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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축일기 - 어쩌다 내가 회사의 가축이 됐을까
강백수 지음 / 꼼지락 / 2015년 11월
평점 :
사축. 모든 직장인들은 회사라는 주인으로부터
사육되는 가축이라는 뜻이다. 섬뜩하다. 23살부터 지금까지 만 13년의 직장생활을 해오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내가 회사의 가축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물론, 회사라는 조직 생활에 대한 회의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농장에서 길러지는 가축과 별반 다르지
않는 또 하나의 가축이란 생각은 하지 못 했다. 아니, 설마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지 하고 스스로 안심하고 있었던 것 같다.
회사 생활은 어쩌면 대학을 졸업한
청춘들에게 사회생활을 위한 등용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젊은 나이에 창업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회사라는 곳은 앞으로 내가 독립된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거쳐야 하는 곳이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바로 회사다. 그렇기에 직장인들의 삶은 회사라는 테두리 안에서
많은 부분 이루어진다. 그곳에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있다. 그래서 직장인들의 이야기가 그대로 담겨 있는 이 책
<사축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사축일기>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은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맞아. 맞아'를 속으로 외치면서 고개도 끄덕이면서 읽게 된다.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직장
내 상사와의 불협화음, 부하직원들이 친 사고 뒷수습 등 웃지 못할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은 리얼 직장인들의 속내가 담겨있다. 그런 사축들의
이야기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요즘 유행하는 '웃픈' 이야기들이다. 웃기면서도 왠지 모를 슬픔이 묻어나는 이야기들이다. 그중에서도 절대 공감을
불러일으킨 이야기는 바로 '우리 회사의 7대 불가사의'가 아닐까 싶다. 그 불가사의란 다음과 같다.
우리 회사의 7대
불가사의
1. 월급이 적을수록 업무량이
많다.
2. 일을 빨리하면 퇴근이
늦어진다.
3. 일을 못하면 회사 생활이
편하다.
4. 일을 너무 잘하면 욕을
먹는다.
5. 그 높을 경쟁률을 뚫고 쟤가 입사를
했다.
6. 저 인간이
팀장이고.
7. 저 인간이
부장이다.
정말 '웃픈' 현실이다. 부정하고 싶지만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곰곰이 그 이유를 생각해보아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저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이 '웃픈' 이야기를 읽는 내내 단 한가지
명제가 내 머리를 휘감는다. 내가 사축이 아닌 인간이 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우리가 일을 하는 목적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가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우리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함이다.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독립된 한 사람으로서 말이다. 그런데 회사에 들어가는
순간 사축의 일원이 되어버리는 웃지 못할 현실에 처해 있다. 그렇다면 사축이 되지 않기 위해선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창업이 답일까. 넓은
의미에서 보면 그것도 사축의 일환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아직 인생을 덜 살아서 답을 찾지 못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내가
회사의 가축처럼 일하는 직장인이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나의 신념이다. 누구나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사축 생활이라 한다면 내 스스로의
마음가짐에 따라 그 생활을 즐길 수 있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여전히 난 사축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앞서 얘기했던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일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기에 그 과정 속에서 반드시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를
포함해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든 사축들의 건투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