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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두고 읽는 장자 ㅣ 곁에 두고 읽는 시리즈 2
김태관 지음 / 홍익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소크라테스, 플라톤, 니체로 이어지는
서양의 철학가들에 견주어 동양을 대표하는 철학가들은 누구일까. 철학의 철자도 모르는 이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이름. 바로 공자, 노자,
장자, 묵자가 바로 그들이다. 동양을 대표하는 이들 철학가 중에서 유독 자유로운 영혼을 갖고 이 세상을 넘어 우주 만물을 바라보고자 했던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장자다. 결코 세상에 얽매이길 거부했던 그야말로 진정한 자유인이었으며 그는 이 세상 모든 만들의 이치는 자연과 조화를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여겼다. 이런 그의 사상이 담겨 있는 것이 바로 도다.
오늘날 현대인들의 삶을 돌아보면 너나 할
것 없이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쉬지 않고 달리는 쳇바퀴 속 다람쥐처럼 누가 더 빨리 성공이란 목표에 도달하는지 경쟁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그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멈춤과 비움 그리고 내려놓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야말로 속세와 권세를 떠나 누구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았던 장자의 가르침이 가장 필요한 때다. 지금으로부터 2천3백여 년 전 동양을 대표하는 철학가인 장자의 세계로
떠나보자.
이 책은 전작인 <곁에 두고 읽는
니체>에 이어 '곁에 두고 읽는 인문학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이로써 동서양을 대표하는 철학가로 인문학 시리즈의 서막을 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인문학이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시되고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어떤 이유일까. 최근에 읽은 책들을 보면 공통된 주제를 발견할 수
있다. 비단 인문학 서적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고 소설, 에세이 등에서 쉬이 찾아볼 수 있었다. 내가 발견한 그 공통된 주제란 바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점이다. 이 책에서 장자의 말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도 바로 그 점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장자는 누구보다 자유로움을
추구한 철학가였다. <장자> 외편 <추수편>에 나오는 일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장자가 복수에서 낚시를 하고 있을 때
초나라 위왕이 대신 두 명을 보내어 자신의 뜻을 전하게 했다. 대신이 말했다. "왕께서는 선생님이 이 나라 정치를 해주시길 원하십니다." 이에
장자는 낚시를 하면서 돌아보지도 않고 되묻는다. "초나라에 죽은 지 삼천 년이 된 거북 껍질이 있다고 들었네. 왕이 그 거북 껍질을 상자 안에
넣고 비단으로 싸서 조상의 사당에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고 들었네. 그런데 내 묻겠네. 그 거북은 죽어서 껍질이 귀하게 되기를 원했겠는가,
아니면 살아서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며 자유롭게 노닐기를 원했겠는가?" 대신이 말했다. 진흙 속에 있길 원했겠지요." 장자가 말했다. "그럼
돌아들 가게. 나는 앞으로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며 자유롭게 노닐 것이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돈,
명예, 권력으로 비롯되는 이른 바 성공 커리어가 인생의 목표가 된지 오래다. 그런데 과연 그것들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추구해야 될 행복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물론, 아주 상관이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그것들이 내 삶의 행복을 위한 필수 조건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눈에 보이는 표면적인 행복의 조건들 만을 쫓아 내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면에서 장자의 삶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도 무위의 가르침은 전해준다. <열어구편>에 장자의 임종 순간 제자들과의 대화를 보자.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비워내는 자유분방한 장자의 최후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장자가 숨을 거두려고 하자 제자들은 장례를
성대히 치르려 했다. 그때 장자가 타일렀다. "나는 천지를 관으로 삼고, 해와 달을 한
쌍의 구슬로 장식하며, 별들을 진주와 옥 장식으로 달고, 만물을 부장품으로 삼는다. 이미 장례 준비가 다 되었거늘 무엇을 더 보태려고 하느냐?"
제자들이 찜찜한
얼굴로 말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스승의 시신을
까마귀나 솔개 따위가 뜯어먹게 놔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말귀를 못 알아듣는 제자들을 향하여 장자가 따끔하게 일침을 놓았다. "이 녀석들아!
땅 위에 놓아두면 까마귀와 솔개가 먹을 것이고, 땅 아래에 묻으면 땅강아지와 개미들이 파먹을 것이다. 이쪽 놈이 먹는다고 그걸 빼앗아 딴 놈에게
주려고 하느냐? 쯧쯧!"
인생을 살아간다는 게 그리 녹녹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유는 자신에게 소중한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의 꿈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의 내 삶의 방향은 원래 내가 목표했던 곳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멈춤과 비움
그리고 내려놓음의 철학이 아닐까.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고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온전히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정신없이 달려온 내 삶의 목표를 되돌아보고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배의 키를 조정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