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라이징 - 컬러로 분류되는 미래 화성 계급 사회, 그 반란의 시작

레드 라이징 ㅣ 레드 라이징
피어스 브라운 지음, 이원열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1월

인간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태초의 인간이 존재한 이래로 지금까지 그 누구도 인간의 삶에 관여해온 이는 없었다. 인간을 제외하곤. 인간에겐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평등한 권리가 주어진다. 그게 인간이 세상에 태어남과 동시에 주어지는 인간 본연의 권리이자 의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어느 순간부터 인간은 그들 스스로를 구분하기 시작한다. 위가 존재하고 아래가 존재하며 그 중간이 존재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탐욕과 욕망이라는 권력이라는 힘이 인간 사회에 생겨나게 되었다.

미래의 화성 사회는 컬러로 인간의 계급이 분류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서열이 낮은 계급은 바로 레드다. 레드의 삶은 화성의 지하 세계에서 우주의 행성들을 테라포밍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은 헬륨-3를 캐내는 일을 하고 있다. 광산에서 그 광물을 캐내는 이들은 헬 다이버라 불린다. 대로우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재능으로 가장 뛰어난 헬 다이버다.​ 그가 죽음을 무릅쓰고 일을 하는 이유는 자신은 다음 세대들을 위한 개척자라는 명분이다. 월계관 획득에 실패한 그에게 사랑하는 아내 이오는 선물이 있다면서 그를 이끈다. 대로우가 이오를 따라 간 곳은 멋진 밤하늘의 별이 빛나는 곳이다. 하지만 그곳은 레드가 들어가서는 안되는 곳이다. 그 일로 인해 대로우와 이오는 태형에 처해지게 되고 이오는 태형을 당하는 중에 금지된 노래를 불러 사형에 처해지고 만다. 레드의 거짓된 삶을 버리고 진실을 쫓길 바랬던 아내 이오는 그렇게 대로우 앞에서 죽고 만다. 슬픔에 잠긴 대로우는 규칙을 어기고 사형대에 매달린 이오를 땅에 묻어준다. 그로 인해 대로우 역시 사형에 처해지게 된다. 그러나, 아레스의 아들들 조직에 의해 목숨을 건지게 된다. 이어 대로우는 그동안 자신을 눈을 가리고 있던 진실을 알게 된다. 그가 믿어왔던 레드의 개척자의 삶은 조작된 것이었고 화성을 포함한 우주의 행성들은 이미 테라포밍이 끝난 상태였던 것이다. 레드는 지배 계급인 골드와 소사이어티의 노예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그는 골드로 다시 태어나 소사이어티의 반란을 꿈꾸기 시작한다.

무명 작가를 일약 전 세계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레드 라이징>은 미래의 화성을 그리고 있다. 작가인 피어스 브라운은 어린 시절부터 우주, 마법, 유령과 같은 기이한 이야기들에 심취해왔다. 대학 졸업한 이후 해리 포터가 다녔던 마법학교 호그와트에서 학업을 이어가려고 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안에 얼마나 넘치는 상상력이 존재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그런 그가 화성에서 컬러로 분류되는 미래 사회의 이야기를 그려낸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닐 듯하다. 어쩌면 당연히 밟게 된 수순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무려 700 페이지에 가까운 엄청난 두께의 소설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는다. 처음 시작부터 책을 덮는 순간까지 대로우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레드 라이징은 책 제목 그대로 시작에 불과하다. 죽음에서 부활하여 새 삶을 살게 되었듯 최하위 계급인 레드에서 지배계급인 골드로 환골탈퇴하여 소사이어티의 지배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이제 테스트는 끝났다. 그는 이제 진짜 골드가 되었다.

소설을 읽다 보면 마치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도 그럴 것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들이 고대인들의 이름을 닮았으며 주인공이 테스트를 거치는 기관의 사관들은 신화 속 이름을 그대로 갖고 있다. 대로우라는 이름은 누가 봐도 귀족의 이름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는 작가가 의도한 것이리라. 즉, 피지배계층이 지배계층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삶을 살게 되고 곧이어 계급이 없는 누구나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전 세계의 언론은 혜성처럼 등장한 이 작품을 <파리대왕>, <헝거게임>, <왕좌의 게임>에 비유한다. 이 소설 역시 복수, 전쟁, 권력 다툼 등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속에 존재하는 것은 사랑이다. 그리고 인간다움이다. 인간이 인간이기 위한 몸부림이다. 아니, 태초의 인간이 존재했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인간이 갖고 있던 그 존재가치에 대한 권리를 찾기 위함이다. 그것이 우주의 화성이라는 미지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컬러로 분류되는 인간 집단의 이야기의 골자다.

이제, 결국, 마침내 레드는 일어났다. 그다음은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까. 많은 독자가 원하는 스토리의 전개는 단순한 해피엔딩은 아닐 것이다. 피어스 브라운은 그런 독자들의 기대를 만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만큼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낼 사람이다. 총 3부작으로 구성된 시리즈가 <레드 라이징>을 시작으로 2부 <골든 선>, 3부 <모닝 스타>까지 국내 팬들을 찾아올 그날이 기다려진다. 어떤 옷을 입고 나타날지 기대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