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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와 공자의 화해 - 21세기 중국은 왜 이 길을 선택했나 ㅣ 동아시아연구소 교양문화 총서 1
권기영 지음,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기획 / 푸른숲 / 2016년 3월
평점 :
마르크스와 공자. 언뜻 봐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들이다. 하지만 이들 두 사람은 중국이란 거대한 나라를 설명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인물이다. 현대화 이전의 전통 중국을 대표하는 인물이 공자라면 마르크스는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근현대의 중국을 대표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1세기 중국의 현재는 이 두 인물의 융합을 선도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전통 중국 공자 사상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 사회주의 체제 기반의 중국이 철저하게 부정해온 공자 사상을 국가 주석을 비롯하여 중국 전체가 재조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명실공히 세계 경제 대국의 자리에 오른 G2 중국이 미국을 넘어 세계 패권국이 되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 책은 중국의 이와 같은 행보에 초점을 맞춰 중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고찰한다.
차이나 파워가 갈수록 거대해지고 있다. 그 힘의 원천은 과연 무엇일까. 사회주의를 기반으로 한 중국의 정치 혁명일까. G2의 반열에 오른 신 중국 경제 성장일까. 아니다. 21세기 차이나 파워를 이끌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문화'다. 2천 년이 넘는 중국의 역사 속에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유구한 문화적 전통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방대한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전부 이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중국의 역사와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지고 있다. 영화, 뮤지컬, 연극, 공연 등 다양한 문화적 소재로 활용되며 안과 밖에서 중국 문화가 새로운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2004년 한국에 최초로 문을 연 '공자학원'은 중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자국의 문화적 전통과 사상을 전파하기 위한 국가적 홍보 전략이다. 무려 10년 동안 세계 123개국 465개의 공자학원이 문을 열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사람들의 중국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다. 중국을 찾는 관광객의 수가 50만 명 이상으로 급증한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더불어 중국의 관광산업을 날이 갈수록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관광산업을 발전은 또다시 중국 전통문화의 부흥을 꾀한다. 문화를 앞세운 차이나 파워는 자국의 경제적 발전뿐 아니라 문화적 발전까지 선순환을 일으키며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킨다.
이와 같은 중국의 행보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게 되는 이웃 나라는 단연 한국이다. 북한을 사이에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중국과 한국은 예부터 같은 문화권에 속했다. 공자학원이 세계 최초 서울에 세워진 것도 그 이유가 아닐까. 가장 비슷한 문화권의 나라에서 공자사상을 홍보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한편으론 더욱 긴장해야 한다. 문화란 전파 못지않게 흡수가 빠르기 때문이다. 자국의 전통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물량공세를 앞세워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는 중국 고유의 문화적 소재가 당연한 듯 여겨진다. 쿵후, 용, 팬더는 모두 중국을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그런데 이제는 너무나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다.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 <쿵후 팬더>는 이 모든 것을 고루 갖추고 있다. 낯설게 느껴졌던 중국이 조금씩 익숙해져 간다. 점점 그 익숙함이 당연함으로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중국 전통문화에 맞서 우리가 전 세게에 보여줄 수 있는 전통문화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중국만큼 자국 문화 콘텐츠 발굴과 홍보에 힘을 쏟고 있을까.
마르크스가 손을 내밀고 공자가 그 손을 잡은 중국의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동안 감추고 있던 자신들의 모든 역량을 다 쏟아내려 하고 있다. 초고속 성장을 발판으로 이제는 문화 강국을 꿈꾸고 있다. 중국의 힘에 밀려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까지 그대로 이 땅에 묻혀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 21세기는 문화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공자를 앞세운 전통문화 부흥을 꾀하는 중국을 본보기 삼아 우리의 역할을 되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