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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완역판, 반양장) ㅣ 세계기독교고전 15
존 번연 지음, 유성덕 옮김, 루이스 레드 형제 그림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5년 8월
평점 :
천로역정. 아마도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누구나
한 번은 들어왔음직한 말이다. 기독교인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읽힌 기독교 고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비기독교인들에게도
이 작품은 작품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갖고 있으며 많은 이들에게 읽힌 책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바로
성경이다. 그리고 그다음이 바로 이 작품 천로역정이다.
이 책은 철저한 기독교적인 생활을 해온
17세기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설교자였던 존 번역이 쓴 작품이다. 존 번연은 이 작품을 '특별한 목적 없이 실타래가 풀리듯 쏟아져 나온
생각들을 정리'한 것이라 한다. 마치 어느 특별한 존재가 자신의 머리와 손을 통해 세상에 내놓은 듯한 인상이다. 천로역정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678년 1부 출간 당시 그 인기는 그야말로 엄청났다고 한다. 불과 7년 만인 1685년에 10판이 인쇄되어 재출간 될 정도였다고 하니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된다. 인기에 따라 천로역정을 모사한 위작들도 넘쳐났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존 번연은 2부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해서 지금의 천로역정이 만들어졌다.
천로역정은 크리스천이라는 인물과 그의 아내
크리스티아나의 순례기를 다룬 작품이다. 성경을 읽고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다. 여행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것들은 성경적 요소를 은유와 상징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일까. 이 작품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성경을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마치 예수(크리스천)가 제자들을 이끌고 순례의 길을 떠나는 것과 같은.
이번 완역판은 이전까지의 천로역정이란
이름으로 출간된 타 작품들에 비해 몇 가지 장점이 있다. 먼저 20세기 초 미국과 영국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루이스 레드 형제가 그린 삽화가
실려 있다는 점이다. 총 80장의 삽화는 천로역정을 읽는 동안 더 재미있고 쉽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는 비기독교인이 내용을
이해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기존의 출간본과 달리 일체의 편집 없이 존 번연이 쓴 원문 그대로 통 번역하여 실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천로역정 전문가들의 자세한 해설이 책 말미에 수록되어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좀 더 쉽게 작품을 이해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천로역정이란 작품을 위한 모든 것이 이 책 한 권에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경을 읽는 듯하며 종교적인 색채가 짙은
작품이기는 하나 이 작품을 반드시 종교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무리가 있을 듯하다. 그 이유는 우리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진정한 삶의
모습이란 어떠한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 속 주인공인 크리스천과 그의 아내 크리스티아나가 순례의 여행을 하며 부딪치는
역경, 고난은 우리 삶 속에서도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시련이다. 그 시련을 슬기롭게 이겨내는 모습을 통해 우리가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기에 종교 서적이라 해서 종교인들만 읽어서는 안될 듯하다. 종교를 떠나서 작품 속에 내재되어 있는 참 의미를 깨닫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어릴 적 그림책으로 봤던 기억만이 아련했던
작품을 이렇게 성인이 되어서 작가가 쓴 원문 그대로의 번역본을 읽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어릴 적엔 그저 멋모르고 봤다면 지금은 작품 속
이야기들을 어떻게 내 삶에 녹여낼 수 있을지를 많이 생각하며 읽었던 것 같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 그는 살아생전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덕목을 꾸준히 실천해온 인물로써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런 그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존 번연의
<천로역정>이라고 한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보여준 삶의 모습이 진정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삶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천로역정>은 우리가 그것을 깨닫게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아직 접해보지 못했다면 이번에 완역본으로 출간된
<천로역정>을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