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생각은 받아들이는 힘에서 온다 - 시인의 마음으로 보고 듣고 생각하고 표현하기 아우름 7
김용택 지음 / 샘터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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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생각은 받아들이는 힘에서 온다.' 정말 멋진 말이다. 흔히 '새롭다'라는 말은 짐짓 거창하고 독특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부터 이 시대는 '창의적', '창조적', '새로움', '아이디어' 이런 말들의 테두리에 갇힌 듯하다. 너도나도 새로운 것을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지금보다 더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여행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 지식을 공유하고 배움을 갈망한다. 그런데 정작 이 시대를 '새롭게'하는 것들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다. 마치 숨 쉬는 공기처럼 우리 주위에 항상 있었던 것들이 다른 관점에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그렇다. 새롭다는 것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우리가 볼 때 '창의적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그들은 주변의 아주 사소한 것들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지극히 단순하고 사소한 것에서 새로움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단순함과 사소함을 새롭게 재탄생 시킨다. 이 모든 것은 생각의 전환 즉, 다르게 생각하기를 통해 이뤄진다.

똑같은 사물도 보는 이에 따라서 천차만별 달라진다. 김용택 시인은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아이들이 하루 중에 가장 많이 보는 나무를 '자기 나무'로 정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각자 '자기 나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본 것을 글로 써보게 한다. 매일같이 등하교를 하며 지나친 나무일 뿐인데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길거리의 나무들은 이제 평소의 나무들이 아니다. 주변의 사소함을 자세히 관찰하게 되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게 된다. 그러면서 진짜 아이들 각각의 '자기 나무'가 되어간다. 새로움의 재탄생이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31년간 교편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온 김용택 선생님. 이 책은 그가 섬진강을 둘러싼 시골 마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반대로 아이들에게 배우면서 깨달은 삶의 지혜가 담겨 있는 책이다. 자연을 벗 삼아 공부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치는 선생님과 그 가르침을 받는 아이들의 순수함이 느껴진다. 도심의 아이들에게서 찾을 수 없는 자연 속의 아이들이 내던지는 그 순수함이 어쩌면 앞서 얘기했던 '새로움', '창의', '창조'의 근원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현대 사회의 문명은 우리를 스스로 사고하는 능동적인 인간에서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인간으로 바꿔놓은 듯하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고 그 편리함을 누리며 살고 있다. 이 세상은 점차 '창의적'인 인간을 원하는데 아이러니하게 우리는 점차 '창의적'과는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없듯이 ​반드시 창의적 사고 인간이 될 필요는 없다. 이 사회가 원하는 인간상이 그러할지라도 말이다. 자신의 눈높이에서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갖는 느리고 깊게 사고하는 우리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란 시는 김용택 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넓은 관점을 대변하는 듯하다. 모든 문제들에 대해 '지금 당장' 해답을 얻는 것보다 중요한 건 '모든 것을 살아보는 것'이다'라고 진심 어린 충고를 던진다. 삶의 굴곡을 먼저 거쳐간 인생 선배가 젊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가슴을 크게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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