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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위로다 - 명화에서 찾은 삶의 가치, 그리고 살아갈 용기
이소영 지음 / 홍익 / 201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은 위로다'. 과연
명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내 삶의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저자가 말하는 명화란 어떤 특별한 힘을
갖고 있단 말인가. 사실 처음 이 책을 읽기 전에 책 제목과 표지 속 명화만 봐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그림을 자주
접하거나 그림을 통해 위안을 얻었던 경험이 전무했기에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그림은 위로다'라는 책 제목을
계속 읊조리고 있는 걸로 봐선 호기심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들어있을 것만 같다.
그림이란 참 이상하다. 아니, 내가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어려서부터 그림이라 하면 재미없고 따분한 미술 시간만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걸까. 그림을 보는,
그림을 대하는 나의 시각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그렇다고 그림을 보면서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의도를 내가 알 수 있느냐 그건 아니다. 단지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듯한 기분이다. 이런 게 저자가 말하는 위로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은 단순히 명화를 소개하는 책은
아니다. 자신을 '아트 메신저'라고 소개하고 있는 저자가 명화를 통해 자신의 삶에 어떤 위안을 얻고 또 삶의 힘이 되는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말하자면 그림 에세이다. 누구나 알만한 유명한 화가의 작품부터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화가의 작품까지 여러 주제에 맞는 그림들을
선별하여 보여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명화란 쉽게 말하면
아주 잘 그린 그림 또는 유명한 그림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유명하지 않은 그림들은 모두 그저 그렇고 그런 그림에 불과할까. 명화란 도대체
무엇일까?
사비나 미술관의 이명옥 관장은 저서
<인생, 그림 앞에 서다>에서 명화의 정의를 워싱턴 국립 미술관의 큐레이터였던 앤드루 로비슨의 주장을 빌려 이렇게 이야기한다. 명화는
첫째, 보는 사람들의 눈이 즐거워야 하기에 아름다워야 한다. 둘째,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가 중요하기에 역사적이어야
한다. 셋째, 다소 불명확하지만 '힘'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즉, 보는 것만으로도 심오한 정신적 충격을 주고 마음에 변화가 일어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도 이 세 가지 조건에 공감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넷째, 한 개인에게 위로가 되는 그림'이라고 말하고
싶다.
책 속에 소개된 명화의 주인공들을 보면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피카소, 고흐, 고갱처럼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이의 작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그림 하나하나가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는 명화들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감명을 받은 작품과 화가는 멕시코의 여성화가인 프리다 칼로와 클로드 모네다.
프리다 칼로의 인생으로 말하자면 한마디로
너무 기구하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지극히 평범한 삶을 원했던 그녀였지만 그녀는 어릴 적 소아마비로 다리를 절었고 교통사고로 거의 죽을뻔한 경험을
했으며 사랑하는 남편마저 자신의 동생과 외도를 하며 자신을 떠나버린다. 그런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천장에 붙인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을 보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을 아는 순간 말보다 눈물이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
클로드 모네가 말년에 남긴 『장미꽃이
만발한 집』이란 작품을 보면 그림에 대한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다. 프리다 칼로와 마찬가지로 말년의 모네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모른다면 이
작품은 그저 무엇을 그린 것인지 알아보기 힘든 난해한 그림에 불과하지 모른다. 그런데 이 작품을 그릴 당시 모네는 시력을 거의 잃어버린
상태였다. 음악가에 귀가 중요하듯이 화가에겐 눈이 생명이다. 그런 생명과도 같은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을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에 대한 열정은 그녀를 그저 눈먼 여인으로 남겨두지 않고 이렇게 멋진 그림을 그리게
만들었다.
"당신에게 그림은 어떤 의미인가요?" 책을
통해 저자가 우리에게 묻고자 하는 말은 이 한마디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글쎄.. 그림? 그림이 무슨 의미가 있나?"하고 생각했던 나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난 후 '그림은 위로다'라는 말의 숨겨진 의미를 이제는 알 것 같다. 앞서 나이를 먹을수록 그림을 대해는 내가 달라짐을
느꼈다고 했는데 나 또한 그림을 통해 위로를 받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때론 그림을 보면 나를 돌아보고 나도 모르는 내 안의 슬픔을
어루만져 주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내 인생의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주는 나만의 명화를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