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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 하 - 조선의 왕 이야기 ㅣ 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박문국 지음 / 소라주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한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조선 역사의 중심에 있는 왕이다. 태조 이성계를 시작으로 27대 순종까지 파란만장했던 조선의 역사가 곧 한국사라 할 수 있다. 물론 조선 이전의 고대사도 역사학적으로 충분히 중요한 사료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한국사를 논할 때 조선의 역사에 가장 의의를 두는 것은 그만큼 지금의 대한민국의 기초가 된 역사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에 따라 조선의 역대 왕들의 행적을 쫓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조선의 역사는 물론 한국사까지 이해하게 된다. <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조선의 왕 이야기>는 어쩌면 그런 맥락으로 접근한 새로운 역사 책이 아닐까 싶다.
상권에서 태조 이성계부터 14대 선조까지를 다뤘다면 하권인 이 책에선 15대 광해군을 시작으로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가 사라지는 27대 순종까지를 다룬다. 상권에서 다뤄진 역대 왕들이 조선의 기틀을 닦고 부흥시켰다면 이 시대의 왕들은 무너져 가는 조선의 역사의 기로에서 나름대로 분발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선 왕조의 역사가 고대 로마사의 흥망성쇠와 닮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로마의 건국부터 쇠망까지 일대 로마사를 재미있게 다룬 시오노 나나미의 <로만인 이야기>가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닌 듯하다.
하권에서 다뤄지는 조선의 역대 왕들은 현 세계에서도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재평가되는 인물들이 많다. 광해군, 인조, 영조, 정조 등 TV, 드라마, 소설, 영화 등에서 심심찮게 봐왔던 인물들이다. 그래서일까. 낯설지가 않고 지금껏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던 왕의 모습과 조금은 다른 듯 표현된 것에 신선함을 느꼈다. 특히, 역대 왕들의 모습을 특색 있게 재해석하여 그려낸 왕들의 초상은 압권이다. 이 책의 모든 이야기가 그 그림들에 다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완벽하고 철저한 모습으로 많이 비쳤던 정조가 술을 마시고 담배를 즐겨 피는 듯한 모습은 파격적이다. 한편으론 범접할 수 없는 왕의 이런 모습들에서 인간적인 면모가 느껴지기도 한다. 왕의 모습을 근엄한 초상이 아닌 그들의 성격이나 특색에 맞게 그려낸 초상은 아마도 최초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란 얼마나 정확한 것일까. 사실 알 수 없다. 개인의 역사관에 따라 인식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단지 교과서를 통해서만 배우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 소설, 영화 등 역사적 사실을 각색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 낸 경우도 많다. 우리가 받아들이는 역사란 어쩌면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는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올바른 역사관 정립이 필요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올바른 역사관이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근거 있는 역사관'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양한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한 연구와 해석이 가능해져야 하는 이유다. 어쩌면 이 책은 그 시도의 일환으로 봐도 좋을 듯하다.
오랜만에 실로 재미있는 역사 책을 만났다. 그런데 이미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5분 한국사 이야기'로 무려 38만 독자들을 만나왔단다. 바쁜 와중에도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한국사를 공부할 수 있는 채널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 또한 '5분 한국사 이야기'의 독자가 되었다. 이번 '조선의 왕 이야기'를 시작으로 재미있는 한국사 이야기책이 꾸준히 발간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저자의 숨은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