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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당신이 다른 곳에 존재한다면
티에리 코엔 지음, 임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트라우마. 흔히 심리학적 측면에서의
정신적인 외상을 뜻하는 용어다. 사고로 인한 외상이나 정신적인 충격에
의해서 생기며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불안해지거나 그로 인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트라우마와 같은 정신적인 스트레스
장애는 요즘 같은 시대엔 너무 흔한듯하다. 반드시 사고나 충격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말이다. 또한, 이를 극복하는 것도 좀처럼 쉽지 않은
듯해 보인다.
<살았더라면>이란 소설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 티에리 코엔. 그는 이제 명실상부 프랑스를 대표하는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오른 듯하다. 무명작가가 의례 그렇듯 처음부터
주목받기는 쉽지 않았지만 결국 그의 데뷔작인 <살았더라면>은 아마존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그 후 티에리
코엔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매력으로 많은 독자층을 확보했다. 이번에 출간된 <만일 당신이 다른 곳에 존재한다면>역시 전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고 하니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듯하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후 그 충격으로 트라우마를 갖게 된 소년 노암. 자신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는 자괴감과 더불어 아버지로부터의 버림받음으로 그 상처는 골은 깊어만
간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 로랑스 박사의 도움으로 그 충격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난다. 그렇게 그는 성인이 되었고 사랑하는 사람도 만났으며
사회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연인과 이별로 인해 그의 삶은 정처 없이 떠도는 무분별한 청춘의 삶이 되어버렸고 겉으로 보기엔
성공한 삶이지만 그는 고독과 외로움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늘 자신을 떠나지 않는 '죽음'에 관한 의문과 함께. 그러던 어느 날 누나의
딸인 조카 안 나로부터 알 수 없는 괴상한 예언을 듣게 되고 흠칫 놀라게 된다. 그 메시지는 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방황하던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그 후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을 치료해주었던 로랑스 박사를 다시 찾아가게 되고 그녀의 조언 데로 또 다른 심리학자 리네트를 소개받게
된다. 리네트는 그에게 지금껏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치료법을 권하게 되고 그는 자신의 운명을 찾아 이스라엘을 시작으로 로마, 부다페스트,
암스테르담을 거쳐 다시 프랑스로 오게 되는 기이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자신의 어린 시절 사고를 둘러싼 알 수 없는 낯선 이들의 만남.. 과연
그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인가.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느낌이 팍 오는 그런
소설이 있다. 바로 이 소설이 그러하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끊을 놓을 수 없을 뿐 더러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계속해서 맞물려 가는 주변의 이야기들
그리고 마지막의 반전까지. 그야말로 페이지 터너 소설의 자격요건을 고루 갖추고 있다. 짐짓 허무맹랑할 수도 있는 영혼을 둘러싼 심리학적 이야기를
독자들이 지루하지 않게 여러 소재들로 잘 엮어 냈다.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아픔을 겪은 경험
한두 가지는 있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나를 믿어주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갇혀 있는 자신을 세상에 당당히 내보임으로써 억눌렸던 나를 자유롭게 할 수가
있다. 소설 속 주인공 노암처럼 그동안 외면했던 자신의 불행한 과거에 용기를 내어 맞설 수 있다면 앞으로 다가올 그 어떤 고난과 역경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행복이란 결국 현재의 나를 인정하는 순간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