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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6.2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때론 그
세월에 아쉬움을 느낀다. 소중한 인생인 만큼 다시 후회가 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지나간 시간은 두 번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이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절대불변의 진리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때 그 순간으로의 시간여행을 꿈꾼다. 10대 시절의 나에게로, 20대
피 끓는 청춘 시절의 나에게로, 30대 사회생활에 익숙해져 가는 나에게로, 40대 인생의 원숙함을 느끼기 시작하는 그 시절의 나에게로. 모두가
되돌아가고 싶은 그때 그 시절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영화처럼 만약 우리에게 과거의 나에게로
되돌아갈 수 있는 마법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까. 10대 시절의 나에게 나는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을까. 아니, 10대가 되어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철없고 꿈 많던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란 달리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하지만, 현실에선 절대 불가능한 과거로의 시간
여행. 어떻게 한단 말인가. 정말 방법은 없는 것일까. 아니다. 있다.
우리가 여행을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직접 두 발로 걸으며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방법이다. 나머지 한 가지는 바로 상상을 통해서다. 상상 여행을 통해 우리는 과거나 미래는 물론
머나먼 우주여행까지 할 수 있다. 지나온 내 삶만큼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여행 코스도 없지 않을까. 눈을 감고 영화
<박하사탕>처럼 거꾸로 가는 기차에 올라타보자. 어제, 지난주, 한 달 전, 1년 전, 5년 전, 10년 전 그리고 20년 전으로.
시간의 흐름 속에 내 몸을 맡긴 채 그냥 그렇게 정처 없이 여행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내 머릿속 기억 장치는 지극히 정상이니 모든
것이 기억나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다. 그렇게 과거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만나고 싶은 내 안의 나를 만나보자. 나를 돌아보는 시간만큼 값진
여행도 없는 듯하다.
작년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한 권의 책을
읽었다. 나무 박사의 나무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나무 탐독>이라는 책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을 땐 주위에
아랑곳하지 않게 된다. 시끄럽게 떠들어도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때 우리는 '탐독한다'라고 말하는데 나무 박사는 그렇게 나무에 대한
사랑의 나무를 탐독한다. 그렇게 그는 나무를 이해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도심 속에 살고 있는 나무 이야기,
선조 때부터 그 생명력을 유지해오고 있는 나무 이야기 등 우리의 역사와 늘 함께 해온 친구 같은 나무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샘터에 재미있게 읽은
책이 소개되어 다시 접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새로 읽는 듯한 기분이 들어 좋다.
백화점에선 이미 시즌 오프 세일이
한창이다. 2015년 끝자락에서 시작된 겨울 추위가 꺾이는가 싶더니 다시 매서워지고 있다. 모두가 기다리는 봄기운은 아직 멀었나 보다.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시샘하는 겨울의 얄궂은 장난이려나. 아직은 날 봐달라는 애교인 걸까. 애교로 봐주기엔 살을 에는 듯한 바람에 인상이
찌푸려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한편으로 이 정도는 돼야 겨울답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연초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시점에 지나온 내 삶의 기록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된 것 같다. 역시 나를 알아주는 샘터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