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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
마크 엘스베르크 지음, 백종유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 사회는 미래로 한발 한발 나아갈수록 인류 대재앙의 위험 요소를 떠안게 된다. 아이러니하다. 인류의 삶의 더 풍요롭게 해주는 문명의 발전이 도리어 인류의 파멸을 불러올 수 있다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불과 몇 세기 전과 비교해보면 21세기 현대 사회는 몰라볼 정도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그와 동시에 현대 문명은 생명을 연장해주었고 편리함을 선사했다. 그런 시대에 갑자기 난데없이 인류의 대재앙이니 파멸이니 하는 말을 하는 것일까. 그러나 조금만 다르게 생각한다면 이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믿을 수 없는 그 사실에 충격 먹을 것이다. 북유럽 독일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크 엘스베르크는 우리가 그 이면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소설 <블랙아웃>는 그 엄청난 일이 실제로 일어났을 경우 인류의 삶이 한순간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지 섬뜩하리만치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2월의 매서운 바람이 부는 이탈리아 북부. 갑작스러운 정전 사태가 벌어지고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한다. 아무런 예고도 없었던 터라 사람들은 이내 일시적인 정전일 거라 생각하지만 정전 사태는 쉽사리 원상복구되지 않는다. 더불어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정전은 급기야 한 도시를 넘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된다. 그런 와중에 각 유럽 국가에 전력을 공급하는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에 이른다. 원인 모를 정전 사태로 인한 블랙아웃은 유럽 전역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한편, 과거 해커로 활동했었던 이탈리아 IT 전문가인 피에로 만자노는 자신의 집에 장착된 전력계량기인 스마트 그리드 전력계량기에서 정전 사태의 원인을 발견한다. 전력계량기에 등록되지 않은 이상한 신호를 감지해낸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유럽의 대테러 본부에 알리지만 과거 자신의 해킹 경력을 문제 삼아 용의자로 몰리게 된다. 도망자 신세가 되어 정부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던 그는 가까스로 타임스 취재기자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블랙아웃은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어 가며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만든다. 식량부족으로 생존을 위해 사람들은 약탈과 범죄를 일삼는다. 사상 초유의 대재앙 앞에서 인류는 무력하기만 하다. 과연 블랙아웃은 해결될 것인가? 미래를 향한 인류의 처철한 싸움이 시작된다.
전 유럽을 공포에 휩싸이게 만든 정전 사태, 블랙아웃. 200년 개봉한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영화 <다이하드 4.0>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속에 등장했던 사태는 '파이어 세일'이었다. 파이어 세일이란 국가 기반 시설에 대한 사이버 테러리스트의 3단계에 걸친 체계적인 공격으로 국가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는 사이버 공격이다. 교통기관 시스템 마비가 1단계, 금융망과 통신망 마비가 2단계 그리고 마지막 3단계로 가스, 수도, 전기, 원자력 체계의 마비가 그것이다. 소설 <블랙아웃>에서 발생한 정전 사태는 파이어 세일의 최종 단계와 동일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만큼 실로 엄청난 대재앙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전기 에너지. 현대 사회에서 전기 에너지가 없다면 과연 이 사회가 얼마나 유지될까.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기 때문에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사람이 살기 위해선 의식주가 해결되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전기는 의식주와 깊은 연관이 있다. 퍼뜩 생각했을 때 밥 먹고 샤워를 하고 따뜻한 집에서 편안히 잠을 자는 것이 전기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과거 전기가 없던 시대에도 잘 살았는데 말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 전기가 없던 그 시대가 아니다. 현대 사회는 한순간도 전기 없이 굴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음식을 오래도록 보관하려면 냉장시설이 필요하다.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전기다. 샤워기에서 물이 나오려면 상하수도 시설이 가동되어야 한다.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전기다. 집안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은 난방시설이다.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전기다. 이처럼 우리 생활 곳곳에 전기가 안 쓰이는 곳이 없다. 만약 소설처럼 사상 초유의 블랙아웃 사태가 벌어진다면 사람은 살 수 없다.
전 유럽의 전력망은 미래에 스마트 그리드 전력망으로 통합될 것이라고 한다. 국내에도 스마트 전력계량기가 일부 사용되고 있다. 복잡한 전력망을 손쉽게 관리하고 유지할 수 있는 스마트 그리드는 필요하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이는 실제로 유럽 전력망에 스마트 그리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내용이라고 한다.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은 논의되고 있다. 단순히 허구라고 하기엔 실현 불가능하지 않은 블랙아웃 사태. 다가올 미래에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될까. 최근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그에 발맞춰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고 국내에도 인공지능 분야 산업에 박차를 가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이런 움직임에 항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여온다. 과학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삶이 윤택해지겠지만 부작용 또한 못지않을 것이다. 소설 <블랙아웃>는 우리에게 이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