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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일푼 막노동꾼인 내가 글을 쓰는 이유 - 그리고 당신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이은대 지음 / 슬로래빗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지금껏 살면서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과연 몇 번이나 될까. 서른 중반을 넘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것이 글쓰기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렇다. 과연 누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 따위를 생각하겠는가. 글을 쓰는 게 생업인 이들을 제외하곤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알 것도 같다. 글을 쓴다고 해서 소위 작가가 되고자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렇게 거창할 것까지도 없는 그저 '나만의 글쓰기'다. 내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있는 생각들을 글로 표현해보자는 것일 뿐이다. 그게 일기든, 에세이든, 소설이든 중요치 않다. 자유롭게 써 내려가는 것이 먼저다. 어쩌면 이런 내 생각에 가장 적합한 이유를 대신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쓴 이는 책 표지에서 보시다시피 전업 작가가 아니다. 그는 진짜 무일푼 막노동꾼이다. 한때는 소위 잘 나가는 대기업 영업사원으로 남부럽지 않은 인생, 노후가 보장된 미래를 꿈꾸던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그저 하루 종일 거친 노동의 대가로 살아가는 사람일 뿐이다.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하는 작가도 아닌 그가 글쓰기 전도사가 된 이유가 궁금하다. 남들처럼 평범한 아니, 이제는 더 힘들게 살아가는 그가 대체 무슨 이유로 글쓰기를 강조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글쓰기를 통해 180도 전혀 다른 삶을 경험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돈도 안되는 글쓰기에 도대체 어떤 큰 힘이 있길래 사람의 인생마저 바꿔놓는단 말인가. 어느새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과 같다. 내 안에 갇혀있는 또 다른 나를 들어내는 일이다. 거짓과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다. 자신에게 하는 말과 생각도 결코 자신에게 불리하게 하지 않는다. 혼자 하는 생각일지라도 절대 한치의 불이익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인간이 갖고 있는 자기 보호 본능의 결과일까. 자기방어 또는 합리화를 통해 진실을 왜곡하고 거짓을 꾸며낸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자기 합리화는 행복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 오히려 더욱 답답해질 뿐이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오로지 한 가지뿐이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글쓰기다. 말과 행동으로 하기엔 어려운 일도 글로 표현하기엔 쉽다. 그거도 오롯이 나 자신만 읽을 수 있다면 더더욱. 이것이 '나만의 글쓰기'의 시작이다. 굳이 잘 쓰려고 노력할 필욘 없다. 지금의 내 감정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저자의 글쓰기가 존경스러운 이유다.
저마다 글쓰기 어려운 이유는 하나씩 있다. 그 이유의 공통점은 바로 시간이 없다는 것. 그러나 그것은 핑계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가 어떻게 글을 쓰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공사판 막노동 일을 하는 사람보다 힘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저자가 글을 쓰는 대부분의 시간은 막노동을 하고 집에 돌아온 이후다. 누우면 곧장 골아 떨어질 것만 같은 피로에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글쓰기를 실천해오고 있다. 그렇게 써온 글이 때론 소설이 되기도 하고, 에세이가 되기도 하며, 수필이 되기도 한다. 비록 독자가 자기 자신뿐이지만 말이다.
그가 인생의 나락에서 찾아낸 인생의 터닝 포인트랄까. 그것은 바로 글쓰기였다. 글쓰기를 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술로 하루를 보내던 자기 자신을 극복해냈다. 글쓰기를 한다고 당장 모든 것이 달라지진 않는다. 다만, 습관처럼 글쓰기를 하다 보면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글쓰기를 통한 저자의 경험이 이를 증명한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일단 흰 종이와 펜 하나만을 들고 무엇이든 써보라고 말한다. 이것이 '나만의 글쓰기'의 시작이며 가장 중요한 점이다. 맞는 말이다. 글쓰기에는 다른 방도가 없는 듯하다. 일단 써야 그것이 어떤지 알 수 있다. 당장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그저 오늘 있었던 일부터 조금씩 써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