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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2월
평점 :
그가 돌아왔다. '사랑과 감동의 마에스트로'라 불리는
그가 마침내 돌아왔다. 한층 더 흥미진진한 소설을 갖고서 우리 곁을 찾아왔다.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그는 바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기욤 뮈소다. 기욤 뮈소를 소개할 때마다 매번 다른 찬사를 늘어놓게 되는데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그만큼 그의 소설은 새로운 모험을 떠나고자 하는 나의 욕구를 채워주고 일상의 따분함을 갈증날 때 마시는 물 한 잔처럼 시원하게
해소시켜준다.
아서 코스텔로. 그는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응급의학과에서 일하는 의사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응급실은 그에게 또 다른 세상이다. 하지만, 싫지 않다. 그 이유는 그렇게 정신없이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하다 보면 다른 것들은 생각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겐 가족이 있지만 진정 가족이라고 부를만하지는 않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는 아버지와 형, 누나와 거의 왕래를 하지 않고 지낸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불쑥 찾아온다. 전날 밤 파티의
숙취가 채 가시기도 전에 나타난 아버지는 그간의 부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일까. 바다낚시를 제안한다. 서먹한 부자지간이지만 아버지와 단둘이
갖는 시간이 결코 싫지 않았던 아서는 아버지를 따라나서게 된다. 할아버지가 사들인 이후 코스텔로 가의 소유가 된 바닷가 등대 별장. 아버지와
보낼 시간을 내심 기다리던 아서에게 아버지는 뜻밖의 유언을 한다. 다름 아닌 가족의 소유의 등대와 별장을 자신에게 물려주겠다는 것. 단, 등대의
지하에 숨겨놓은 비밀의 문은 열지 말 것을 당부한다. 아버지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에 등대 지하실에 있는 비밀의 창고 문을 열어보는 아서.
그 순간 그는 시간 여행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만다. 알 수 없는 곳에서 눈을 뜬 미모의 낯선 여인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지만
아서는 이미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을 알고 놀란다. 그리고 다시 그는 시간 여행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만다. 이유도 모른 채 그렇게 24방위
등대의 저주는 반복되고 마는데.. 과연 아서는 시간 여행의 저주를 풀고 사랑하는 여인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번에 그가 들고 온 소설은 타임 슬립을
테마로 한 판타지 로맨스 소설이다. 그의 소설을 이루는 큰 주제는 역시 사랑이다. 사랑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펼쳐지는 숨 막히고 아찔한
판타지의 세계. 그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현실을 구분하기 힘들어진다. 그렇게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뛰어넘으며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된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번 작품도 어김없다. 그의 소설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무비 노블'이라고 불러야 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
같은 소설, 소설 같은 영화. 그의 소설 세계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다.
이전 작품인 <내일>과
<센트럴 파크>에서 그동안 고수했던 작품 세계와는 달리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고 있는 기욤 뮈소다. 그것은 바로 판타지 로맨스에
스릴러라는 양념을 더한 것. 이번 작품 역시 그 새로운 시도의 맥락으로 봐도 될 듯하다. 아니다. 이번 작품은 <구해줘>의 그와
<센트럴 파크>의 그가 만났다고 해야 될 듯하다. 판타지 로맨스와 스릴러의 절묘한 만남이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300페이지가 결코 적은 분량이 아님에도 순식간에 1/3을, 1/2를 읽어버리고 만다. 이렇게 순식간에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렇게 끝난 이야기는 긴 여운을 남겨 놓는다.
누구나 꿈꾸는 시간 여행이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하루가 1년이 되어버리는 여행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에게도 가난한 사람에게도 건강한 사람에게도 죽을 병에 걸린
사람에게도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것이 바로 시간의 흐름이다. 한번 지나가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지만 우리는 그 시간의 소중함을
쉽게 잊고 지낸다. 그렇게 흘러간 시간을 후회하며 살아간다. 어쩌면 이 소설은 그런 우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책 제목처럼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이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