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떨어진 주소록
팀 라드퍼드 지음, 김학영 옮김 / 샘터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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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아마도 이 책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그 이유는 베르베르가 창조해낸 이 세상 모든 지식을 담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 책은 베르베르 본인이 직접 일상에서 얻은 아주 사소한 지식부터 전문가로부터 얻은 다양한 전문지식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분야와 장르를 막론하고 그야말로 지식의 총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며 새로운 지식이 추가됨에 따라 그 책은 여전히 집필 중이다. 아마도 그가 살아있는 한 아니 죽는다 해도 그 누군가에 의해 계속 쓰일 책이다.

이렇게 이 세상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백과사전과 같은 책이 또 나왔다. 문학, 과학, 역사, 지리, 철학 등 인간으로서 추구하는 모든 지식을 이 책 한 권에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내 집 작은방에서부터 시작해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저 우주까지 이어지는 지식 여행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흔히 생각해 과학과 문학 그리고 철학은 전혀 상관없는 분야로 인식된다. 그도 그럴 것이 각각의 학문에서 다루고 추구하는 것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점을 달래해서 큰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그 개별적인 학문들은 하나의 길에서 만나게 된다. 강으로부터 시작된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큰 바다에서 하나가 되듯이 말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어디에 있을까'하는 물음은 인류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질문 중 하나이며 이는 역사적, 과학적, 철학적 측면에서 모두 바라볼 수 있다. 하나의 질문을 통해 우리는 여러 분야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나는 어디에 있을까'라는 존재론적 질문에 따라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번지와 거리를 시작으로 점차 그 범위를 확대하며 종국엔 우주까지 뻗어나가 나의 존재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밟는다.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익숙한 곳으로부터 벗어나 낯선 곳으로 향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여행은 다시 낯선 곳으로부터 익숙한 곳으로 회귀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즉, 낯선 곳으로 떠나기 위해서는 내가 익숙한 이곳, 내가 어디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서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한 지적 탐험을 통해 그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다. 역사적이고 과학적인 나의 존재론적 탐험은 철학적이고 문학적인 사유로 끝맺음을 시도한다.

책을 덮고 나서 떠오른 책이 한 권 더 있다.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바로 그 책이다. 지구를 넘어 우주를 향해가는 지식 여행이라서 그랬던 걸까. 미지의 세계로 향하기 위해 반드시 여행 가이드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문득 생각이 난 듯하다. 어쩌면 이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건 저자의 숨은 의도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책 중간중간에 문학에 대한 작가의 특별한 애정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경험을 하게 되지만 결코 모든 것을 다 경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바로 책을 통한 경험이다. 이 책처럼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신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어디 있을까. 인류의 미래는 점점 우주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구와 우주를 둘러싼 천문학적인 지식의 향연을 맛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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