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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퀸 : 적혈의 여왕 1 ㅣ 레드 퀸
빅토리아 애비야드 지음, 김은숙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평점 :
자유와 평등은 모두에게 주어진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하지만 이 사회는 보이지 않는 계급으로 나누어져 있다. 특별히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자유와 평등이 인간에게 주어진 기본적인 권리라면 계급은 인간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주어지는 의무다. 절대 공존할 수 없는 이 아이러니함은 인간을 인간답게 해준다. 그 무엇이 다른 무엇보다 우선 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 없다.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각각의 우선순위 적절하게 분배되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그 균형감을 상실했을 경우엔 돌이킬 수 없는 카오스 상태가 되어버린다.
만약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가 태어날 때부터 숙명처럼 주어진다면 어떨까. 절대 바꿀 수 없는 내 몸에 흐르는 피의 색으로 구분된다면. 차원이 다른 또 다른 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존재한다. 은혈과 적혈. 은혈은 지배계급으로 뮤턴트와 같은 초능력을 지닌 존재다. 그와 반대로 적혈은 당신과 나처럼 그저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피지배계급. 노동자. 노예. 모두 적혈을 일컫는 말들이다. 적혈의 삶은 은혈의 생존과 안락함을 위해 존재한다. 은혈을 위해 일을 하고 전쟁에 나가 목숨을 잃는다. 너무나 뚜렷하게 나누어져버린 계급 사회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아이러니함은 존재한다. 그녀가 바로 레드 퀸, 적혈의 여왕이다.
매어 배로우. 그녀는 적혈이다. 은혈들을 위해 힘든 노동을 하고 전쟁을 하는 피지배계급. 그녀는 단지 그들처럼 평범한 17세 소녀에 불과하다. 남다른 점이라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소매치기 능력이랄까. 적혈인 그녀가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한 생존 수단이다. 그녀에겐 어릴 적부터 함께 해온 소꿉친구가 있다. 킬런 워렌. 어릴 적 부모를 잃은 그를 따뜻하게 보살펴준 사람이 바로 그녀다. 그때부터 그 둘은 늘 함께였다. 어느 날 킬런이 견습생으로 있던 어부가 사고로 죽게 되어 징병 대상이 되기 전까지는. 킬런을 구하기 위해 은혈들의 도시로 잠입하는 매어. 그녀는 그곳에서 값비싼 은혈들의 물건을 훔치려고 하지만 도리어 동생 지사의 한쪽 손을 잃게 만든다. 낙담한 그녀 앞에 돌연 나타난 의문의 사내. 그 사내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낯설다. 이 낯선 만남으로 후 그녀는 은혈 왕국에 들어가게 된다. 자신이 만났던 낯선 사내는 차기 왕위 계승자였던 왕자 칼 캘로어였던 것이다. 그의 배려로 왕궁에서 하녀로 일하게 된 것도 잠시 왕자비를 뽑는 대회에서 자신도 몰랐던 숨겨진 초능력을 깨닫게 된다. 적혈이면서 초능력을 가진 그녀를 감추기 위해 은혈의 왕은 그녀를 둘째 왕자 메이븐 캘로어와 혼인 발표를 하게 된다. 적혈인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은혈로써 살아가기 위한 아슬아슬한 삶이 시작된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가족과의 이별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왕세자 칼 캘로어에 빠져든다. 그러나 적혈인 자신의 신분을 잊지 않고 은혈에 반기를 드는 반군 세력인 진홍의 군대와 접촉을 시도하게 된다. 마침내 진홍의 군대의 일원이 되어 은혈들에게 반격을 시도하기에 이르는데... 과연 적혈의 여왕인 그녀는 진홍의 군대와 함께 은혈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또 한편의 장엄한 판타지 로맨스 대서사극이 탄생했다. 작년 말에 읽었던 <레드 라이징>과 형제 격인 소설이다. 색과 피로 구분되는 계급 사회, 최하위 계급이자 피지배자인 레드와 적혈의 반란, 신분을 숨긴 채 적의 심장으로 뛰어든 주인공, 신분이 다른 계급의 주인공들의 로맨스, 총 3편으로 이어지는 시리즈, 젊은 신예 작가의 데뷔작인 점까지. 두 소설을 모두 좋아하는 독자로서 비교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이토록 비슷한 점이 많은 두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작품에서 느끼는 재미는 다르다. <레드 라이징>이 레드 계급의 투쟁과 혁명의 성격이 강한 반면 <레드 퀸>은 그와 더불어 로맨스가 한층 더해졌다고 해야 될까. 칼과 매어의 로맨스를 보고 있자면 <트와일라잇>의 두 주인공의 로맨스가 떠오른다. 그도 그럴 것이 은혈의 남자 주인공 칼은 뱀파이어인 에드워드를 연상케 한다. 뱀파이어의 창백하고 차가운 피부가 은혈과 묘하게 어울리기 때문일까.
소설을 읽는 내내 긴박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느꼈다. 적혈의 신분을 숨긴 채 은혈들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여주인공의 모습에서. 동생의 약혼녀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끌리는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첫 키스를 나누던 장면에서. 진홍의 군대와 함께 은혈의 왕궁을 습격하는 장면에서.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이제는 반대로 은혈인 칼이 적혈의 심장부로 들어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1편에 이어 출간된 2편 <레드 퀸 : 유리의 검> 또한 초판 500,000 부수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국내 5월 출간이 너무나도 기다려진다. 3편 <레드 퀸 : 잔혹한 왕관(Cruel Crown)>까지도. 3편까지 매어와 칼이 진홍의 군대와 함께 어떤 싸움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더불어 적이지만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의 로맨스도 어떤 과정을 거쳐 결말에 이르게 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