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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파산 - 장수의 악몽
NHK 스페셜 제작팀 지음, 김정환 옮김 / 다산북스 / 2016년 2월
평점 :
누구나 노후를 준비한다. 그러나 누구나
행복한 노후를 맞이하진 못한다. 이제는 노후도 하나의 재테크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사실 예전에는 노년의 삶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자식들이 바로 원만한 노후 생활의 든든한 기반이었기 때문이다. 부모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들 또한 그러하리라
여겼다. 그러나 시대가 급변했다. 노후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달라졌다. 노후란 오롯이 나이 들어가는 나의 문제일 뿐 자식도 그 누구의 문제도
아니게 되었다.
서른 중반을 넘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후를 염두에 두고 연금, 보험, 저축 등을 하며 온갖 계획들을 세우게 된다. 그런 일련의 계획들을 세워 나가는 중에도
여전히 의문이 든다. 과연 내가 노후 준비를 잘 하고 있는 걸까. 이것으로 나의 노후는 안전한 걸까. 아직은 젊고 일할 수 있는 시간도 많이
남았다고는 하지만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게 바로 미래다. 그렇기 때문에 속속 일어나는 노후에 대한 불안은 점점 더
가중된다.
아니나 다를까 이러한 불안은 이미
현실화되어 문제시되고 있는 듯하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그 문제의 심각성을 집중 취재하여 보도되어 화제가 되었다.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의 주제는
바로 '노후 파산'이다. 그야말로 노후에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누리지 못하며 살아가는 노인들의 충격적인 삶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한다. 방송 직후
전 일본 열도는 마치 진도 9.5에 해당하는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온 국민을 뒤흔들었다. 젊은 세대는 물론이고 곧 노후 파산에 닥치게 될지도
모를 잠정적 세대인 중장년층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그 다큐멘터리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노인들의 삶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노후 파산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 해결방안도 모색해본다.
현재 일본의 노후 파산으로 이어지는 노인
문제는 결코 강 건너 불 보듯이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가까운 미래 대한민국에서도 반드시 불거진 뜨거운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다. 곧이어
닥치게 될 나와 당신의 문제이다. 20대 초반부터 50대 중 후반까지 열심히 일해온 우리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 책에 실린 노인들의
삶이 결코 우리와 다르지 않다. 그 이유는 그들 또한 젊은 시절 우리와 똑같이 하루하루를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왔고 노후를 준비했던 이들이다.
그들 또한 자신의 노후가 파산에 직면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 했다. 자신의 노후는 결코 그럴 일 없다고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노후
파산의 무서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누구도 노후 파산에 처할 수 있다.
책에서 소개된 노후 파산에 직면한 노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노후 파산에 대한 대비책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의 일본보다 연금 수령액이 조금 많다고 할 수 있으나
결코 안정적인 수령액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연금 수령 자체만으로는 안정된 노후를 누릴 수 없음이 현재 일본의 노인들이 겪는 문제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가령 연금 120만 원을 매달 수령하는 한 노인의 경우 한 달 지출 내역은 이렇다. 집세 35만 원, 생활비 55만 원,
의료비 15만 원, 공공요금 10만 원, 세금 및 보험료 5만 원으로 총 120만 원이 지출되고 잔액은 그야말로 0원이다. 이 노인의 경우
의료비를 충당하기 위해 하루 종일 식사를 거르며 물을 마실 때도 있다. 저축해놓은 예금이 있지 않고서는 연금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형편이다.
또한, 몸이 불편한 관계로 제대로 움직일 수 없기에 소일거리를 찾을 수도 없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1위라고 한다. 달라 말하면 노후 파산의 문제는 일본보다 한국이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표면화되지
않았을 뿐이지 현실적으로 노인들의 삶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하다. NHK 다큐멘터리 제작팀에서 인터뷰한 노인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한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 빨리 죽고 싶을 뿐이다." 지금의 우리처럼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왔던 이들이 현재 겪고
있는 노후 파산의 문제는 인간으로 누릴 수 있는 삶의 권리와도 멀지 않아 보인다.
사회적으로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사회보장제도의 이념이다. 그러나 그 이념에 부합되도록 실현되고 있는지는 사실 의문이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연금제도,
생활보호 대상 제도, 돌보미 서비스 등 노후를 위해 마련된 정책 또는 제도들이 유명무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나라는 현재 일본의 사례에
견주어 얼마만큼 정책적으로 확립되어 있을까.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후 노후 파산과 같은 문제에 직면에 있으며 그
대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여겨진다. 날이 갈수록 고령화는 점점 그 속도를 빨리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대책은 미흡하기만 하다. 노후 파산의
문제는 결코 개인의 문제로 치부될 사안이 아니며 범국민적으로 지속적인 정책 수립과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이 책이 그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는데
일말의 도움이 되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