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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이 특이하다.
그동안의 에쿠니
가오리 소설의 제목치곤 조금은 독특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그 때문에 더욱더 소설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에쿠니 가오리하면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3대 여류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여자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별칭이 말해주듯 그녀만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이야기는 일본을 넘어 전 세계의 많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1년 만에 출간된 이번 작품을 국내 팬 또한 많이
기다려왔다.
이 소설은 새롭게 쓰인 작품은 아니다.
이미 일본의 한 여성 월간지에서 4년여 동안 연재를 해오던 작품이다. 그간의 연재되었던 글을 한데 묶어 한 권의 책으로 펴낸 것이 이번
작품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구성된 여러 인물들을 이야기의 화자로 하여 그들의 감정에 따라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가족이라도 해도 결국은 모두 혼자가 아닌가'라는 작가의 말처럼 개개인의 삶이 모여 가족이라는 또 하나의 삶을 만들어 내고 있다. 독특한 첫인상을 주었던 주문과 같은 책
제목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이 뜻한 것이 바로 이 점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가까워도 평생 알지 못하는 시간이
존재한다는 점이 재미있게 다가왔다는 작가의 말대로 여러 가지 색깔과 모양의 천 조각을 하나씩 꿰매 붙이듯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가족들의
이야기를 붙여나간다.
언뜻 보기에는 그저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가족이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약간은 기이하다 싶은 가족이다. 먼저 지은지 70년은 더 돼 보이는 듯한 집에서 3대가 같이 살고
있는 대가족이다. 그 대가족의 구성원 또한 독특하다. 러시아인 할머니를 비롯해 이모와 삼촌이 함께 살며, 네 명의 아이들 중 두 명은 엄마와
아빠가 다르다. 그 아이들은 모두 학교에서 공부를 하지 않고 과외교사를 통해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쉽게 생각해도 평범하지 않은 이
대가족에게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패치워크 형식의 독특한 이 소설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이야기를 빠짐없이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각 이야기를 도입부를 빼놓고서는 이야기의 화자를 알 수 없어 혼선을
빚게 마련이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모였을 때를 가족이라 칭할 수 있듯이 구성원 모두의 이야기를 읽고 이해해야 이 특별한 가족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때마다 화자를 달리하여 풀어나가는 이야기들이 종국에는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그럼으로써 이 가족에 숨겨져
있는 비밀이 드러난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들을 보면 특히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많다. 작가가 표현하는 인물의 감정선이 여성을 통해 잘 드러나는 것 같다. 이 소설에서도 유감없이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들이 표현되고 있다. 때로는 가족 구성원을 통해, 때로는 가족 구성원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서.
에쿠니 가오리의 가족에 대한 소설을 읽고
나서 문득 든 생각은 지금까지 내가 속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왔는가 하는 점이다. 생각해보니 정말 가족이라는 이름뿐인 개개인들의
삶이었구나 싶다. 비록 부모와 함께 살던 어릴 때는 차치하더라도 성인이 되어 독립하게 되면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나의 가족, 내가 속한 가족, 나를 위한 가족,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라는 말처럼 지금껏 나를 중심으로 한 가족이었다면 개개인을 위한 가족
또는 모두를 위한 가족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족에 대한 소중함이랄까 가족이라는 이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