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황현산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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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우리 앞에 다시 한번 찾아온다. 이번엔 어린 왕자의 모습을 소설 속이 아닌 영화 속에서 만나볼 수 있을 듯하다. 12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애니메이션 <어린 왕자>에 대한 기대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과연 누구나 한 번쯤 읽고 감동을 받은 적이 있는 소설 <어린 왕자>를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했을지 너무나 기대가 된다.

영화 개봉에 앞서 소설 <어린 왕자>도 새 옷을 입고 다시 출간되었다. 열린책들 출판사를 통해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소설은 그간 출간되었던 <어린 왕자> 버전과 사뭇 다른 듯하다. <어린 왕자>가 갖고 있는 감동은 그대로지만 소설의 원작자인 생텍쥐페리의 감성을 더욱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것이 역력하다. 문학 평론가이자 불문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황현산 명예교수가 번역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역자는 불어 원문에 대한 섬세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확하고 아름다운 문장력과 예리한 문학적 통찰을 두루 갖춘 번역을 함으로써 불문학​ 번역에 큰 입지를 다져온 분으로 알려졌다. 그렇기에 여느 번역본보다 원 작가의 꾸밈없는 진솔한 문체를 그대로 살려냈다는 평이다.

독자들이 ​<어린 왕자>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방법은 모두 제각기다. 같은 책을 읽더라도 느끼는 감동이 다른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왕자>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동일하다. 바로 잃어버린 동심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아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럴 것이다. <어린 왕자>는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준다고들 하는데 이번에 읽게 된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20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 다시 읽게 되었기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어린아이였을 때와 성인이 된 지금의 감정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금보다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내가 읽었던 <어린 왕자>는 그저 아이들을 위한 아름다운 그림 동화책이었던 반면에 지금 읽게 된 <어린 왕자>는 그때 그 시절의 나를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그는 여우에게로 돌아왔다.

​「잘 있어.」 그가 말했다.

​​「잘 가.」 여우가 말했다. ​「내 비밀은 이거야.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다.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어린 왕자는 기억해 두려고 되풀이했다.

​「네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너의 장미에게 소비한 시간 때문이다.」

​「나의 장미에게 소비한 시간 때문이야.」​ 어린 왕자는 기억해 두려고 되풀이했다.

​「사람들은 이 진실을 잊어버렸어.」​ 여우가 말했다. ​「그러나 너는 잊으면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에 너는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어. 너는 네 장미한테 책임이 있어.... 」

​「나는 내 장미한테 책임이 있어.... 」​ 어린 왕자는 기억해 두려고 되풀이했다.

이번에 <어린 왕자>를 새롭게 읽으면서 심쿵하게 만들었던 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 진실을 잊어버렸다'라는 말은 어린 왕자를 통해 생텍쥐페리가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정작 중요한 내면의 진실은 보지 못한 채 겉으로 드러난 표면적인 사실을 진실로 착각하는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길들이다', '길들여진다'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우리는 서로 길들이고 길들여진다. 역자는 그 의미를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자기 아닌 것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을 그것의 삶 속에, 그것을 자신의 삶 속에 있게 하는 일'이다.

역시나 이 책은 어른을 위한 동화가 확실하다. 이렇게 심오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을 줄은 이전엔 알지 못 했다. 더불어 <어린 왕자>는 읽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 책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 그리고 그 이후에도 꼭 한 번씩 읽어야 될 듯하다. 그때마다 새로운 감동과 깨달음을 주기 때문이다. ​그간 살면서 눈에 보이지 않은 놓치고 지나쳤던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다짐하게 한다.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것'을 바라볼 줄 아는 내면의 눈을 떠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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