇이 옳고 그른가 섣불리 단정 지을 수 없는 문제다. 저자는 과학자이지만 종교적 접근 방식도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같은 주제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들이 많이 있다. 과연 그런 현상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 하나의 방법이 어쩌면 종교나 샤머니즘 같은 영적 접근 방식이 아닐까. 우주에 대한 탐구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의 일관된 접근 방식은 자칫 자가당착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게 할 뿐이다. 하나의 이론에 다양한 이견들이 덧붙여질 때라야 비로소 진실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우리에게 해답이 필요 없는 질문도 필요'한 이유다.
우주는 여전히 우리에게 멀게만 느껴진다. 그만큼 인간의 지식으로 알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인간이란 동물은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다. 어쩌면 그 호기심이 인간의 문명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에게 호기심이 남아 있는 한 우리는 우주에 대한 탐험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우주에 대한 탐구는 우리 자신 인간의 대한 탐구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결국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곳에 있는 우주는 인간이란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 인간을 소우주라 말할 수 있는 건 어쩌면 이러 이유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