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전 - 법정이 묻고 성철이 답하다
성철.법정 지음 / 책읽는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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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전. 그 의미가 자못 궁금하다. 편집자는 책 제목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차갑고 냉철하면서도 부드러운 수도자의 자세를 '눈'이라는 매개로 형상화하는 한편, 어느 누구도 다치지 않고 오히려 서로를 웃게 만드는 유일한 다툼인 '눈싸움'의 이미지를 통해 성철과 법정 두 사람 사이에 오간 구도의 문답과 인연을 표현하고자 했다. 살아생전 두 분의 성정을 생각해보면 의례 고개가 끄덕여지는 적합한 단어가 아닐까 생각된다. 성철 스님은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자신뿐 아니라 후학에게도 엄격했다. 반면에 법정 스님은 온후한 면이 없지 않았다. 두 분 모두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스님이지만 대중에게 좀 더 친숙한 분은 법정 스님이 아닐까 싶다. 모두가 다 알다시피 법정 스님이 쓰신 글은 여전히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다른 듯 보이지만 닮은 듯한 두 분의 모습이 책 속에 어떻게 그려졌을까.

이 책에는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의 살아생전 육성이 그대로 담겨 있다. 두 차례에 걸친 대담이라고 한다. 그 첫 번째는 1967년 해인사 대적광전에서 열린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에서고 두 번째는 1982년 언론사 주관에 의한 성사된 대담에서다. 당대를 대표하는 선승인 두 분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 더구나 이제는 두 번 다시 뵐 수 없기에 더더욱.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두 분의 문답에서 배울 점이 많은 듯하다. 종교적 관점을 벗어나 인간의 삶이라는 주제를 놓고 생각했을 때 많은 깨달음을 주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듯하다.

두 분의 대화록을 가만히 읽고 있자니 마치 지금 내가 앉아있는 이곳이 맑은 물이 흐르고 새소리가 들리는 산중의 절인 듯하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절의 사위는 무척이나 조용하다. 법당에서 울려 퍼지는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의 그윽한 목소리만 좌중을 울린다. 두 스님은 정확히 20년의 나이차가 난다고 한다. 사회생활에서 치자면 가히 말단 사원과 사장님의 관계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성철 스님은 그만큼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분이시다. 그런 분에게 어쩌면 곳곳 할 정도로 자신의 심중을 묻고 말씀을 얻고자 하는 법정 스님의 모습은 마치 스승과 제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실지로 두 분은 불교 사상적인 측면에서 스승과 제자의 길을 걸어오셨다. 비록 늘 함께 하진 못했지만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서로의 사상을 존경하고 따랐다. 그래서일까. 두 분의 대화가 한편으론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의 인연만큼이나 이 책이 출간되어 독자들을 만나게 된 것도 뜻깊은 인연의 연속이 아닐까 생각된다. 불교에 뜻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그 의미를 되새기고 자신의 삶에 적용하기에 좋은 교훈이 되는 내용들이다. 불교나 기독교를 포함해 이 세상 모든 종교가 추구하는 것은 '참된 진리'가 아닐까 생각된다. 단지 그것을 쫓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이지 추구하는 바는 다르지 않다. 종교관에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두 스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다. 진리는 이미 내 안에 담겨 있다. 진리는 곧 부처다. 우리가 할 일은 단지 내 안에 부처가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두 스님의 짧은 대화 속에 담겨 있는 '진리'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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