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낭 - 삶의 지혜란 무엇인가 인문플러스 동양고전 100선
풍몽룡 지음, 문이원 옮김, 정재서 감수 / 동아일보사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지낭(知囊). 이 말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갖는다. 이 세상을 아우르는 모든 지혜가 가득 담긴 주머니라는 뜻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약 40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는 것만 봐도 주머니 속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이 책을 지은 풍몽룡은 중국 명나라 시대의 통속문학의 대가이자 문장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나이 53세에 이르러서야 이 책을 펴냈다고 하니 그가 평생에 걸쳐 모은 지혜가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 책에 담겨 있는 내용은 풍몽룡이 처음 지낭을 출간한 해인 1626년에서 8년이 지난 1634년에 총 27권이었던 초간본을 증보해 28권으로 재출간한 지낭보(知囊補)를 현시대에 맞게 선별한 것들이다. 자그마치 40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삶의 지혜와 가르침을 주고 있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통속문학의 대가답게 지낭에는 여러 곳에서 지혜와 관련된 내용을 골라내어 실었는데 역대 사적, 필기, 야담, 민간 전설 등 그 종류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렇게 모인 지낭 속 지혜는 1천2백여 가지가 되며 그 내용 또한 ​치국, 용병, 송사, 처세 및 일상 속 소소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래서였을까. 지낭은 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임금부터 가난한 백성까지 두루두루 읽힌 책이다. 지금으로 치면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던 셈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힌 또 하나의 이유는 풍몽룡의 지혜에 대한 평가 기준이 아닐까 싶다. '지혜의 우열을 따질 뿐, 사람 됨됨이의 우열을 따지지 않았다'라는 그의 말은 이를 잘 드러낸다. 많은 이들에게 유용한 꼭 필요한 지혜라고 한다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크게 상관하지 않고 오롯이 그 지혜만을 높게 평가했음이다. 그렇기에 가난한 백성에게 실용적인 지혜들도 많이 실렸다. 그는 '군자의 지혜에도 모자람은 있을 수 있고, 소인의 지혜에도 뛰어남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 군자의 지혜라 해서 모든 이들에게 유용하고 올바른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보잘 것은 없는 소인의 지혜 속에서도 어느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지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생각하기에 따라 이 책은 고전 중에 고전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며 그 가치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에 이르러서도 우리들에게 교훈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한번 읽고 덮어 놓은 책이 결코 아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상황에 맞는 지혜를 열어볼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처세에 관한 내용은 오늘날 현대인들에게도 아주 유용한 듯하다.

삶의 지혜란 무엇인가. 지낭을 읽고 난 후 머릿속에 떠오른 질문이다. 과연 우리 삶에 가장 필요한 지혜란 무엇일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이야기들 속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지혜만을 뽑아 우열을 가리지 않고 담았다는 지혜의 주머니, 지낭. 그 속에서 우리가 진정 필요한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을 처음 쓴 사람은 400년 전 사람이지만 지금부터는 우리 스스로 삶의 지혜를 덧붙여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이 책을 읽고 나서 우리에게 주어진 몫이 아닐까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