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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가비 해변
마리 헤르만손 지음, 전은경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곤
한다. 이는 과거를 추억할 때도 마찬가지다. 가능하면 나쁜 기억들은 뒤로하고 좋은 기억들로 자신의 추억을 부풀리기도 한다. 이것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자기 보호 본능의 하나라고 해야 될까. 과거에 일어났던 좋지 않은 일까지 모조리 기억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어쩌면 지금의 내가
있는 이유는 좋은 기억들만 간직하려는 무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일 수도 있을 듯하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울리카는 이혼
후 어린 시절 추억의 장소인 조가비 해변을 찾는다. 행복했던 그곳에서 새 출발을 하고자 한다. 그런데 오랜만에 찾은 조가비 해변의 별장의 모습은
왠지 낯설지가 않다.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다. 아니, 그 반대다. 그녀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행복했던 조가비
해변의 별장처럼 자신의 집을 꾸몄던 것이다. 잊고자 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은 여전히 그녀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친구 마리의 동생 마야가
실종되면서 그동안 행복한 시간들은 깨지고 말았던 것이다. 추억 속에 사로잡힌 울리카를 깨어나게 한건 다름 아닌 그녀의 아이들이다.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해변으로 낚시를 하러 가자고 그녀를 부추긴다. 아이들을 따라 해변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녀. 예전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기억 속의 조가비 해변 그대로다. 첫째 아이와 낚시를 하던 도중 갑자기 보이지 않는 아이를 찾아 나서는 울리카. 그런데 아이는 어른도
올라가기 힘든 바위에 올라가 고개를 쑥 내밀고 있다. 어린 시절 자신도 찾지 못 했던 비밀 동굴을 발견했던 것이다. 어린 시절 이곳 해변에서
보낸 시간이 많은 만큼 왜 몰랐을까 하는 의문도 잠시, 아이들이 무언가를 찾아내 그녀를 부른다. 아이들을 돌아본 그녀는 그만 놀라고 만다.
아이들이 찾아낸 것은 다름 아닌 오랜 시간이 지난 해골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그 해골의 정체는 누구일까? 발견된 해골은 마야의 실종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조가비 해변>의 작가 마리
헤르만손은 사실 내게는 낯선 작가다.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북유럽에서 인정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이
작품만 해도 2009년 프랑스 스릴러 SNCF 독자 대상 최종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갖춘 작품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고 한다. 서로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두 명의 주인공이 화자로 등장하며 서술되는 독특한 구조의 이야기 전개
방식은 그간 접해온 스릴러 소설과는 달라 색다르다. 무의미할 것 같은 두 사람의 이야기는 어느 순간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그것은 이 소설의 큰
흐름이 되어 미스터리 한 사건의 실마리가 된다.
울리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은
단편적이다. 오로지 그녀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기억이기 때문이다. 외동딸이어서 외로웠던 자신과는 달리 친구 마리의 대가족이 화목해 보였던 것은
어쩌면 그녀가 바라는 이상이 아니었을까. 그렇기에 사실과 다르게 그녀의 어린 시절을 기억해왔는지도 모른다. 오랜 시간이 흘러 친구 마리의 가족은
그녀가 기억하는 만큼 화목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럼으로써 그녀가 오랫동안 간직해왔던 아픔도 치유되어
간다.
성장통이란 건 성인이 되기 위한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지만 때론 그것의 파급효과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성장통을 한낱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치부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듯하다. 누구나 어린 시절 나름의 성장통을 겪는다.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성장통이란 바로 사춘기다. 성인이 되기 위한 1단계라고
표현하면 맞을까. 그 시기에 형성된 가치관은 훗날 성인이 되었을 때 그 사람의 인격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일까. 어린 시절 성장의 아픔을
추억하는 과정을 그리는 이 소설이 그저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로만 여겨지지 않는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