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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나라 -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0월
평점 :
지난해 4월 세월호 침몰 사건과 함께 올
한해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과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존재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되짚어 보노라면 그릇된 정책으로 국민들의 피를 말리는 사건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시점에서 '나라 없는 나라'라는 책 제목만큼 대한민국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은 없을
듯하다.'이것은
나라가 아니다. 우리에겐 나라가 없다.' 존재하나 존재의 가치를 상실해버린 나라, 대한민국.
<나라 없는 나라>는 조선 말
흥선대원군에 맞서 전봉준 장군을 앞세워 일어났던 동학농민혁명을 다룬다. 동학농민혁명은 우리에게 결코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그동안 많은 문학
작품을 통해 다루어져 왔기에 익숙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5회 혼불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이 작품은 그간의 동학농민혁명을 다룬 소설과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전달한다. 소설의 힘을 빌리고 있음에도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이 소설엔 새로운 역사적 사실이 덧대어 그려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일까. 혼불문학상 심사위원의 말마따나 '오늘날의 우리에게 가장 현대적인 사건으로 육박해온다.'
외세의 침략에 맞서 조선의 왕실을 지키기
위해 경복궁에 목숨을 바쳐 싸우고 있는 병사들은 어명에 돌연 아연실색하고 만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서 싸워도 모자랄 판에 무기를 버리고 궁을
떠날 것을 명하는 조선의 왕. 이게 대체 무슨 해괴한 일이란 말인가. 조선의 국왕이 왜놈들에게 자신의 나라를 멋대로 넘기려는 수작인 건가. 필시
이는 개화당의 음모에 따름이겠지만 나라를 위해 싸우는 병사들에겐 이해할 수 없는 일일뿐이다. 이때 누군가 외친다. '이것은 나라도 아니다.
나라는 없다.' 그 외침과 동시에 일제히 총칼을 버리고 군복마저 갈기갈기 찢어 버린 채 궁을 버리고 떠난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작금의 시기에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보노라면 1890년대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이 재현되는 듯하다. 이 땅의 주인은 나라를 살리고자 목숨까지 내놓은 채
싸우고 있는데 국민을 대표하는 이들의 행태는 과거 개화당의 음모와 무엇이 다르다고 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세월호 사건을 기억한다. 그
사건으로 인해 가족을 잃은 슬픔도 물론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이를 대처했던 무능한 국민의 대표와 자기 이속 챙기기에 급급했던 일부 정계
인사들의 참상을 기억한다.
어쩌면 작가는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고질적인 악행이 지긋지긋한 나머지 이 땅의 주인이 진정 누구이고 무엇이 올바른 것이지 되새기고자 이 소설을 쓴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세상이 안전하지 않은데 개인이 안전하기를 바라는 것은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장에서 나만 안전하기를 바라는 일과 같다는 말도 덧붙인다.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안락을 꿈꾸지만 당장은 안락해 보여도 제도화된 위태로움으로부터 조만간에는 포위될 게 뻔하다'라는 작가의 말은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모두가 잘 사는 나라를 염원했던 그날은
잊어버린지는 오래다. 그렇다고 우리의 뿌리까지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 뼈아픈 역사는 왜곡해서 없었던 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존재해야 하는 우리의 올바른 역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