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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북소믈리에가 될까
조선우 지음 / 책읽는귀족 / 2015년 8월
평점 :
북소믈리에. 어딘지 모르게 낯설지만 친숙한
말처럼 다가온다. 그도 그럴 것이 북과 소믈리에라는 말을
각기 떼어놓고 보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과 소믈리에를 합친 합성어는 조금 생소하다. 소믈리에는 사람들에게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해주고 서비스해주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북소믈리에란 어떤 이들을 가리키는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듯하다. 그렇다. 바로 독서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이나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각기 좋은 책을 추천해주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북소믈리에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일단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해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많은 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 흔히 말하는 다독을 해야 그만큼 사람들에게 권할 수 있는 책의
종류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무조건 많이 읽는다고 북소믈리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가령 시중에 나와있는 베스트셀러 위주의
편향된 독서를 해온 사람에게 책 추천을 부탁한다고 한다면 그 사람에게서 얻을 수 있는 답변은 한계가 있다. 그리고 굳이 그들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지 않을까. 베스트셀러는 여느 인터넷 서점에 확인 가능한 일이니까.
이 책의 저자는 진정한 북소믈리에게 되고자
한다면 생각의 근육을 키울 수 있는 독서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베스트셀러에만 치중한 독서가 아닌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 생각의 섬세함 돌기를
만들 것을 당부한다. 그렇다면 깊이 있는 독서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저자는 그 방법으로 3가지 독서법으로 소개하고 있다. 신토피칼
독서법, 작가 페티시 독서법, 무게 중심 독서법이 그것이다.
신토피칼 독서법이란 동일한 주제에 대해서
2종 이상의 책을 읽음으로써 그 주제에 좀 더 심층적인 이해를 하는 독서법이다. 같은 주제라 할지라도 서로 다른 분야에서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서로 비교한다면 해당 주제에 대해 체계적인 개념 정리가 가능해진다. 두 번째, 작가 페티시 독서법이란 쉽게 말해 어떤
책을 읽고 꽂히게 된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읽는 독서법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여러 작품을 읽음으로써 작가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접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 무게 중심 독서법이란 앞서 말한 것처럼 베스트셀러 위주의 독서가 아닌 자신의 특성과 기질을 바탕으로 독자적이고 개성 있는
자신만의 독서법을 추구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자신의 독서 성향을 알기란 쉽지 않다. 책의 장르만큼이나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편향된 독서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할 필요가 있다.
3가지 독서법과 더불어 작가는 책의 내용이
아닌 책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패턴 인식 독서법을 강조한다. 앞서 말한 깊이 있는 독서법을 통해 책을 읽다 보면 '이성'과 '감정'과 같은
흐름들을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큰 흐름을 파악하는 패턴 인식은 독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저자가 패턴 인식을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가
접하는 모든 것에 흐름을 파악함에 따라 장르를 불문하고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독서를 하면서 느꼈던
그 흐름을 영화를 보는 중에도 음악을 듣는 중에도 미술작품을 읽는 중에도 읽을 수 있고 나아가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읽을 수 있게 된다.
이는 곧 우리가 세상을 읽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헤르만 헤세에 이어 니체, 푸코 등과 같은
철학자들의 영향을 받아온 저자의 삶은 한 평생 독서와 함께 한 삶인 듯하다. 그런 그녀의 삶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북소믈리에를 위한 독서법
외에도 저자가 추천하는 도서 리스트는 북소믈리에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필독서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저자는 무조건 읽어야
함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자신에게 맞는 독서 성향에 따라 선택적 읽기를 권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처럼 독서력이 아직 부족한 이들에게는
생각의 돌기를 만들어줄 자양분 같은 도서 리스트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저자가 추천하고 있는 고전들은 생각의 돌기를 만드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에 어렵지만 읽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것만으로
북소믈리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무조건 많이 읽는 것은 저자가 말하는 독서의 3단계 중 1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처음 독서를
시작하거나 숙련되지 않은 이들이라면 우선은 다독이 필요하겠지만 종국엔 독서의 2단계, 3단계를 통해 세상을 읽고 사람을 읽는 수준으로 발전
해나가야 한다. 이것이 곧 단 한 권을 읽더라도 깊이 있는 독서가 필요한 이유이며 진정한 북소믈리에게 되기 위한 방법이다. 그동안 막연한 독서를
해왔다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독서 성향을 알아보고 북소믈리에가 되기 위한 나은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