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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간 오리
김제철 지음 / 작가와비평 / 2014년 2월
평점 :
어깨엔 커다란 가방을 메고 한 손엔
실내화 가방을 들고 걷고 있는 어린 시절 내 모습이 떠오른다.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는데도 그때 그 시절 모습이 눈에 아른거리는 이유는
추억이 있기 때문일 거다. 지금의 초등학교에선 예전 모습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 만큼 세월이 흐름과 동시에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때와 지금은
너무 많은 것이 변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기억에 남는 추억거리
중 하나가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팔던 아저씨의 모습이다. 하교 시간에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채 작은 상자에 담겨 있는 병아리들. 어찌나 귀엽고
깜찍하던지. 키우고 싶은 마음에 사가지고 내 방에서 엄마 몰래 키우다 들킨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웃음이 나오기만 한다. 엉뚱하기도
하면서 순수했던 그 시절의 모습 때문인 듯하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지하철역에서
파는 두 마리의 오리가 소년에 의해 소년의 가족과 함께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청둥오리인 유리와 집오리인 라라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이야기는 유리와 라라의 시선을 통해 흘러간다. 도시에서의 삶과 시골에서의 삶 그리고 야생의 삶을 거치며 그들의 꿈을 쫓아간다.
추위를 피해 따뜻한
곳을 찾아 무리 지어 날아가는 청둥오리들. 유리는 그들과 같은 청둥오리지만 집에서 길러지는 집오리다. 그래서 유리는 날지 못한다. 하지만, 날고
싶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렇게 유리는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해간다.
유리와 라라와 함께 늘 행복할 것 같던
소년의 가족. 하지만, 이별은 언제나 불시에 찾아오나 보다. 소년의 가족과 오리들이 어쩔 수 없이 헤어진 게 된 것처럼. 소년은 그렇게 엄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다. 늘 밝고 명랑했던 소년은 엄마를 잃고 잠시 방황하게 된다. 하지만, 이내 슬픔을 딛고 일어선다. 유리가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엄마를 잃은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소년과
날고자 하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오리들의 성장과정을 그린 따뜻한 소설이다. 아이를 위한 이야기책으로 생각했지만 아빠인 내게도 감동을 주는
이야기책이다. 소년의 가족과 오리들이 헤어질 때, 소년이 엄마를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보냈을 때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가끔 버스를 타고
청계천을 지나가다 보면 그곳에 무리 지어 있는 오리들을 볼 수 있다. 청계천이라는 익숙한 지명이 왠지 내 주변의 이야기처럼 다가와 더욱 공감이
된 듯하다.
어린 시절 가장 많이 듣던 질문이 '넌
꿈이 머니?'라는 말인데 요즘은 나 스스로에게도 그 질문을 하지 않는 듯하다. 꿈을 잃어버린 걸까. 아니면, 꿈을 묻어두고 현실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걸까. 새삼 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것 같다. 아이가 좀 더 크면 같이 읽어보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