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편안한 죽음 - 엄마의 죽음에 대한 선택의 갈림길
시몬느 드 보부아르 지음, 성유보 옮김 / 청년정신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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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는 죽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 어쩌면 삶이란 죽음으로 가는 여정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삶과 죽음은 영원히 마주칠 수 없는 평행선이 아니다. 그것들은 하나의 길 위에 놓여 있으며 시작과 끝을 가리킨다. 그들이 만나는 순간은 단 한순간이다. 바로 길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

인간의 수명은 날로 늘어난다. 이제는 말로만 100세 시대가 아닌 진짜로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 의학 기술과 첨단 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말미암은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을 다 소비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 이유는 현대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불치의 병인 '암'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본 적이 있을 듯하다. 만약 나 자신이 암에 걸려 이생에서의 삶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즉, 어떤 죽음을 선택할 것인가. 살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간직한 채 끝을 알 수 없는 투병 생활을 시작할 것인가. 아니면, 남은 시간 그동안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지막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것인가. 쉬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듯하다.

이 책은 프랑스 실존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시몬 드 보부아르가 암에 걸린 자신의 어머니의 투병 생활을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이다. 평소 건강했던 어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욕실에서 엉겁결에 넘어져 대퇴골 골절로 입원하게 되고 급기야 암 진단을 받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고통스러운 암 투병의 시간이 6주간 이어진 끝에 죽음에 이른다.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그녀는 삶과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

우리가 이 소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 인간으로서 삶의 존재 이유에 대한 성찰이 아닐까 싶다. 소설 속 암에 걸린 어머니는 끈질기게 삶을 희망한다. 극심한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쓴다. 그러나 삶이란 결국 죽음에 이르는 길 아니던가. 앞서 서두에서 얘기했듯이 삶과 죽음은 동일선상에 존재한다. 이 둘은 언젠가는 만나게 되어 있다. 단지, 우리는 그 순간을 모른 채 살아갈 뿐이다. 삶을 조금 더 지속하기 위해 고통을 감내할 것인가 아니면, 조용히 죽음을 기다릴 것인가. ​우리는 삶과 죽음이 거의 맞닿는 순간까지도 선택의 기로에 놓인 고뇌에 찬 존재인 듯하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외쳤던 햄릿처럼.

누구도 삶과 죽음을 강요하거나 설득할 수 없다. 그것이 삶과 죽음에 대한 본질이다. 우리는 언제나 삶과 죽음의 선택 앞에 놓여 있다. 그렇지만 그 선택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 죽음을 통해 삶을 되돌아볼 수 있다면 삶을 통해 죽음도 예견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것이 우리가 아직은 삶에 대해 더 많은 얘기를 해야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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