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우지는 왜 바다로 갔을까 - 2015년 제11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이성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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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동포란 말은 익숙하나 자이니치란 말은 낯설게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두 개의 말은 의미하는 바가 같은 듯 다르기 때문이다. 자이니치의 국적인 일본의 외국인 등록 법에 따라 한국 또는 조선으로 표기되기 때문이다. 일본이 세계 2차대전 패전 직후엔 모두 국적이 조선으로 통일되었다. 이는 1945년 해방 이전의 우리나라 마지막 국호가 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가 이뤄지고 영주권 자격을 얻을 이들에게는 국적을 선택할 기회가 있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국적으로 선택한 이들도 있었던 반면에 정치적 이념 또는 분단된 조국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들은 그대로 조선을 유지했다. 이로써 일본 내 동포들은 분단된 국가와 똑같은 운명에 놓이게 된다.

이 소설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즉, 조총련에 의해 1959년부터 25년 동안 이어진 재일 동포 북송 사업으로 인해 북한에 들어간 한 가족사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재일 동포 북송 사업으로 10만 명 가까운 조선인이 일본을 떠나 북한에 정착한 것을 알려져 있다. 소설의 주인공 12살의 소녀 소라는 1972년 일본 니가타항을 떠난 시기부터 2010년 그녀가 5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의 삶의 기록을 통해 펼쳐진다. 더불어 북송 사업을 이끌었던 소라의 고종사촌 화자와 북한에 결핵 관련 의료 지원 활동을 벌이는 미오와 강호의 이야기가 덧붙여진다.

조선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이 컸던 화자는 조총련에서 벌이는 귀국 사업을 열렬히 지지하며 동포들의 귀국을 독려하는 활동가였다. 소라의 가족은 그런 화자의 설득으로 북송을 결심하게 되고 일본을 떠나는 배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일본 내 소수 민족으로 사는 것보다 조국에서 당당히 조선인으로서의 삶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일까.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북한 사회의 어려움은 그녀의 마음을 죄책감으로 물들이고 만다. 그 때문이었을까. 화자는 북한에 있는 외삼촌 가족을 위해 돈과 생필품을 갖고 20년간 일본과 북한을 오가는 생활을 해오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사회주의 국가 북한. 한민족임에도 만날 수 없는 머나먼 강 건너편에 살고 있는 북한 동포의 모습을 과거 시점부터 거슬러 오늘날까지 소라, 화자, 미오의 시선을 따라 올라온다.

90년대 이후 극심한 가난으로 고통받는 북한 동포들의 모습이 처절하게 그려진다. 어쩌면 재일 동포 북송 사업은 조선인들에게 일본을 떠나 고향에서 새로운 삶의 희망을 꿈꿨는지도 모르겠다. 북송 사업을 이끌었던 조총련도 그런 숭고한 뜻으로 시작했음에랴. 그러나 북한 사회의 실상은 기대와는 달랐다. 결국 북송 사업의 일환으로 일본을 떠나 북한으로 건너간 이들은 일본 정부와 남북한 정부의 희생물로 전락하고 만다. 작가는 이 소설을 위해 복송 사업 관련 문헌을 살피고 실제 탈북자들을 심층 취재하며 현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그동안 쉽게 다뤄지지 않았던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이야기가 새로우면서 한편으로는 반갑기 그지없다. 반북이니 친북이니 하는 얄팍한 이념주의는 묻어두고 한민족의 근대사를 되새겨 보는 의미로 이 소설을 보는 것이 바람직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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