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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 - 제4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유영소 지음, 김혜란 그림 / 샘터사 / 2015년 10월
평점 :
어릴 적 전래 동화책을 읽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친숙한 캐릭터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름도 재미있는 '꼬부랑 할머니'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꼬부랑
넘어가고 있네'로 시작하는 같은 이름의 동요도 있다. 아마 한 번쯤은 들어왔을 것이다. 꼬부랑 할머니와 더불어 데굴 데굴 굴러다니는 달걀
도깨비나 떡을 좋아하는 호랑이, 천년 묵은 산삼이 아이가 된 메산이도 동화 속에서 자주 등장했던 캐릭터들이다.
제5회 정채봉 문학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번 작품엔 앞서 얘기했던 친근한 캐릭터들이 모두 등장한다. 심술쟁이 꼬부랑 할머니가 꼬불 꼬불 12고개를 넘어 허름한 초가집에 도착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힘들게 고개를 넘어온 탓에 그동안 허기진 배도 달래고 쌓인 피로도 풀 겸 쉬어가기 위해 들어간 집에 주인이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꼬부랑 할머니는 부엌에 들어가 뜨뜻하게 방에 불도 때고 뜨신 물로 목욕도 한다. 마치 자기가 그 집의 주인인 꼬부랑 할머니가 된
듯이.
우연이란 항상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법이라
했던가. 꼬부랑 할머니에 이어 떡을 지게에 지고 온 김부자, 양지머리 고기를 들고 온 곽떡국과 달걀 도깨비, 김치를 한통이나 가져온 김치뚝이,
쌀 한가마니를 들고 온 배나무골 배선비, 한과를 한 아름 가져온 뱀골 땡이 할머니 그리고 다람쥐, 오소리, 호랑이들도 초가집으로 찾아온다.
그렇게 꼬부랑 할머니는 진짜인 듯 진짜 아닌 가짜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 집 주인인 진짜 꼬부랑 할머니에게 신세를 진 많은 사람들과 동물들과 함께
어울려 맛있는 떡국을 먹게 된다. 그 와중에 가짜 할머니의 정체가 드러나게 된다. 사실 꼬부랑 할머니는 바우골에 사는 심술쟁이 할머니였던 것.
그런데 자신과 똑같이 심술 맞은 아들에게 쫓겨나 이렇게 먼 길까지 오게 된 것. 모두가 즐겁게 떡국을 먹는 중에 할머니만 홀로이 눈물을 흘린다.
그런데 웬걸 사람들은 마음 따뜻한 꼬부랑 할머니가 아들에게 쫓겨난 심술쟁이 할머니가 불쌍해 우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렇게 맛있는 식사 시간을
끝내고 하나둘씩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낯선 곳에서 진짜 꼬부랑 할머니 덕분에 만난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 가짜 꼬부랑 할머니는 못내
궁금하다. 대체 이놈의 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간 거야?
이 동화책은 본의 아니게 진짜 꼬부랑
할머니가 살고 있는 집에 가짜 꼬부랑 할머니가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를
비롯해 「나랑 같이 살 사람 여기 붙어라」, 「신통방통 인절미 대작전」 두 이야기들도 꼬부랑 할머니가 등장한다. 다른 듯하면서 한 번은 읽어본
듯한 이야기들이다. 「신통방통 인절미 대작전」 이야기는 떡을 좋아하는 호랑이가 등장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동화책이라는 게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하지만 최근 들어 가끔 아이들 책을 읽다 보면 아이들만을 위한 책은 아니구나 싶다. 어린아이였을 때 느끼지 못 했던 점을 새삼 느끼기도 하고
더불어 감동과 교훈까지 얻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동심으로 돌아간다'라는 말을 실감한다고 할까. 이번에 읽게 된 유영소 작가님의
동화책도 그러하다. 작가님은 특히 고인이 된 정채봉 작가님을 존경했다고 하는데 앞으로 나오게 될 동화책들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